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비드 프랭클
출연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스탠리 투치, 에밀리 찰튼
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
등급 12세 관람가
시간 109분 | 2006년 대학을 갓 졸업한 앤드리아(앤 해서웨이)는 뉴욕에서 직장을 구하다 세계 최고의 패션잡지 <런웨이>에 들어간다. <런웨이>의 모든 직원을 벌벌 떨게 만드는 악명 높은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립)의 비서로 취직하게 된 것. 패션에 문외한인 앤드리아는 첫날부터 상사와 동료 직원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다. 앤드리아는 마음 좋은 편집자 나이젤(스탠리 투치)과 질투심 많은 선배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등과 부대끼면서 하루하루 사회생활의 쓴맛을 배워간다. 앤드리아의 목표는 단 하나. 1년 동안 '생존'함으로써 저널리스트가 되려는 애초의 꿈에 조금씩 다가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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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프레시안무비 |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미 책으로 명성을 떨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실제 미국판 <보그>의 유명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비서 생활을 했던 로렌 와이즈버거의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요즘 젊은 여성들의 취향과 욕망, 일과 사랑 등을 소재로 한 가벼운 소설인 '칙 릿(chick-lit)' 붐을 일으킨 대표적인 작품이다. 20대 여성을 마케팅 타깃으로 삼는 이런 소설들은 최근 전세계 출판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이미 <브리짓 존스의 일기><쇼퍼홀릭> 등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국내에서도 20대 여성을 겨냥한 다양한 처세서와 실용서 등이 출간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런 흐름의 원조는 저 유명한 TV 시리즈 <섹스 & 시티>이며, 넓게 보자면 몇 달 전 인터넷과 신문 사회면을 뜨겁게 달궜던 '된장녀 논란'도 그 자장 안에 있다. 소설에 이어 영화화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바로 그런 문화적 트렌드의 한 절정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섹스 & 시티>의 여러 에피소드를 연출하기도 했던 데이비드 프랭클이 메가폰을 잡았다. 덕분에 이 영화는 많은 부분 <섹스 & 시티>를 떠오르게 한다. 주인공 앤드리아가 이력서를 들고 바쁜 아침 맨해튼을 가로질러 출판사로 향하는 도입부부터 그렇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성이 지옥과도 같은 <런웨이>의 출판사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악마들이 있다. 큰 악마인 미란다 프리슬리는 비서들을 종 부리듯 한다. 코트와 가방을 아무데나 던져놓고, 스테이크와 스타벅스 커피를 대령하라 하며, 쌍둥이 딸의 피아노 연주회에 가야 한다며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와중에 마이애미에서 뉴욕까지 제트 비행기를 섭외하라 한다. 하지만 앤드리아는 큰 악마의 시중을 드는 것도 모자라, 작은 악마인 선배 에밀리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 앤드리아의 패션 센스가 엉망이라며 번번이 무시하는 에밀리는, 미란다를 받들어 파리의 패션쇼에 가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다. 패션잡지를 우습게 봤던 앤드리아는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경구를 뼈저리게 깨닫는다. 앤드리아의 변신은 이제부터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섹스 & 시티>의 이야기 구조상의 공통점이라면, 그것은 바로 여주인공의 성장담이라는 사실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드리아는 직장에서 부딪히고 남자친구와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을 변화시키며 점차 성장해간다. 이 이야기가 그토록 많은 여성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동화 <미운 오리 새끼>를 떠오르게 하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각종 볼거리가 넘친다. 누구나 탐내는 아름다운 옷과 구두가 있으며, 세련된 뉴요커들이 일하는 사무실과 아방가르드한 클럽이 등장한다.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파리 도심의 풍광, 경쾌하고 트렌디한 음악들이 시종일관 눈과 귀를 자극한다. 해외 패션잡지를 열심히 읽은 독자라면, 그래서 현재 전세계 패션계를 이끌어가는 디자이너와 포토그래퍼, 패셔니스타의 이름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대사에 실제로 등장하는 그들의 이름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재미는 거기까지다. <섹스 & 시티>의 볼거리를 스크린으로 옮겨놓기는 했지만, 이야기의 밀도와 주제의 상징성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비하면 유머 감각도 떨어지는 편이다. 메릴 스트립의 위대한 아우라가 아니었더라면, 이 영화의 생기는 절반으로 줄어들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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