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송들의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 자살사건에 대한 보도가 지난 1월 발생한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 자살사건과 비교할 때 시각이나 비중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였으며 일부 보수신문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이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는 편파적 보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문석 "TV 보도의 편향성과 신문 따라가기" 지적**
16일 서울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이 주최한 '서 교장 사망과 전교조관련보도점검 긴급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TV 보도의 편향성과 신문 따라가기, 보수신문의 왜곡된 시각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양문석 전국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발제를 통해 KBS·MBC·SBS 등 공중파 방송의 뉴스에서 '서 교장 자살사건'을 보도한 비중과 지난 1월 '노동자 배달호씨 자살사건' 관련 보도를 비교하며 "학교장 자살사건에서는 조선일보 가판을 따라가며 부화뇌동한 방송들이 1월에 발생한 노동자의 자살사건에는 분석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특히 배씨의 자살은 유서에서 두산중공업의 '가압류'가 직접적인 원인임을 밝히는 등 핵심이 드러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건분석조차하지 않은 반면 학교장의 자살사건은 설득력 있는 증거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일보의 당일 가판을 그대로 베겼다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사건의 원인을 전교조로 몰고 갔다"고 분석했다.
양 위원은 "노동자 자살사건은 중립적으로 다루던 방송이 학교장 자살사건은 앵커의 멘트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다뤘다"며 배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6건의 보도에 3번의 중립적 코멘트를 한 방송들이 서교장 죽음에 대해서는 11건의 보도중 8건에서 서 교장의 자살동기 부여자로 전교조를 지목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또 "SBS의 경우 노동자의 죽음은 1건만 보도했으나 교장의 죽음은 4건이나 보도했다"며 "TV는 노동자와 교장의 목숨가치를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양 위원은 "최근 방송의 보도내용이 '조선일보 가판'을 따라가던 행태가 다시 나타나는 것 같다"며 "단일사건에 단일한 방향으로 사건의 성격이 규정되는 경우를 최근 우리나라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조선일보가 의제를 설정·해설하고 바로 방송이 이를 받아 확산시킴으로써 사실성이나 공정성도 없고 선별과 배제의 일관성도 없는 '떼거리저널리즘'의 부활을 가져왔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임종일 "조선일보는 전교조를 살인집단으로 몰고 중앙일보는 8일부터 본색 드러내"**
임종일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과 한겨레, 경향, 문화일보 등의 이번 사건 관련기사를 비교 분석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조선일보의 관련기사 제목과 내용을 날짜로 열거한 후 "조선일보는 궐기라도 하듯이 '전교조'를 살인집단으로 몰고 갔다"며 "특히 이 문제와 관련된 전교조의 성명이나 기자회견 내용도 자사의 논리에 맞춰 악의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이는 조선일보가 한번 의제를 설정하면 사회의 모든 현상까지도 그 의제에 꿰어 맞추려는 조선일보식 견강부회의 증거"라며 "하지만 그런 보도행태는 조선일보 표현대로 하자면 교단을 그야말로 '갈가리 찢어 놓으려는 작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중앙일보의 경우 5일 첫 보도에서는 '유서 안남겨… 사망경위 조사'라는 기사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중립적인 위치에서 사실보도를 하려고 노력했으나, 7일 '안티 전교조 거센 바람'부터 '조선일보 따라가기'를 시작하더니 8일부터는 조중동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에 대해 "서 교장 자살사건을 처음 알릴 때부터 의제설정에서 조선일보보다 어떻게든 앞서가려는 욕심이 과해 오버 페이스를 한 격"이라고 지적한 임 위원장은 "5일자 신문의 제목이나 부제부터가 '사과거부', '한국교육현장의 죽음' 등 전교조로 인해 서 교장이 억울하게 죽은 것으로 단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론은 목탁 운운하기 전에 거울 노릇이라도 똑바로 하라"**
임 위원장은 한겨레신문의 경우는 사건을 너무 단순하게 보도해 유가족의 고통이나 슬픔, 학교를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혼란 등에 대해 소홀한 면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문화일보는 사설, 칼럼에서 나타난 시각은 조중동에 가까웠으나 지난 10일 보도한 '안티 전교조 차 시중 교사 사이버폭행' 제하의 기사만큼은 이 사건의 관련자인 진모 씨에 대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음을 지적한 돋보이는 내용이었다고 평가했다. 임 위원장은 "그러나 9일자 기사 중 '전교조 학교개혁 투쟁 공세전환'이나 '차 시중 교사 계속 근무할 듯'은 조선일보 못지않은 '솜씨'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임 위원장은 경향신문의 경우 "사실을 크게 확대해서 보도하지 않으면서 사안에 따라서 기사 대신에 사진보도만으로 대신하였는데, 이는 양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사안이 예민한 만큼 나름대로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특히 7일자 사설과 '교장자살사건 논란 가열-인터넷 관련 글 5천여건' 등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보도였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발제를 마치며 "목탁이 되기 전에 거울 노릇이라도 똑바로 하라"고 언론에 일침을 가했다.
***KBS 기자 "데스크가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
토론자로 나선 임병걸 KBS 사회부 기자는 "보도를 하며 사람의 죽음에 가치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교장의 자살'이라는 드문 사건이 발생하자 미디어 속성상 크게 다루는 것은 당연했다"며 "방송이 특정 언론사의 논조를 그대로 따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 기자는 "이번 보도는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고 현지에서 취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가 이뤄졌고 데스크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균형을 잡으려고 애썼다"면서 "이제 TV보도국의 시스템이 많이 바뀐 상태라 방송이 신문들이 설정한 '아젠다'를 따르거나 데스크가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기자 "서 교장도 죽었지만 진모 교사도 사회적으로 매장된 점 깊이 생각해야"**
황준범 한겨레신문 기자는 "유서도 없는 자살이 조·중·동에 의해 '전교조 때문에 죽은 것'으로 진행됐다"며 "사건이 부풀리고 과장됐다고 주장하던 사건 관계자가 '서 교장도 죽었지만 진 교사도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죽었다'고 한 말을 (언론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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