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목경(45), 대중에게는 그리 친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80년대 중반 기타하나 들고 블루스를 배우러 영국으로 떠났다가 고국으로 돌아온 후 4개의 스튜디오 음반과 1장의 공연실황 음반을 낸 중견음악인이나 아직 서울 거리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는 오는 5월 미국 멤피스에서 열리는 ‘빌 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 에 초청공연을 갖는 최초의 한국인이자 첫 아시아권 뮤지션이기도 하다.
‘빌 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 2003’(2003년5월2일~5월4일)의 지명도는 지난 20년간 이 페스티벌을 거쳐 간 음악가들로 알 수 있다. ‘블루스의 신’ B. B킹, ‘포크송의 아버지’ 밥 딜런 같은 쟁쟁한 뮤지션들이 이 무대를 거쳐 갔고 올해 공연에도 조 코커, 윌리 넬슨, 스티브 윈우드, 쉐릴 크로우, 지지탑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연이어 열릴 예정이다.
이번 초청공연에서 그의 ‘백밴드’를 맡게 된 ‘블라인드 미시시피 모리스’만 해도 미국 대중음악사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블루스 밴드로 프랭크 시나트라, 레이 찰스, 세미 데이비스 주니어, 토니 바넷 등의 세션을 담당했던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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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연에 앞선 ‘전초전’격으로 오는 26일과 27일 대학로 동덕여대 예술센터에서의 공연을 준비중인 김목경씨를 10일 저녁 공덕동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만나 그의 음악세계와 블루스에 대해 들어 보았다.
인터뷰에서 김씨는 자신의 블루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내가 이 음악이 좋은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복음을 전파하는 것과 비슷하다. 너무 행복하고 은혜로우니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인으로 생활하며 하루도 기타를 치지 않은 날이 없다는 김씨도 "솔직히 우리 세대는 서구의 음악인들 보다 한수 아래인 것이 사실"이라며 후배 음악인 들은 좀 더 일찍 외국에 진출할 것을 권했다. 그는 또 미디어가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최소한 세상에 어떤 음악이 있는지는 공중파 방송들이 소개를 해 줬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목경 인터뷰**
프레시안 : 블루스의 본 고장인 미국의 대형 페스티벌에 초대가 된 인연은?
김목경 : 그쪽에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 블루스 뮤지션을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넷 사이트를 잘 만들어서 그랬는지 (웃음) 내가 뽑혔다. 초청할 의사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내 음반 두장을 보내 줬더니 그쪽 사람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서 나를 인터뷰하고 돌아간 후 초청장을 보냈다. 원래 나 말고도 락 밴드도 한 팀 정도 더 초청하려 했으나 결국 나만 가게 됐다.
프레시안 : 미국 공연을 앞둔 기분은 어떤가?
김목경 : 처음엔 별로 안 떨렸는데 페스티벌에서 내 ‘백밴드’를 할 사람들이 내가 LP로 음악을 들으며 동경하던 ‘블라인드 미시시피 모리스’라는 걸 알고부터는 조금씩 떨리고 있다. 내가 애릭 크립튼과 동급으로 대접을 받다니 좀 놀랍기도 하다.(웃음)
프레시안 : 블루스 하면 우리나라 ‘창’ 같이 느리고 지루한 음악으로 아는 젊은이가 많다.
김목경 : 그것은 잘 못 알려진 것이다. 블루스는 처지고 느린 음악이 아니다. 음악은 장르별로 빠르고 격렬한 곡도 있고 느린 곡이 유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색깔이 블루스음악에는 담겨 있다.
***팝(대중)음악은 블루스가 깔려야 귀에 들어온다**
프레시안 : 블루스 음악이 대중음악에서 갖는 중요성은 무엇인가?
김목경 : 쉽게 말하면 블루스가 없이는 대중음악의 실지적인 발전이 있을 수가 없다. 백만장 팔린 가요가 한 발짝 만 외국으로 나가면 한 장도 안 팔리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런가 하면 현재 세계음악시장의 8~90%는 미국이 쥔 상태다. 물론 그 안에는 다양한 경제적, 정치적 이유도 있겠지만 ‘블루스’라는 단단한 뿌리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위에서 락에서 랩까지 장르가 이어진 것이다.
세계 어디서나 팝(대중)음악은 블루스가 베이스로 깔려야 귀에 익숙하게 들린다. 영국이 미국의 음악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언어적인 문제도 있지만 미국보다 더 블루스에 심취한 음악인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에도 그쪽 사람들이 국내 락 밴드도 한 팀 정도 초청하려 직접 와서 리서치를 했으나 포기한 이유가 국내 밴드들이 ‘블루스 베이스드’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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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대중에겐 故김광석의 히트곡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원곡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사실이 기분 나쁘진 않은가?
