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고등검찰청과 산하 지방검찰청 국정감사에 참여한 국회법사위 조순형 의원(민주당)은 "참여정부 들어서 검찰의 공안 기구가 축소되었는데 이로 인해 공안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느냐"면서 "검찰이 국정원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서 국법질서를 바로 잡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공안시국 조성에 검찰이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
시국사범 강력대처 주장
조 의원은 "국사범이 예전의 3분의 2로 줄었는데,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살아 있기는 한 거냐"고 물어 이종백 서울고검장으로부터 "국보법은 엄연히 살아 있다. 다만 변화하는 안보상황에 맞추어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라는 답변을 받아냈다.
그러나 조순형 의원은 한층 목청을 높여 "지금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되고 있는데 이 법은 대한민국 기본법이다. 검찰은 5년 있다가 떠나는 대통령 눈치를 보지 말고 국가보안법 준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주문했다.
조 의원의 질문에 앞서서 최병국 의원(한나라당)은 평택 대추리 시위의 지도부를 구속하지 않는 등 검찰이 국사범에 대해서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임종인 의원(열린우리당)은 대추리 시위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신청한 영장이 이례적으로 높은 기각률을 보였는데, 이것은 검찰이 영장 신청을 과도하게 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임 의원은 또 "정부가 대추리 농민을 상대로 토지수용을 위해서 경찰과 군인을 동원해서 행정대집행을 한 것은 불법이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임 의원 주장에 따르면 행정대집행은 집달관을 통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찰과 군인을 동원한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임종인-노회찬 vs 주성영, 이건희 증인채택 '2라운드'
한편 이날 국감에서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증인채택 건을 놓고 임종인-노회찬 의원과 주성영 의원 사이의 한바탕 설전이 오갔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임종인 의원. 그는 검찰이 2000년 에버랜드 사건 수사를 시작한 이래 한번도 이건희 씨를 소환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며 "어제 법사위의 모 야당 의원이 국가 경제에 기여가 큰 기업인은 국회가 부를 자격이 없다고 했는데, 검찰도 마찬가지로 기업인을 부를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 불렀느냐"고 전날 주성영 의원의 발언을 넌지시 비꼬았다.
'모 야당의원"으로 지칭된 주성영 의원은 당연히 발끈했다. 그는 신상발언을 신청해서 자신이 이건희 씨를 증인으로 소환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를 다시 설명했다.
그러나 주 의원의 설명 중에 "청와대와 정치권은 한 일이 없는데, 그래도 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기업이다. 그런 마당에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는 현직 CEO를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이번엔 노회찬 의원을 자극했다.
노 의원 역시 신상발언을 얻어 "어제 우리는 고등법원 국정감사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현직 CEO들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린 판사들을 비판했다. 그래 놓고 우리가 똑같은 이유로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소환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국회가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라며 주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노 의원은 이와 함께 "지금 시중에는 제2의 X파일이 곧 공개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X 파일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한다"며 이 회장을 소환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추가했다.
"검찰, 사행성 게임 수사하는 거냐"
이날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감에선 검찰의 지지부진한 사행성 게임 수사도 도마에 올랐다.
이주영 의원(한나라당)은 "2005년 11월에 대검찰청의 지시로 사행성 게임 수사를 시작했던 서울 동부지검이 금년 4월에 수사를 중단한 이유, 그때까지 수사한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한 "서울동부지검이 수사를 시작하기 전에 감사원이 감사를 하고 있었는데 동부지청에서 자료를 모두 가져가는 바람에 감사를 중단했다"며 "동부지청이 수사도 하지 않으면서 감사원 감사만 못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시중에는 현정권과 가까운 전의원 K씨와 현 정권의 실세인 L의원, Y의원이 상품권 업체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으며, 특히 L의원은 문광부 국장을 부산으로 불러 '상품권을 이미 20만 장이나 발행했는데 그것 하나 처리 못하느냐'고 질타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현 정권 실세 연루설을 검찰이 밝혀낼 것을 요구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왜 검찰이 인어이야기, 황금성, 바다이야기의 인기도가 낮은 순서로 수사를 했느냐", "노지원 씨가 검찰의 압수수색 전날에 사퇴했는데 검찰 내부에서 알려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냐", "나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장 중의 한 페이지가 노지원 씨가 바다이야기 사건과 관련 없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데 그것이 수사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으로 검찰을 압박했다.
나 의원은 사전에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선 "바다이야기의 제조업체인 지코프라임의 우전시스텍 인수를 통한 우회상장 과정에 정부 차원의 비호,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의 중심에 대통령의 조카인 노지원 씨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지원 씨는 2003년 11월에 자기가 취득한 우전시스텍의 주식을 반환했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반환했는지, 명목상으로만 반환한 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창업투자사인 무한투자㈜의 우전시스텍 경영권 인수 사실을 사전에 알고 공동투자자들을 모집하는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닌지를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히라"고 요구했다.
조순형 의원도 서울동부지검이 사행성게임 수사를 하다가 중단한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거들었다.
답변에 나선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해 11월에 대검의 첩보로 사행성게임 수사를 시작해서 로비스트 지목자 차명계좌 추적, 무인가 상품권 발행회사 대표 1명 구속 기소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금년 4월 대검찰청으로부터 다단계판매회사인 제이유(JU)사건을 수사하라고 지시를 받아 수사인력을 그 쪽으로 돌리는 바람에 수사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년 8월에 서울중앙지검이 본격적으로 사행성 게임사건 수사를 시작해서 그때까지의 모든 수사자료를 서울 중앙지검에 넘겨줬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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