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지아 장커
출연 자오타오, 첸타이셍, 징주에, 쟝종웨이
수입,배급 ㈜이모션픽처스 |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38분 | 2004년 |
상영관 필름포럼 중국 북부 지방에서 베이징으로 온 타오는 거대한 테마파크 '세계 공원'에서 댄서로 일하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개선문, 피라미드, 피사의 사탑, 타지마할 등 전세계 온갖 명소를 축소 복제한 이 공원은 활기와 화려함으로 가득하다. 타오와 함께 고향에서 내려온 남자친구 타이셍은 지금 세계 공원의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타오는 타이셍에게 변심하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타이셍은 그들의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타이셍은 매혹적인 패션 디자이너 쿤에게 끌리는 한편, 타오의 동료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아픔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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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世界 ⓒ프레시안무비 |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스틸 라이프>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지아 장커의 2004년작 <세계>가 뒤늦게 개봉한다. <세계>는 지아 장커의 필모그래피에서 상당한 변화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소무><플랫폼><임소요> 등 주로 감독의 고향인 중국 샨시성을 배경으로 변화하는 중국 사회와 소시민의 일상을 잡아냈던 지아 장커가 대도시 베이징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든 것이다. 지난 10년 간 베이징에서 살아온 감독은 "도시 생활에 대한 나의 감회를 반영할 만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는 지아 장커의 영화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지아 장커가 처음으로 중국 당국의 검열을 정식으로 통과한 것으로, 상하이제편창의 촬영 지원과 투자를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중국 내에서 첫 공식 개봉한 지아 장커의 영화이기도 한 <세계>는 이미 2004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으며, 이어서 2005년 전주영화제에서 선보인 바 있다. 청춘들의 사랑과 아픔과 절망은 지아 장커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해왔던 주제이기도 하다. <세계> 역시 주인공 타오와 타이셍의 미묘한 관계를 치밀하게 그리는 한편, 그들의 고향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의 변화무쌍한 욕망의 청사진을 섬세하게 직조해 넣는다. 사실 경제 개발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골 청년들이 대도시 베이징에서 겪는 갈등이라는 소재는 중국 6세대 감독들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지아 장커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익숙한 이야기를 변주해낸다. 영화에는 건설 붐에 휩싸인 지금 중국 경제의 풍경이 녹아있는 한편,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춘의 표상이 담겨 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사소통하면서 오해하고 원망하며 이해하고 용서하는 그들의 모습은 독특한 감각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격렬한 감정적 변화를 겪는 타오와 타이셍의 관계는 갑작스레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세계>에는 지아 장커의 영화적 동지들의 다시 한번 힘을 보탰다. 여주인공 타오 역의 자오 타오는 <플랫폼>부터 <스틸 라이프>에 이르기까지 지아 장커의 영화에 줄곧 출연했던 배우다. 촬영감독 유 릭와이의 카메라는 <세계>에서도 여전히 유려하고 아름다운 미감을 뽐내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대만의 뮤지션 임강이 힘을 보탠 영화음악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남국재견><밀레니엄 맘보> 등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에서 근사한 음악을 선사했던 그는, <세계>에서도 모던한 감각의 음악들로 젊은 기운을 불어넣는다. 물론 지아 장커 영화의 대표적인 특징인 사운드 디자인 역시 귀를 긴장하게 만든다. 대도시에 살아가는 우리가 평소 간과했던 수많은 음향들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적극 승화시키는 이 미래 거장의 세심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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