김목경 : 사실 그 곡은 영국에서 활동을 할 때 건너집의 두 노인의 쓸쓸한 모습을 보고 한국적인 정서를 실어서 만든 곡이다. 누군가가 내 곡을 유명하게 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곡은 하나의 작품이다. 목소리가 다른 사람이 부르면 그 작품의 또 다른 맛이 있다. 나도 내 노래를 그런 색다른 느낌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으로는 계속 (방송에) 노래가 나와 저작권료나 많이 받으면 좋겠다.(웃음)
프레시안 :자신의 음악 인생에 전환점이 있다면?
김목경 : 80년대 영국에 가서 공연하고 그쪽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내 음악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특히 같이 밴드 활동을 한 레이 하이우드 (Leigh Highwood)라는 키보드 주자가 많은 영향을 줬다. 내 기타실력이 확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프레시안 : 특별히 영국을 택한 이유?
김목경 : 블루스가 탄생한 것은 미국이지만 이를 꽃 피우고 세계로 전파한 것은 영국이었고 애릭 크립튼의 고향이 영국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프레시안 : 영국에서 활동을 할 때 느낀 점이 있다면?
김목경 : 사실 우리는 아직 그들보다 한 수 아래다. 안타깝지만 인정을 해야 한다. 그쪽 사람이 장구를 우리보다 잘 칠 수 없는 것과 같다. 앞으로 어린 연주자들이 외국에 많이 나가서 배우고 익히면 그들과 같은 레벨이 될 것으로 본다.
***“하루도 기타를 안친 날은 없다”**
프레시안 : 한 분야에서 ‘선두’가 된 입장에서 연습이나 노력에 대해 말 한다면 ?
김목경 : 이렇게 말하면 될 것 같다. 난 매일 기타를 친다. 잠자리 옆에 바로 기타가 놓여 있다. 텔레비전 보면서도 계속 치기도 한다. 늘 손에 닿는 거리에 기타를 놓고 친다. 하루도 기타를 안친 날은 없다.
프레시안 : 계속 블루스를 고집한 것은 혹시 의무감 때문인가?
김목경 : 의무감은 전혀 아니다. 내가 이 음악이 좋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복음을 전파하는 것과 비슷하다. 너무 행복하고 은혜로우니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거다.(웃음) 어려서 부터 음악을 좋아하다 블루스라는 ‘덫’에 걸린 것이다. 블루스를 ‘악마의 음악’이라고도 하는데 한번 빠지면 못나오는 장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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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후배 음악인 중 기대되는 사람은?
김목경 : 내 경우에는‘블루스 베이스드 뮤지션’을 뽑는 것이 빠르겠다. 신대철(작곡가 신중현씨 아들)은 블루스를 정확히 알고 있는 젊은 음악인이다. 그리고 기타리스트 최이철과 한상원등도 블루스가 기본으로 깔려 있는 음악을 한다.
프레시안 : 댄스가수나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어린 가수들에 대한 느낌은?
김목경 : 댄스나 힙합을 하는 사람은 문제가 없다. 그들도 내가 블루스 음악을 하는 것과 같은 열정으로 한다고 믿고 싶다. 음악계가 기형화 된 책임은 미디어에게 있다. 현재 우리나라 미디어는 음악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방송의 음악담당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목경 : 대중들을 천재나 바보로 만드는 것이 TV다. 방송국 분들이 조금만 대중문화를 생각한다면 광고 같이 돈 되는 일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막강한 힘을 이용해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방향으로 나가 주기 바란다. 대중음악의 기본 베이스가 되는 블루스 음악이 전혀 소개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최소한 세상에 어떤 음악이 있는지는 공중파 방송들이 소개를 해 줬으면 한다.
프레시안 : 자신의 숨은 곡 하나를 추천한다면
김목경 : 연주곡인 ‘외로운 방랑자’를 꼽고 싶다. 3집에 들어 있다. 혼자서 블루스를 연주하는 외로운 나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곡이다. 그리고 아직 녹음은 하지 않았지만 다음 앨범에 들어갈 ‘경 블루스’도 괜찮은 곡이다.
프레시안 : 4월 하순에 있을 공연의 의미를 말 한다면?
김목경 : 공연 제목을 ‘GOING TO MEMPHIS’로 정했다. 미국 공연에 팬들과 다 같이 갈 수는 없으니까 (웃음) 국내에서 팬들에게 같은 공연을 듣고 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셈이다. 아마도 그 어느 때 보다 블루스 음악에 충실한 공연이 될 것 같다.
***내 주제가는 ‘거봐, 기타치지 말랬잖아’**
프레시안 : 끝으로 자신의 노래 중에 스스로를 나타내는 주제가를 고른 다면?
김목경 : 공연에서는 자주 불렀고 다음 앨범에 취입할 예정인 ‘거봐 기타치지 말랬잖아’라는 곡이 있다. 내 삶이 그 노래의 가사 그대로다. 이런 가사다.
기타를 치면 얼마나 돈을 벌까? 한 푼도 없네. 나는 그냥 밥만 먹고 살았네.
기타를 치면 얼마나 유명해 질까? 아무도 모르네. 히트곡이 하나도 없다네.
기타를 치면 얼마나 사랑을 받을까? 모두가 도망가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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