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작품에 대한 전시 기피로 문제가 됐던 서울시립미술관(관장 하종현)이 학예직 연구원에 대한 부당해고로 또 다시 문화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민족미술인협회, 문화연대 등 미술·문화계 5개 단체는 10일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의 부당해고 철회 및 운영개혁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시립미술관측이 계약기간이 1년 이상 남은 계약직 라급의 학예연구원인 김지영씨를 지난 3월13일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했다"며 "김씨에 대한 부당해고 철회와 미술관의 운영정상화를 촉구했다.
<사진1 - 서울시립미술관>
***문화단체들 '부당해고' 주장**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현재 시립미술관측은 '김지영 연구원이 외부강의를 통해 영리를 취득하여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는 것과 '2002년도 소장품 구입과정에서 직무유기를 하여 훈계를 받은 바 있다'는 것을 해직 이유라고 구두로 통보 했을뿐"이라며 "외부강의나 박사과정 수강이 관례적으로 허용돼 왔고 소장품 구입과정의 직무유기는 조직운영상의 허술함이 낳은 문제로 김씨는 당시 해당 업무 담당자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문제의 핵심에는 바로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의 비문화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문화행정이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이고 "서울시립미술관 스스로가 지금까지 반복되어 온 파행적인 문화행정을 깊이 반성하고, 적극적인 운영개혁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술·문화계 단체들의 주장은 올해 초 25만명이 관람한 '밀레의 여정' 전시회를 기획했던 시립미술관 내에 손꼽히는 전문 인력인 김씨를 업무평가 'F'(자격미달)로 해고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2-기자회견장>
임정희 문화연대 시민자치센터 소장은 "하종현 관장의 비민주적인 미술관 운영을 보면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미술관이 진정 시민을 위한 미술관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문제를 만든 인물들이 책임을 지라"며 강도 높게 미술관측을 비판했다.
이성원 서울민예총정책위원장은 "김 연구원에 대한 미술관의 계약해지조치는 정당한 근거가 없는 행위"라며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김 연구원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라"고 말했다.
박찬경 포럼a 대표는 "서울시와 시립미술관은 반복되는 문제 발생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서울시립미술관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방안을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최석태 서울 민미협 대표는 "솔직히 우리나라 미술관의 운영은 아프리카만도 못한 수준"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서울시 문화정책과 시립미술관 운영이 한달이 멀다하고 사고가 터지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시장이 일을 시작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그런 사실에 비춰 보면 문제의 해결을 누가 해야 할지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신의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는 "이렇게 사고가 끊이지 않고 시립미술관의 정상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하종현 관장이 관장직 임명 이전에 결정된 것이라고 하지만 6월 밀라노에서의 '개인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닌지 우려 된다"며 "시립미술관 문제에 좀 더 신경을 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립미술관측, "자꾸 문제를 만들어 책임을 지게 한 것 뿐"**
한편 미술계의 이런 주장들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 김용원 총무부장은 "김지영씨는 공무원자격도 자질도 없는 인물 이었다"며 "멋대로 근무시간에 강의를 나가고 작가들의 작품구입 문제로 화가들의 민원이 미술관 측에 쏟아지게 하는 등 자꾸 문제를 만들어 책임을 지게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부장은 연인원 25만이 관람한 '밀레의 여정' 전시를 기획한 김씨의 업무능력이 'F'(자격미달)인 점에 대해서는 "김씨는 그 전시회에서 역할이 아주 미미 했고 실제 업무는 외부의 기획사가 대부분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현재 '상근 공무원' 신분인 하종현 관장이 6월에 밀라노에서 개인 전시회를 여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건 관장 개인의 문제라 미술관으로서는 입장을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사진3-김지영씨>
***시립미술관은 '정상화'가 절실한 기관**
한 문화계 인사는 "계약직인 서울시립미술관의 학예연구원들과 행정직 공무원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은 미술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번 해고파동은 그런 내부적인 알력에 미술관 책임자의 입김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서 생긴 일 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서울시립미술관은 '개혁'보다는 '정상화'가 절실한 기관"이라고 말했다.
한 미술평론가는 "그동안 일부 미술가들이 파벌을 만들고 일부 공무원과 결탁해 미술관 관장자리 등을 놓고 권력을 즐긴 것은 수치스런 일이지만 사실"이라며 "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고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도 전문 인력이 맡아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미술관은 화가 음악당은 음악가' 식으로 임명하던 옛 관행이 구설수를 계속 만드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