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18일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 압력과 관련해 "북한은 미국과 양자대화를 하는 가운데 이미 말한 '주고받는 협상'이 이뤄지면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 번 (북한에) 기회를 줘봐야 한다. 나는 그러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그 기회를 줬는데도 북한이 배신하면 그때 6자회담 참가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북한을 제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의 대화거부가 미국의 정책 실패 야기"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개막식 축사를 통해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열망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2000년 이래 북한과 직접, 간접으로 접촉한 결과로써 확실히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부시 정부는 이를 거부해 왔다. 그 결과는 미국의 큰 실패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은 악을 행한 자와는 대화할 수 없다고 하지만 아이젠하워는 1953년 북한과 전쟁 중에 대화를 해서 휴전협정을 성립시켰고, 닉슨은 중국을 찾아가 전쟁범죄자로 규정했던 모택동을 만났다. 레이건은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규탄했지만 그 악마와 대화해 소련을 개혁, 개방으로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제재도 효과 없다. 해법은 북미 양자대화"
김 전 대통령은 또한 경제적 제재에 방점을 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과 관련해 "경제제재가 시작되면 북한은 더 한층 반발할 것이고 여러 가지 위험한 충돌이 예상된다"고 우려하는 한편,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경제적 제재는 큰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경제적 제재 무용론의 근거로 "북한은 이미 상당부분 경제적 제재를 받고 있고 경제적 제재 하의 가난에 익숙해져 있다. 외세의 간섭에 대한 반발로 국민을 결속시켜 경제적 궁핍을 극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한 "중국을 위시한 몇몇 나라들이 지원을 할 수도 있고 이란과 같은 나라에 핵기술을 팔아 돈을 만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군사적 (제재) 수단은 한반도를 초토화하고 7000만 민족을 공멸시킬 우려가 크다"고 반대하며 "대안은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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