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평화박물관)는 18일부터 24일까지 일 주일간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평화공간 스페이스피스(SPACE*PEACE)에서 <100개의 얼굴, 100개의 망각>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9월부터 열렸던 <안녕,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의 기획전시 중 하나다. 평화박물관 측은 "2004년 폐지운동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폐지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있는 국가보안법이 일상과 어떻게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전시회"라고 밝혔다.
"100명의 얼굴은 우리 모두의 얼굴"
이번 전시회는 우선 일제의 치안유지법으로 고통받은 독립운동가로부터 사형수, 조작간첩, 학자, 예술가, 언론인 등 각계각층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의 얼굴을 보여준다. 역사 속 인물뿐만 아니라 김근태, 김문수, 심상정, 이재오, 이해찬, 한명숙 등 현재 활동 중인 정치인들의 얼굴도 사진과 그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특히 전시관의 한쪽 면에는 이들 100인의 흑백사진이 인물에 대한 설명없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평화박물관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국가보안법 논쟁이 주로 법 개정 문제에 치우쳐 있지만 실제로 그 법의 피해자는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라며 "이곳에 있는 100인은 어느 특정인물들이 아니라 한국에 살고 있는 자연인들을 상징한다"며 '이름없는 사진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 이번 전시에는 이응노 화백의 미공개 작품이 최초로 전시돼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이응노 화백이 동백림 사건으로 출옥한 직후 먹고 살 길이 막막했던 그의 동생에게 그려줬던 것으로 제목도 붙여지지 않은 채 전해지고 있으며, 현재 이돈명 변호사가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대표적인 조작사건인 인혁당 사건에 희생당한 8인의 얼굴과 이야기를 담은 이철수 화백의 '앞서 가면서'라는 2m 길이의 작품도 눈여겨 볼 만하다.
시사만화가인 고경일 교수(상명대)의 '국가보안법의 친구들과 희생자들'은 이근안, 리영희, 조봉암, 조정래 등 11명의 커리커처를 그 인물의 특징과 함께 그려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밖에도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운동 현장을 사진으로 담은 노순택 사진작가의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의 얼굴들',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얼굴을 그린 심진구 씨의 작품을 영상으로 만든 '이 사람을 아십니까', 한약장 서랍을 열면 다양한 사진이 나오는 '망각의 약', 커피찌꺼기로 만든 50개의 두상을 전시한 '갈라진 얼굴들'도 흥미로운 작품들이다.
"2006년, 아무도 국가보안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평화박물관은 지난 9월부터 '안녕,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으로 기획 전시회를 열어 왔다. 그간 국가보안법에 의해 금서로 분류된 책들을 모은 '금서 전시회'와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주요 사건들을 그린 만평을 비교해보는 '시사만화 전시회'가 개최됐다.
또 '인물 전시회'이 끝난 뒤 24일부터 31일까지는 한국의 현대사를 국가보안법을 통해 재조명해보는 전시회 <국가보안법의 역사, 역사 속의 국가보안법>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홍구 교수는 "2004년에 국가보안법이 거의 없어질뻔 했는데 2006년이 끝나가는 지금은 한국 사회에서 누구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며 "2007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가 다시 화두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기획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해성 소설가는 "보안법의 폐해에 대해 잘 실감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와 같이 공감하고 싶어 인물전을 기획했다"며 "앞으로 국가보안법 인물전은 각 대학이나 단체에서 초청한다면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회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평화박물관 홈페이지(www.peacemuseum.or.kr)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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