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UN이 정한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빈곤 해결을 위한 사회연대', 전국빈민연합, 노숙당사자모임 등 사회·인권단체들이 서울역 앞 광장에서 빈곤철폐를 촉구하면서 채택한 '가난한 이들의 권리 선언문'의 한 대목이다.
이들은 또 "우리는 빈곤에 저항하는 직접행동을 통해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이날 오전 11시부터 12시간 동안 '직접행동'의 일환으로 현재 쓰이지 않고 있는 구 서울역사 내 미군 여행장병안내소(TMO)를 점거하고 이곳에서 영상제 및 인권교육, 인권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GDP는 세계 11위이지만 생계형 자살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민총생산(GDP)이 세계11위 규모를 차지하지만 생계형 자살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돈이 없어 전기와 수돗물을 사용할 수 없는 사연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뼈 빠지게 일해도 빈곤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절망이 지금 우리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이들은 빈곤의 확대와 심화의 원인으로 1998년 IMF를 거치면서 등장한 노동시장의 유연화, 공공부문의 민영화 등에 따른 저임금 불안정 노동과 실업, 공적 사회서비스의 높은 비용 부담을 지적한 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1998년에 경험한 IMF의 10배 이상의 사회적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한미 FTA를 '사회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졸속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이들은 "정부는 올 초부터 양극화 해소를 주요 국정지표로 선전하며, 마치 지금 대다수 서민들이 겪는 빈곤의 양적 확대와 질적 심화를 가리켜 '양극화 담론'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일부 극소수의 고소득자를 제외하고 다수가 빈곤한 사람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양극화 담론은 적절하지 않으며 원인과 현상을 흐리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빈곤에 관한 정부의 정책은 인권에 기초해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며 "식량, 주거, 의료, 교육 등 기초적인 공공영역을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필수서비스로 만들고, 이것을 보편적으로 실현할 수 있게 구현하자"고 주장했다.
"공공역사는 빈민들의 삶의 터전이어야 한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무엇보다 우리는 극단적 빈곤상태에 놓여 있는 노숙인과 노점상이 직면하고 있는 생존의 위협에 주목한다"며 ""얼마 전 영등포역에서 숨진 두 노숙인의 사례는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공역사가 점차 사유화, 민영화되면서 쫓겨나는 노숙인, 노점상의 생존권은 위태롭기만 하다"며 "서울시만 하더라도 3000여 명에 가까운 노숙인들이 시설과 거리를 오가고 있고 백만여 명의 노점상들이 개발과 민영화의 명분 속에서 더욱 주변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빈민연합의 최인기 사무처장은 "과거부터 공공역사 주위는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재래시장과 노점상이 발달할 수 있던 삶의 터전이었다"며 "공공역사는 단지 이동권만 보장되는 곳이 아니라 생존권이 보장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 서울역사 내 미군 TMO에 '노숙인지원 SOS센터' 만들자"
이날 빈곤철폐와 관련된 인권교육 및 워크숍은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고 있는 구 서울역사 옆 미군 TMO를 점거한 채 진행됐다.
이들은 이곳을 선정한 이유로 "무엇보다 비어 있고, 이런 공간을 노숙인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긴급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사용되지 않는 공간은 그 공간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주어져야 하며, 재산권으로서가 아닌 인권으로서의 주거권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빈곤사회연대의 유의선 사무국장은 "현재 서울역을 비롯해 서울시내 공공역사에는 노숙자뿐 아니라 역사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한 긴급의료체제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현재 쓰이지 않고 있는 미군 TMO 건물을 개조해 구급약과 침상 등을 구비하고 가출인 상담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SOS센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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