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오는 17일 개막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는다. <편집자>
<대한민국을 멈춰라>, 장성익 지음, 환경과 생명, 2006.
그 흔한 서평을 접하면서 맘에 쏙 와 닿는 것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온라인에 널브러져 있는 온갖 댓글에 비유할 일은 아니지만 <마시멜로 이야기> 사태를 접한 씁쓸한 마음으로는 좀 진지한 댓글로 서평에 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웁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멈춰라>를 대하면서 "반성"이라는 키워드를 꼭 붙들었습니다.
반성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요?
내가, 우리가, 그리고 우리 환경운동이 님의 육필대로 '겸허한 비움'에 앞서 '탐욕스런 채움'이 과했음을 반성합니다. 무릇 환경운동은 우리 사회의 현상보다는 그 내면을 깊숙이 통찰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건강하고 맑은 창(窓)으로 나서야 한다는 님의 지적에 공감합니다.
반성합니다.
황우석의 그것. 이명박의 그것. 바로 그 '한 탕'에 일그러져 있는 얼치기 희망에 우리는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님의 주문처럼 어설픈 거버넌스와 권력화, 지나친 언론에 의존하는 버릇을 쉬 버리지 못한 탓은 황우석, 이명박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반성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변화보다는 지나치게 혼돈과 혼탁의 현실에 동화되어가는 자신의 무기력함을 과하게 방임해 온 나를 반대합니다.
반성합니다.
님은 대한민국이 과하게 경제 지상주의로 빠져들었고, 그래서 개발 만능주의가 판치고, 토건 마피아가 준동하는 것에 빗장을 걸어야 한다고 합니다. 한 해에 일본의 열두 배에 가까운 시멘트를 이 땅위에 깔아놓는 희한한 풍경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고삐를 조이며 더 잘 살아야겠다고 아우성인 맹신적 물신주의에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반성합니다. 타이타닉의 풍요에 갇혀버린 나의 열정을 배 밖으로 던져버려야 하겠습니다.
님은 <대한민국을 멈춰라>에 참 많은 생각을 담으셨습니다. "얼빠진 서울대 교수들과 늠름한 부안 민중", "월마트 소비 자본주의에 맞서는 법", "이라크 전쟁과 새만금 삼보일배" 등등.
얼치기 환경운동가의 눈에도 그 정도면 '위대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맘에 잠을 설치게 합니다. 그래서 님의 육성을 다시 한 번 뇌까려봅니다.
"환경운동, 거듭나지 않으면 미래 없다."
"느림으로, 생명의 속도로 원초적인 광장을 민초들과 열어가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