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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곧 부산으로 간다

[Film festival]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베스트 12편

10월 12일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9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올해로 열 한번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부터 20일까지 전세계 63개국에서 출품된 총 245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세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는 PIFF 역사상 최다인 64편이 상영된다. 한국 장편영화부문은 한국영화의 제작편수 증가와 질적 다양화를 반영하며 올해부터 파노라마, 비전, 스페셜 프리미어 세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동시대 프랑스 작가들'과 같이 깊이 있는 특별기획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올해는 영화의 바다에서 무엇을 건져 올릴까? 치열한 예매경쟁에 뛰어들기 전에 예습은 기본이다. 이제 서서히 컴퓨터에 앉아 예매전쟁에 열을 올릴 당신에게 대어 급 영화 몇 편을 소개한다. 아시아 영화 부문에서부터 새로운 물결 부문,월드 시네마 부문 그리고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까지, 필견의 영화들을 모았다. . 아시아 영화의 창 - 말레이시안 뉴웨이브에서 거장 차이밍량까지 <다시 사랑한다면 Before we fall in love again> 감독 제임스 리 | 말레이시아 | 2006 | 99분
<다시 사랑한다면>을 연출한 제임스 리는 현재 말레이시안 뉴 시네마를 이끌고 있는 젊은 감독이다. 저예산 독립영화로 출발한 그는 또 다른 말레이시안 뉴웨이브 감독 호 유항의 작품을 제작하며 말레이시안 영화산업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시 사랑한다면>은 사라져버린 아내를 찾아 떠나는 한 남자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한 달간 실종상태인 아내를 찾아 창은 평소 아내가 꿈꾸던 프라하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여행 전날 밤 창이 아내의 애인이라 주장하는 통을 만나면서 이들의 기이한 동행이 시작된다. 제임스 리 감독은 이들의 특별한 동행을 통해 사랑과 관계에 대해 성찰한다.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 I don't want to sleep alone> 감독 차이밍량 | 대만 | 2006 | 115분
작년 <흔들리는 구름>으로 PIFF에서 화제를 모았던 차이밍량의 신작. 현대인의 외로움에 대한 그의 주제는 이번 영화에서도 계속된다. 길에 쓰러진 노숙자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 극진히 보살피는 라왕과 식물인간이 된 여주인의 아들을 돌봐야 하는 커피숍 웨이트리스는 어쩐지 처지가 비슷하다. 그러나 운명은 희망과 반대로 흐른다. 몸이 회복된 노숙자는 웨이트리스와 가까워지고 이에 라왕은 절망한다. 이번 영화에서 차이밍량의 연출은 더욱 건조하고 치밀해졌으며 차이밍량의 페르소나 리 캉생은 잊지 못할 연기를 펼쳐 보인다. <하나 Hana>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일본 | 2006 | 127분
<환상의 빛>(1995)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고, <아무도 모른다>(2004)로 현대 일본 사회를 조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번째 사극. 1702년 시골무사 아오키 소자에몬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가나자와 주베이를 찾아 에도로 온다. 그러나 가나자와의 행방은 묘연하고 아오키는 마을에 머물며 과부 오사에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가나자와는 과거를 등지고 가족들과 성실한 삶을 살고 있다.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오카다 준이치, 미야자와 리에, 아사노 타다노부 등 일본 스타배우들이 한데 참여했다. <일루전 Illusion> 감독 파올로 비야루나, 엘렌 라모스 | 필리핀 | 2005 | 116분
젊은 청년 미겔은 화가인 아버지가 있는 마닐라를 방문한다. 어느 날 아버지의 누드모델이 집을 찾아오고 그녀에게 반한 미겔은 아버지 행세를 한다. 누드모델과 거짓된 관계를 지속해나가면서 미겔은 아름다움과 욕망, 사랑에 눈 뜬다. 영화는 야릇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지만 미겔이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성장영화다. 낡은 듯한 캐릭터와 영상은 오히려 영화의 에로틱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 새로운 물결 - 사랑과 청춘의 다양한 빛깔 <영원한 여름 Eternal summer> 감독 레스티 첸 | 대만 | 2006 | 95분
1981년생인 레스티 첸은 현재 대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이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쩡싱과 슈헹, 그리고 그들의 여자친구 후이지아. 그들은 스무살의 문턱에서 미묘한 감정변화를 겪으며 새로운 관계를 맞이한다. 쩡싱은 자신이 슈헹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슈헹은 후이지아를 사랑하게 된다. <영원한 여름>은 성장영화이자, 퀴어 시네마이고, 청춘 로맨스 물이다. 대만과 홍콩 인기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다수 제작했던 감독 레스티 첸은 각각의 사랑에 빠진 세 인물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경의선> 감독 박흥식 | 한국 | 2006 | 107분
