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연쇄 살해를 자백한 베로니크 쿠르조(38) 부부의 진술과 행동에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많아 프랑스 수사 당국이 진실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로니크가 11일 범행을 자백한 이후 부부의 진술을 종합하면, 아내가 3차례나 출산ㆍ 살해를 반복했는데도 불구하고 남편 장-루이(40)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장-루이에 유리한 증거는 그가 지난 7월 23일 한국 경찰에 냉동 영아들의 존재를 자발적으로 신고했고 수사에 협조했다는 점 이외에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 부부 사이에서 잇따라 아기들이 태어났다면 이들이 성관계를 지속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더욱이 이들이 평소 각방을 쓰지도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점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일부 입증됐다. 투르 경찰 책임자는 베로니크가 남편에게 범행을 털어놓자 두 사람이 서로 꼭 껴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하면서 "이들은 명백히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평소 잠자리를 같이 한 상황에서 남편이 아내의 임신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프랑스 수사진의 판단이다. 더욱이 장-루이는 출장 때를 제외하곤 거의 매일 저녁 집으로 퇴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장-루이에 따르면 아내의 임신을 의심한 적이 있었다. 1999년 모로코 여행 때 임신을 의심해 여부를 물었으나 아내가 부인했다는 것이다.
장-루이가 냉동고 속 영아의 존재를 몰랐다는 주장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장-루이가 이따금 출장을 떠났었다고 해도 그가 냉동고를 전혀 열어보지 않았을 리 없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가 시원하게 보관하려고 보드카 병을 냉동고에 넣곤 했다는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중죄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격인 수사판사는 장-루이를 살인 공모 혐의로 조사한 뒤 일단 석방했지만 출국 금지 조치와 함께 범행 연루를 뒷받침할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베로니크의 진술 내용이 잇따라 전해지는 가운데 일간 리베라시옹은 주말판에서 베로니크의 진술을 인용해 영아 사체들을 냉동고에 보관한 경위를 전했다.
베로니크에 따르면 한국의 집에서는 벽 난로가 기능하지 않아 출산 직후 어쩔 줄 몰랐는데, 그렇다고 아기들을 사라지게 할 용기도 없어 사체들을 보관했다는 것이다.
'아기들을 더 이상 원치 않았다'는 베로니크는 그러나 왜 피임약 복용을 중단했는지, 임신 중절을 왜 안 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임신 중 아기 살해를 유도한 어떤 충동을 느꼈었다는 진술도 했었다.
이에따라 수사 판사는 베로니크의 정신 감정을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에게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쿠르조 부부의 내재된 인성 등을 분석해 산후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이 있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베로니크는 프랑스 법에 따라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 등 정상이 참작돼 일반적으로는 감형을 받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아 살해는 일반적으로 물질적ㆍ문화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데, 쿠르조 부부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점도 의아하다.
이 부부에게는 장-루이가 받은 4000~5000유로(500만 원 안팎)의 월급은 물론 베로니크가 프랑스 학교 보모 일로 벌어들인 1000유로의 수입도 있었다. 이 부부는 또 회사가 임대료를 제공하는 260㎡의 빌라에서 살았었다.
프랑스 사법당국은 또 한국에 수사요원 3명을 파견해 자백을 뒷받침할 물증 확보 등 현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프랑스 요원들은 한국에서 수사를 직접할 수는 없고, 양국 사법공조의 틀 안에서 한국 경찰의 협조를 받아 활동을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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