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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겐 극찬의 영화, 누구에겐 최악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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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겐 극찬의 영화, 누구에겐 최악의 영화

[뷰 포인트]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보는 두가지 시선

올리버 스톤 감독에게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비평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그의 최근작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 역시 예상대로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영화평론가 A O 스콧은 "베토벤이 지휘하듯 탁월한 편집" "첫 프레임부터 마지막 프레임까지 감동적인 촬영"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일간지인 가디언의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그로테스크하게 지루하고, 엉성한 연기에, 반동적인 시각의 영화"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브래드쇼는 이 영화에 최악 수준의 평점인 별 한 개(다섯개 만점)를 줬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프레시안무비
논쟁적 영화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대한 상반된 두가지 시선을 대표하는 두 평론가 리뷰의 주요내용을 소개한다. ▲ A O 스콧(뉴욕타임스 8월 9일자) 미국내에서 올리버 스톤을 제외하고, 9.11테러처럼 강렬한 감정의 순간을 서사시의 스케일로 연출할 수 있는 감독은 사실 없다. 그는 베토벤이 지휘하듯 마에스트로답게 편집을 함으로써, 이미지를 선동적인 웅변으로 창조해내는 감독이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시나리는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감정의 핵심을 짚어내고 있으며, 촬영 감독 시머스 맥거비의 촬영은 첫프레임부터 마지막 프레임까지 거의 참을 수없으리만큼 감동적이다. 배우들도 자신만의 뉘앙스와 미묘함을 잘 살려냈다. 주인공 역의 니콜라스 케이지는 내면의 힘을 그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케이지는 다른 영화에서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는데, 캐릭터의 피곤에 지친 철학자적인 면모를 표현해냈다. 스톤감독과 시나리오작가 벨로프는 과거와 일정거리를 두는 한편 9.11의 정치학으로부터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영화는 이상한 노스탈자를 자아내는 그 날 (9월 11일)의 감정적인 실체를 놀라울 정도로 재창조해냈다. 즉,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는 심정이 아니라, 테러 공격이 창조한 그 날의 특별한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란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스톤 감독은 현재로부터도 거리를 둠으로써, 미국인들이 겪은 비극을 깊은 슬픔으로 바꾸어놓았다. ▲ 피터 브래드쇼 (가디언 9월 29일자) 세상에는 너무나 끔찍하며, 솔직하지 않고, 평범한 영화들이 있다. 이런 영화들은 존재자체가 스캔들이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센티멘털한 홀로코스트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그랬다. 그런데 그런 영화가 또 한편 나왔다. 올리버 스톤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크로테스크하게 지루하고, TV 드라마 같은 엉성한 연기에, 9.11테러의 글로벌 지정학적 악몽에 대한 정의를 규명하는데에도 실패한 영화다. 이런 주제(9.11테러)를 갖고 이처럼 우둔한 영화를 만들기도 불가능할 것이다. <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규모만 크고, 멍청하며, 역사와 이념을 회피한 반동적인 작품이다. 스톤감독은 출연배우 모두로부터 가짜 연기를 끌어내고 있다. 주인공들은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리게 되는데, 스톤은 복잡한 감정을 지닌 진짜 인간으로서의 이들을 전혀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관객들은 두시간동안 지루함만을 느끼게 될 뿐이다. <월드 트레이드센터>와 비교하면 폴 그린그래스의 <유나이티드 93>은 미국 국민들의 용기에 대해 진정으로 헌사를 바친 영화라 할 수있다. 최악은 마이클 새넌이 연기하는 해병대 영웅 칸스 캐릭터이다. 영화 끝부분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 복수를 위해선 이 세상에 선한 사람이 필요하다." 이 세상이라니, 정확하게 어디를 말하는 건가. 올리버 스톤은 자기 아이큐에서 스스로 100점을 줄인 것인가? 이 영화에 비하면, < 유나이트 93>과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은 용기있는 행위를 생생하게 그렸으며 , 보다 책임있는 접근방식을 취한 작품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 영화들이 거대하고 멍청한 영화들에 의해 변방으로 밀려나게 되는 상황이다. 그런 생각만 해도 골치가 지끈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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