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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만이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환경과 여성을 위한 '희망무역' 쇼핑몰 개시

지난 1일 오후 서울 명동의 YWCA 회관에서는 독특한 패션쇼가 열렸다. 네팔, 인도, 베트남 등지에서 들여와 이날 소개된 '수입의류'들은 결코 패션쇼에 어울리는 화려한 제품이 아니었다. 무대에 선 모델들 또한 아름다운재단의 윤정숙 상임이사를 비롯해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 이혜경 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패션모델이 아니었다.

이날 패션쇼를 통해 선보인 옷들은 바로 여성환경연대(공동대표 박영숙·이상화·남미정)가 새롭게 시작하는 공정무역(Fair Trade) 사업을 위해 들여온 제품들. 여성환경연대는 11월 하순부터 '희망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국의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무역(Fair Trade)

이른바 자유무역(Free Trade)이 그 이름과 달리 개발도상국 내지 저개발국의 희생 위에 선진국과 다국적기업의 이익만 증진시킨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자유무역의 대안 개념으로 만들어진 용어다.

생산자들이 만든 물건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고 거래함으로써 원조가 아닌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통해 저개발 국가들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운동을 공정무역 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운동은 대화와 투명성, 상호존중을 중시하는 무역을 통해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 생산자들이 권익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현재 전 세계 200여 개 단체에서 10만여 명의 활동가들이 공정무역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조로 생색내고, 불공정 무역으로 이득 챙기기는 이제 그만

여성환경연대의 공동대표인 이상화 씨는 "새롭게 시작할 '희망무역'은 빈곤인구의 70%에 달하는 아시아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윤리적 소비운동"이라며 "가난한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은 그들의 가족과 아이들의 삶까지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아시아 여성들이 생산하는 물품은 세계 의류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하루 12시간이 넘는 일을 하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만드는 제품은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올리는 수입원이 된다. 저개발국가에 대해 원조로 생색을 내는 선진국들의 기업들이 정작 '불공적 무역'을 통해서 지역 생산자들의 삶을 억누르고 있는 셈이다.

'희망무역'의 책임을 맡은 김희진 간사는 "공정무역은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도 중시한다"며 "이를 통해 공정한 대가 지불과 함께 저개발 국가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무역'은 환경보호와도 연관돼 있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무역'은 공정무역의 원칙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여성환경연대의 이미영 사무국장은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농약 중 25% 이상이 면화에 뿌려지고 있다"며 "희망무역을 통해 판매할 유기농 면 제품을 통해 저개발국가의 환경을 살리고 우리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날 패션쇼에서는 공정무역으로 통해 들어온 다양한 의류가 선보였다. ⓒ 프레시안

"생산자의 처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이날 패션쇼에 앞서 열린 '공정무역 포럼'에서는 외국의 공정무역 사례들도 소개됐다.

"일반적인 무역을 하는 이들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생활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지, 그들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파괴되는지는 생각하지 않죠.

하지만 공정무역은 생산자의 처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가진 기술을 생각하고 그가 속한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원료를 고민합니다. 원료를 수입하는 경우 원료를 파는 국가에 의해 물건 값과 생산이 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정무역은 생산자 주위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물건을 만들려 합니다."

일본에서 온 츠치야 하루요 씨는 네팔산 커피와 의류를 일본에서 판매하는 공정무역 단체 '네팔리 바자로(Nepali Bazaro)'의 대표다. 1995년에 하루요 씨가 설립한 '네팔리 바자로'는 이제 연간 25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적인 단체로 성장했다. '네팔리 바자로'는 네팔 농민들이 유기농으로 재배한 커피를 취급하며 네팔산 나무로 만든 '종이옷'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 공정무역 상품들. 베트남, 네팔, 인도, 태국 등지의 여성들이 만든 수공예품이 많다. ⓒ 프레시안

"인도의 외딴 마을에 사는 평범한 15세의 신부였던 아미나 비비(Amina Bibi)는 훌륭한 자수 기술을 가지고 결혼했다. 그는 이 기술이 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공정무역 단체인 사샤(Sasha)를 알게 된 후 그가 만든 제품들은 높은 호응을 얻었다. 1995년 비비가 15명의 다른 여성들과 함께 설립한 '자수 센터'는 이제 인도뿐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 공정무역 단체 '사샤'의 대표 스와가타 고쉬(Swagata Ghosh) 씨는 인도 각지의 여성들이 만드는 자수제품 및 수제품을 수출한다. 고쉬 씨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빈곤한 계층의 사람들은 주로 소수민족이나 외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라며 "이들 중 옷감이나 침구, 조리기구, 바구니, 쿠션, 양탄자 등을 만들 수 있는 숙련된 장인인 여성들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국내 공정무역 현황

국내 공정무역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지난 2003년 아름다운가게가 시도했던 '아름다운 무역'이 중단된 이후 국내에서 거래되는 공정무역 상품으로는 한국기독교청년회연맹(YMCA)이 지난해 겨울부터 들여온 '평화커피'와 아름다운가게가 판매를 계속하고 있는 네팔산 '히말라야의 선물' 등이 있다.

또 '두레생협'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필리핀 네그로스의 유기농 설탕과 팔레스타인의 올리브 농가로부터 들여온 올리브유를 팔고 있다.

"유기농 면으로 만든 자체 상품도 개발할 것"

여성환경연대는 인도의 '사샤'나 일본의 '네팔리 바자로' 외에도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공정무역 상품들을 온라인 쇼핑몰과 직영점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이미영 사무국장은 "자체적으로 현지 생산자들을 발굴해 운영할 '스토리 위빙'에서는 유기농 면으로 만든 의류 제품 외에도 생활 장식용품, 장식구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무역'의 온라인 쇼핑몰은 11월 하순 경 오픈할 예정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www.ecofem.or.kr)를 통해 알 수 있다.
공정무역 홍보대사로 나선 가수 이상은 씨

이날 행사에는 공정무역의 홍보대사로 활동할 예정인 가수 이상은 씨도 참석했다.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음악인으로 알려진 이상은 씨는 '공정무역을 어떻게 알게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인들 중 관심있는 이들이 많아 자연스레 알게됐다'며 특별히 대단한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 가수 이상은 씨. ⓒ 프레시안

- '희망무역'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으로 자리잡은 바디숍(Body Shop)도 공정무역으로 시작했던 기업 아닌가. 유학 시절부터 공정무역을 접했다. 여러번 생각해서 남을 돕는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공정무역은 무역거래의 문제점을 연구해서 새로운 생각으로 저개발국가를 돕는 사업이다."

- 시민단체 홍보대사는 이번이 처음인가?

"몇 달 전부터 시작한 아프리카를 돕는 피스 프렌드(Peace Friend)라는 단체의 홍보대사도 같이 하고 있다. 아프리카 문화를 국내에 소개하고, 아프리카 화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아프리카 지역을 돕는 단체인데 흥미롭다. 두 단체의 활동 모두에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

- '희망무역'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디자인을 잘 하는 한국의 여러 '친구'들이 협력해주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정무역 상품의 질도 높일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패션쇼에서도 봤지만 상품의 질에서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듯하다. 뜻만 좋고 많이 돕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 아닌가. 공정무역도 의미있는 활동이지만 의미에 더해 실질적인 활동에서도 전문성을 갖췄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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