<역전의 명수>(2005)로 데뷔한 박흥식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사랑 때문에 겪게되는 사람들의 상실감을 촘촘하게 엮어낸다. 성실한 지하철 기관사 만수는 매번 빵과 잡지를 전해주는 여인에게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날 만수의 열차에 뛰어 들어 자살한다. 충격에 사로잡혀 여행을 떠난 만수는 그곳에서 유학시절 사랑한 유부남 선배를 잊지 못하는 한나를 만난다.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된 두 사람. 전작 <역전의 명수>에서 드러나지 못했던 박흥식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하얀 아오자이 The white silk dress> 감독 후인 루 | 베트남 | 2006 | 136분
이 영화는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에 바치는 일종의 헌사다. 아오자이는 베트남 여성의 고결하고 순수한 의지를 상징하는 의복. 50년대 베트남 호이안, 지주 밑에서 하인생활을 하던 다우와 구는 주인집을 나와 가정을 꾸리고 산다. 하지만 가난과 전쟁에 휘말린 이들은 계속해서 엄청난 비극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다우가 남긴 아오자이를 지키며 역경을 극복해나간다. 시련과 극복을 극적으로 오가는 드라마 전개는 다소 신파적이지만, 이 영화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 한국영화의 오늘 - 한국 독립영화 스타감독들의 컴백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감독 노동석 | 한국 | 2006 | 93분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데뷔작 <마이 제너레이션>으로 호평을 받았던 노동석 감독이 다시 부산을 찾았다. 조금도 드라마틱하지 않은 '진짜' 청춘을 직시해낸 노동석 감독의 통찰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도 빛을 발한다. 드러머를 꿈꾸지만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하는 기수는 어린 시절 사고를 당한 친구 종대와 형의 아들을 돌보는 보호자 노릇을 하고 있다. 기수는 김 사장 곁에서 뒷거래 심부름을 하는 종대를 불안해하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바라만 본다. 아무리 애를 써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은 기수를 좌절케 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가혹한 청춘의 일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린 우울하면서도 서정적인 청춘물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 감독 성지혜 | 한국 | 2006 | 82분
1994년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스크립터와 이현승 감독의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1995)의 연출부였던 성지혜 감독의 첫 장편 영화. 파리에서 유학중인 소연은 여름방학을 보내기 위해 서울에 온다. 파리에서 만난 이혼남 민환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소연. 그러나 민환은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소연을 피한다. 그에 반해 현재는 소연만 바라보는 착한 남자친구다. 하지만 소연은 민환의 연락만을 기다리고 그를 만나기 위해 부산과 서울을 오간다. 성지혜 감독은 세 남녀의 관계를 통해 어긋난 욕망과 사랑의 필연적인 상실감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 감독 신동일 | 한국 | 2006 | 110분
신동일 감독은 첫 영화 <방문자>가 작년 제32회 시애틀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으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뤘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신동일 감독의 두 번 째 장편영화다. 학창시절 운동권에 몸담았던 예준은 현재 잘 나가는 외환딜러다. 예준과 절친한 친구 사이인 군대동기 재문은 미용사인 아내와 미국이민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날 재문의 아내가 출장 간 사이 예준은 재문의 아기를 실수로 질식사 하게 하고 예준의 잘못을 뒤집어쓴 재문은 구속된다. 영화는 두 친구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지극히 일상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불길한 톤으로 그려낸다. 미스터리 한 결말이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다. . 월드 시네마 - 영화 향연의 진수 <관타나모로 가는 길 The road to Guantanamo>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맷 화이트크로스 | 영국 | 2006 | 91분
제 53 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비롯한 3개 부문을 수상한 <인 디스 월드>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 마이클 윈터바텀과 <코드46>등에서 그의 조감독으로 일했던 맷 화이트크로스가 공동 연출한 작품.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2년 동안 관타나모 수용소에 감금되었다가 풀려난 세 영국인 무슬림 청년들의 실화를 바탕에 둔 영화다. 결혼식을 위해 카라치에 온 세 명의 파키스탄 계 영국인 친구들은 미국이 탈레반을 공격하기 직전, 아프가니스탄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여행길에서 테러용의자로 체포된 세 무슬림 청년. 이들은 수용소 관타나모로 보내지고 그곳에서는 가혹한 구타와 학대가 자행된다. <꿈의 동지들 Comrades in dreams> 감독 울리 가울케 | 독일 | 2006 | 100분
<꿈의 동지들>은 4인의 영사기사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인도 남부, 부르키나 파소, 북한과 미국 중서부의 작고 허름한 단관 영화관에서 필름을 돌리는 영사 기사들의 삶을 스케치한다. 카메라가 담아낸 각국 영사기사들의 일상에는 그들이 갖는 영화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곳곳에 묻어난다. 특히 북한 영사기사 한영실과 미국의 영사기사 페니의 삶이 교차 편집되는 부분은 정치적, 경제적 삶은 다를지라도 그들이 가진 꿈과 이상이 상이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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