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춘투를 앞두고 노사문제를 다룬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올랐다.
8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잘해봅시다!’는 노사간의 갈등과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는 연극을 연습하던 극단에 배역을 맡지 못해 해고된 배우가 찾아와 난동을 부리자, 연극인들이 노사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알고 스스로 고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1- 연극준비>
출연진은 중견 탤런트 전원주씨를 중심으로 무대경력 30년의 박웅 전 연극협회 이사장과 탤런트 서학씨가 주요배역인 사장과 노조위원장을 맡아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 주고 서현철,설정빈등 대학로의 연극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강경식 전 부총리가 제작에 참여**
이 공연은 특히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이 직접 제작에 나서고 강 전 부총리가 대본집필 과정에서 극중 노사관계에 대한 조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됐었다.
공연장에 만난 강 전 부총리는 “청소년을 경제교육에 관심을 갖고 여러 방안을 구상하던 중에 경제문제에 대한 연극을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 계기가 됐다”며 “그 과정에서 사회문제를 연극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는 TIE(Theater in Education)라는 기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대상을 청소년들로 국한시킬 게 아니라 온 국민을 상대로 해서 민감한 경제문제를 연극으로 하나씩 풀어보자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게 됐다”고 제작동기를 밝혔다.
그는 “맨 처음에 구상한 것은 정리해고 문제를 다룬 연극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우선 노사문제를 다루기로 하고 1년간 연극인들과 준비를 했다”며 “특히 연극인들이 노사문제의 깊숙한 본질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장조사와 대본구성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그 과정에 최승부 전 노동부차관이 직접 조언을 하도록 소개해주기도 했다"고 마랬다.
강 전 부총리는 “대본을 쓸 때부터 어느 한편에 치우친 내용이 되지 않도록 작가들이 직접 대기업 임원실에서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천막 안까지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하고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자문까지 받아 쓰느라 구상 1년만에 겨우 대본이 완성됐다”고 강조했다.
때문인지 전체적인 연극내용은 '민중극'처럼 노사 양측의 갈등을 첨예하게 대립시키기보다는 대립 자체를 연극인들의 공연연습이라는‘극중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중화시키고 나서 중립적 입장에서 노사문제를 보려고 노력한 점이 인상적이다.
***'정책대안극'으로는 아쉬움 남아**
아쉬운 대목은 어느 한쪽 입장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극단적인 선악 이분법을 피하긴 했으나 기계적인 중립성에 머물면서 극의 갈등구조까지 약화시켜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고 노사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나 시각도 유보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점이다.
해고된 배우가 소동을 피우며 '극중극'이 현실이 되는 대목은 정서적으로는 실업문제에 대한 관객의 공감을 불러 오지만, 일반직장과 다른 연극계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노사(勞使)’문제가 아닌 모든 등장인물이 ‘노’ 혹은 '약자'의 처지에 있는 구도가 되면서 극적 갈등이 무뎌지고 그 해법도 "배우(노동자)가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 상식적 내용으로 흐르고 만다.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연출가 최용훈씨의 능숙한 무대연출이 주는 기술적인 완성도는 만족스럽지만 "노사문제는 서로가 상대방 입장에 서서 대화로 풀자"는 결론은 이 연극이 ‘국내 최고의 노동문제 전문가들이 조언하고 감수한 정책대안극’임을 표방한 것을 생각할 때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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