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원을 해외에서 몰래 접촉한 뒤 당국의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한 민주노동당 관계자 및 재야인사들이 공안당국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5일 지난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회합통신 등)로 민노당 전 중앙위원 이정훈(44)씨를 24일 오전 전격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과 국정원에 따르면 이씨는 올해 3월 S씨 등 재야인사 2명과 함께 중국으로 출국해 현지에서 공작활동을 해온 북한인과 만나 밀담을 나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씨 외에 2명 중 한 명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당국의 허가 없이 북한으로 들어간 혐의도 포착하고 이날 밤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중국 및 북한에서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고려대 재학시절 삼민투 위원장을 지낸 이씨는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3년간 옥고를 치른 바 있으며, 그 이후 노동운동을 하다 호주와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 왔고, 최근엔 인기 영어 교재의 저자로도 활동해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민노당은 이와 관련 "북미간 첨예한 대결 국면이 조성되자 신공안 분위기를 만들어 통일 분위기를 해치려는 국정원의 음모"라고 반발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아직 정확한 사건의 전말 드러나지 않았고 수사당국 계획 모르기 때문에 민노당으로서는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면서도 "국내외 상황이 심각한 상태에서 또다시 공안사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정부당국에 표명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또한 "이씨가 민노당 중앙위원으로서 관련 행위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노당과의 연관은 부당하다"며 "민노당 중앙위원 이정훈이라고 표기 발표한 것에 대해 국정원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1999년 5월 이 씨와 같은 이름의 남성이 독도 근해에서 통발어선의 선원으로 조업하다 동료 선원들을 흉기로 위협하고 감금한 채 월북을 시도한 혐의(국보법상 잠입탈출 등)로 2000년 3월 징역 3년이 선고된 적이 있어 동일인 여부가 관심을 모았으나 이번에 체포된 이 씨와는 다른 인물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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