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및 영국의 로이터 통신과 잇달아 인터뷰를 갖고 북미 양자대화를 거듭 촉구하는 한편, 대북 안전보장과 금융제재 해제 등의 조치를 촉구했다.
"美, 대화 거부로 많은 것을 잃었다"
16일 뉴스위크와 로이터 통신 보도 등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이 제시하는 북한 핵실험 사태의 유일한 해법은 북미 양자대화다. 김 전 대통령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 테두리 내에서건 밖에서 하건 미국이 북한과 대화의 채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과 왜 대화를 안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화는 악마하고라도 필요하면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군사적 제제는 물론이고 경제적 제재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결국 이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다. 문제는 더 악화될 뿐이다"고 경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은 미국과 관계개선을 열망하고 있다. 지금도 가능성이 있고 희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이 북한에 고위급 특사를 보내는 방안에 대한 물음에 "북한에 특사가 간다면 미국 정부가 가장 신임하는 미국의 지도자가 가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대북 특사의 전제조건 역시 "부시 대통령이 군사제재나 경제제재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를 추구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함으로써 많은 것을 잃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미 행정부는 안전보장과 금융제재의 해제라는 평양이 바라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대북 제재의 효과에 대해선 "북한은 이미 빈곤에 익숙하다. 또한 어려움에 처하면 중국과 같은 나라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무용론을 폈다.
"2001년 한미정상회담부터 일이 틀어져"
김 전 대통령은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은 2001년 한미정상회담을 회상하며 "(당시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 정권의 정책을 계승하고 내가 앞장서면 우리 정책을 지지하겠다고 합의했지만,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런 합의는 제쳐놓고 '북한은 백성을 먹여 살리지도 못하는데 무슨 핵무기 개발이냐'고 공격했다. 그래서 합의된 것이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 때부터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고, 북한은 NPT를 탈퇴하는가 하면 IAEA 요원들을 추방시켰다"며 "만일 클린턴이 합의했던 것을 그대로 계승했더라면 문제는 해결됐을 것이다. 그 점에는 매우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또한 2002년 한국에서 이뤄진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무력공격하지 않겠다. 북한과 대화하겠다. 북한에 식량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그 후 실천이 안됐다"면서 "이런 사태에 대해 내가 얼마나 실망을 했고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실망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향후 한국과 중국의 역할에 대해선 "확보한 통로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체제로 돌아가도록 설득하고 미국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도록 유도하면서 남북관계에 서로 긴장을 조성시키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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