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후루하타 야스오
출연 토키와 타카코, 이세야 유스케, 카가와 데루유키
수입,배급 아미가스 필름 |
등급 미정
시간 103분 | 2004년 |
상영관 미정 1930년대의 만주 모란강 지역. 일본인들은 자국의 이주 정책과 함께 커다란 미래를 쫓아 만주 땅을 밟는다. 나미코(토키와 타카코) 또한 남편 모리타(카가와 데루유키)와 함께 관동군 중좌 오오스기의 도움을 받아 만주에 주조(酒造) 공장을 차리고 군수업체로 성장해간다. 사실 오오스기는 나미코의 옛 연인. 모리타는 아내의 첫사랑인 남자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번창시켰다는 점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러는 사이 냉철하면서도 이지적인 매력의 일본인 히무로(이세야 유스케)가 만주에 새로이 등장한다. 히무로는 나미코와의 만남을 즐기는 한편 나미코의 집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는 러시아 여성 엘레나와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1945년, 러시아의 참전으로 전쟁에서 일본군의 기세가 꺾이면서 만주의 낭만도 산산조각 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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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 赤い月 ⓒ프레시안무비 |
<붉은 달>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일본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일본영화 중에서도 근대 전쟁사를 배경으로 한 서사드라마가 국내에 소개되기는 이 영화가 거의 처음이다. 일본인들은 영화를 통해서나마 전쟁에 대해 자성하고 있는가. 이 영화를 보는데 있어 중요한 감상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붉은 달>은 나카니시 레이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나카니시 레이의 소설 <붉은 달>은 작가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주인공 삼아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영화 <붉은 달> 또한 전쟁의 풍파 속에서 삶에 대한 원초적 집념을 아끼지 않았던 한 여성의 끈질긴 일대기를 그려 보이고 있다. 영화의 초반에 집중적으로 펼쳐지는 무채색의 화면 속에서 주인공 나미코는 종종 혼자 붉은 옷을 입고 등장한다. 나미코는 남편의 옆에서 당당하게 다른 남자에게 춤을 청할 만큼 자유분방한 여성이다. 아들의 출정 축하식에서는, 도대체 아들을 전쟁에 내보내는 게 박수칠 일이냐며, 만세를 부르는 군중들 속에서 혼자 비통한 얼굴로 자리를 뜬다. 한마디로 나미코는 국가의 운명이나 남의 눈치에 상관없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당찬 여성이다. <붉은 달>은 2차대전의 풍파를 겪는 나미코의 인생역정을 통해 국가와 민족과 같은 거대서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려는 개인의 뿌리깊은 생명력에 주목하려 한다. 모리타를 통해서는 국가와 명예와 같은 대의명분을, 히무로를 통해서는 전쟁의 폭력성과 전쟁에 대한 죄의식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세 인물들을 통해 각각의 주제를 펼쳐 보이기에는 영화의 무대가 다소 비좁다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격변의 대서사를 담아내기에 2시간의 러닝 타임이 지나치게 짧아 보인다. 대하소설이 영화로 바뀌는 과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오류들, 이야기의 맥락이 듬성거리고 인물들간의 호흡이 충돌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역사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있어 영화적 상상력이 문학적 상상력을 뒤좇기가 종종 얼마나 버거운 일인 가를 영화 <붉은 달>은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문학을 먼저 읽을 것인가, 영화를 먼저 볼 것인가. 사람들은 종종 똑같은 고민을 되풀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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