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자벨 코이젯
출연 사라 폴리, 마크 러팔로, 데보라 해리, 스코트 스피드먼, 레오노르 와틀링
배급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06분 | 2003년 |
상영관 씨네큐브 광화문 앤(사라 폴리)은 밤마다 대학 건물의 청소부로 일하며 두 딸을 키우는 23살의 젊은 여성. 따뜻하게 몸을 누일 집 한 칸이 없어 어머니(데보라 해리)의 집 마당에 트레일러를 세워놓고 사는 형편이지만 앤의 가정에는 사랑이 넘친다. 그러던 어느 날 임신인 줄 알고 찾아간 병원에서 앤은 자궁암 진단을 받는다. 병원을 드나들며 수술을 받는 대신 차분히 남은 인생을 정리하기로 한 앤. 앤은 카페에 앉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10가지'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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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는 내 인생 My Life Without Me ⓒ프레시안무비 |
갑작스런 암선고를 받고 비를 흠뻑맞으면서도 주인공 앤은 결코 울지 않는다. <나 없는 내 인생>은 눈물을 쏟는 대신 오히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살아있는 기쁨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이 영화가 여타의 신파영화들과 확연히 다른 길을 보여주는 건 그때문이다. 이 영화는 죽음을 얘기하되 죽음을 그리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는 삶과 희망이 그려지지 않지만 오히려 바로 그점을 얘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주인공 앤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녀의 죽음을 통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등장인물 중에는 완벽하게 잘난 사람도 완벽하게 못난 사람도 없다. 의사는 환자를 마주보고 불치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앤의 옆자리에 앉고, 따뜻한 마음의 직장동료도 그저 하루 종일 다이어트 이야기만 할 뿐이다.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임시직을 전전하는 신세인 남편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앤의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다. 모두들 가끔씩 다투기도 하지만 부족한 만큼 서로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영화는 훌쩍이는 대신 미소를 머금는다. 그 미소 속에서 영화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더 많이 찾아낸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앤은 목놓아 우는 대신 자신의 지나온 삶을 긍정한다. 그 긍정의 힘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까지 전파되고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게 되는 데까지 나아간다. 작은 영화의 몸집으로 삶의 큰 의미를 되돌아보는 영화답게 <나 없는 내 인생>을 꾸민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일이 흥미롭다. 이 영화를 제작한 이는 <그녀에게>, <나쁜 교육>, <귀향>을 감독한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녀에게>에 출연한 바 있는 레오노르 와틀링이 앤이 아이들의 새엄마로 점 찍어두는 이웃집 여자로 나온다. <인 더 컷>, <이터널 선샤인>으로 국내에도 얼굴을 알린 마크 러팔로도 앤의 마지막 연인으로 등장한다. 무엇보다 사려 깊게 죽음을 준비하는 앤으로 분한 사라 폴리의 감성적인 연기가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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