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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숲으로 바꾼 질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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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숲으로 바꾼 질긴 여자"

[화제의 책] <사막에 숲이 있다>

"모래밖에 없던 사막에, 스무 살 처녀가 가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막에는 이제 숲이 생겼습니다."

동화에나 나올 듯한 이 이야기는 중국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이다. 황사의 진원지라고 알려진 중국 네이멍구의 마오오쑤 사막. 그곳에서 20년 넘게 나무를 심어 거대한 숲을 일군 여인 인위쩐에 대한 이야기가 <사막에 숲이 있다>는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방송작가인 이미애 씨가 인위쩐을 만난 때는 지난 2003년 초여름이었다. 그는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받았던 잊지 못할 충격을 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전했다.

인위쩐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4월 식목일에 KBS <수요기획>에서 보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꽃을 심으면 안 될까요?"
▲ ⓒ프레시안

타클라마칸, 고비, 바다지린 사막과 함께 중국의 4대사막으로 꼽히는 마오우쑤 사막은 모래바람과 움직이는 모래언덕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황사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한때 푸른 초원이었던 마오우쑤는 무차별 벌목과 양떼로 인해 사막으로 변했다. 거기다 기온 상승까지 겹쳐 사막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때때로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숨이 막혀 사람이 살기조차 힘들어보이는 이 곳에서 1985년 당시 20대 청년 바이완샹은 혼자 살고 있었다. 친구와 친척들이 사막에 지쳐 떠나갈 때도 겁많던 그는 외지에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는 이유로 남아있었다.

그때 갓 스무살이던 인위쩐은 그런 바이완샹에게 시집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우연히 알게된 바이완샹의 부모에게 "딸을 시집보내겠노라"고 약속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사막에 온 지 한참이 지나서였다.



사방에는 모래뿐이고 길조차 없는 사막에서 몇날 며칠을 통곡으로 보낸 인위쩐은 그를 지켜보던 바이완샹이 따라 우는 모습을 보고 점차 원망이 연민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렇게 희망의 말을 먼저 건넨 쪽은 인위쩐이었다. "여기에 꽃을 심으면 안 될까요? 꽃이나 나무가 자라면 여기도 사람 사는 곳 같지 않을까요?"라고.

숲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꿈

'그래, 내가 빠져나갈 수 없다면 차라리 이곳을 살 만한 땅으로 만들자. 모래를 퍼 먹고 살 수는 없잖아?'

그때부터 인위쩐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됐다. 새벽 3시에 집을 나서 70리길을 걸어가 도착한 묘목상에서 종일 일한 댓가로 얻은 백양나무 묘목 30 그루. 그 묘목을 업고 다시 돌아와 나무를 심었다. 나무에 준 물이 단 한 방울이라도 옆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모래를 쓸어 올려 둥그렇게 둑을 만드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러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모래 위에서 버티던 나무들은 며칠 뒤 모래바람에 전멸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인위쩐은 포기하지 않았다. 임업국에 약간의 임차료를 내고 얻은 넓은 사막땅에 그녀는 다시 600그루를 심었고 그 중 200그루가 살아났다. 두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든 4㎞의 울타리와 7㎞의 용수로가 나무를 살린 것이다.

자신감을 얻은 인위쩐은 이후 죽기살기로 나무심기에 매달렸다. 과도한 작업량으로 인해 첫 아이를 조산하고, 둘째 아이를 유산하기까지 했지만 인위쩐은 "10년 안에 눈앞의 모든 모래 언덕을 숲으로 만들겠다"는 집념 하나로 나무 심기를 계속했다.

실패를 반복하기를 7여 년. 마침내 인위쩐은 사막에 나무를 심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것은 바람의 방향을 읽는 것이었다. 그 뒤로 사막을 살리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조림 성공률도 80~90퍼센트까지 높아졌다. 나무가 살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지문이 닳도록 풀씨를 털어내 자루에 담아 모아 모래에 풀씨를 흩뿌리기도 했다. 풀씨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날 확률은 만분의 일, 10만분의 일에 가까웠지만 군데군데서 가는 싹들이 돋아났다.

살림도 조금씩 불어났다. 학교도 다니지 않았던 인위쩐은 "나무가 살 수 있으면 채소도 살 수 있다. 채소가 살면 사람도 산다"는 생활의 철학으로 밭을 일구고 채소도 가꿨으며 닭, 돼지, 양도 한 마리씩 불려갔다.

사막생태 복원운동의 유명인사가 되버린 '사막의 전사'

처음 나무를 심은 뒤 15년 가까이 지난 1999년, 도시에 갔던 인위쩐이 우연히 신문기자들을 만났다. 사막에 숲이 있다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란 그들은 실제로 몇 달 뒤 징베이탕을 방문해 눈 앞에 펼쳐진 초록빛 숲과 밭을 보았다. 그 계기가 아니었다면 사방 수십 킬로미터 안에 아무도 살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서 일어난 이 기적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뒤 인위쩐은 신문과 방송을 타고 중국 전역에 알려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중국 사막 생태 복원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인사가 됐다. 우센 기의 농업계 고등학교 학생, 산둥 성의 군인, 허베이 성의 정부 관리, 산시 성의 농부와 유목민 등이 징베이탕에 와서 인위쩐이 이뤄 놓은 성과를 목격했고 또 몇 달씩 묵으며 일손을 돕기도 했다.

버려졌던 땅에 숲이 생기고, 길이 뚫리고, 우물이 생기고, 전기가 들어오는 것을 본 인위쩐과 바이완샹의 친척들도 하나둘 그녀를 도우러 사막으로 들어왔다. 풀조차 살기 힘들던 징베이탕에서 2002년 한 해 옥수수를 재배한 면적이 4000평이었으며 같은해 참마 5000㎏, 메밀 1500㎏, 녹두 3000㎏을 거둬들였다.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인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정부로부터 사막을 빌려 나무를 심을 수 있었지만 정작 그 힘들고 무의미해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인위쩐 식 나무 심기가 사막화에 대항하는 최고의 기술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퍼졌다. 아무 것도 모르고 죽기살기로 나무 심는 데 몰두했던 한 여인이 정부가 전문가들의 힘을 빌려 주도한 사막 생태 복원 사업보다도 더 좋은 결실을 맺었다.

20년 전 사막에 남겨진 뒤 1주일 간 먹지도 않고 펑펑 울었던 여자. 그리고 정부의 지원금 한 푼없이 사막 1400만 평을 오아시스로 만든 질기고도 강한 여자 인위쩐. 그는 오늘도 풀씨자루를 들고 아직도 모래로 덮여 있는 사막을 찾아가 풀씨를 뿌린다. 이제 사막은 그에게 황금빛 미래를 약속하는 기회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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