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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다간 '인문학의 회귀' 요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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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다간 '인문학의 회귀' 요원할 것"

'인문학의 위기' 논한 인문주간 학술제

"인문학이 왜, 누구에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위기인지 사람에 따라 진단이 다른 것 같습니다. 교수, 강의자들에게는 대폭 줄은 연구비가 이 논의의 촉발제인 것 같은데…. 자신에게 오는 연구비가 줄어서 위기라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니면 대학원생의 취업률이 과거보다 떨어지고 경영학 졸업생에 취업이 밀려서 위기인 건지? 그럼 예전엔 취업률 높았나요? 그렇다고 문과대 학부생들이 현재가 위기라고 특별히 느끼는지도 모르겠어요. 누구의 입장에서 왜 위기인지 합의가 없어요."(신경숙 교수,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인문주간 학술제에 참가한 학자들은 다소 헤매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인문학의 위기'라는 공통의 문제를 논하면서도 왜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견해를 내놓았다. 한국학술진흥재단과 전국인문대학장단이 개최한 이 학술제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화여대에서 진행됐다.
▲ 26일 진행된 인문주간 개회식. ⓒ인문주간

"왜 남의 자식들은 많이 오라 하냐고 묻더라"

토론에 참석한 한 교수는 "현재 인문대학 일부 학과가 축소 또는 통폐합 상황에 처하면서 인문학의 위기도 함께 운위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강대 사학과의 임상우 교수는 "구조조정 논의가 한참인 와중에 문학부 교수단의 필사적 저항에 대면한 구조조정 담당 보직교수가 '대학발전을 위해 지금 규모를 축소하려는 00과에 자기자식을 입학시켰거나 입학시키고 싶은 교수는 손들어 보라'하자 아무도 손을 안 들기에 '그런데 왜 남의 자식들은 많이 데리고 오라는 거냐'면서 구조조정을 원안대로 달성했다고 자랑스레 전하더라"고 말했다.

이렇게 인문학 계열의 학과들은 한 마디로 '취업이 안되는 학과'로 낙인찍힌 상황이다. 그러나 교수들은 인문학이 비록 취업에는 효용이 적은지 몰라도 그 자체를 '유용성 없는 학문'으로 인식하면 곤란하다는 대목에 의견일치를 보고 있었다. 또 그런 주장을 하는 대목에서는 하나 같이 목소리가 높아졌다.

임 교수는 "최근 들어 미국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신입사원으로서 인문분야의 전공자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급변하는 기업 상황 속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잘 적응해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인재는 단연 인문계 졸업자라는 사실을 미국기업들은 알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권 밖의 노력에 편승하려는 경향 있지 않나?"

문제는 인문학이 우리 사회에서 그토록 외면받게 된 원인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유용성' 있는 인문학이 외면받고 있는 이유로서 자기 성찰과 같은 인문학적 소양이 사회에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해당 분야의 지식인들이 스스로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인색했기 때문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신경숙 교수는 "대중들이 인문학 담론에 친숙해지도록 노력한 사람들은 오히려 제도권 바깥에 있는 수유+너머 연구소나 철학아카데미와 같은 기관들"이라며 "제도권 밖에서 대안적인 교육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온 그들의 노력에 제도권 학자들이 편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임상우 교수는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으면서 그 대응책이라는 것이 최소전공인원을 보장하라든가 인문학의 진흥을 위해 국가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등으로 소극적이며 수세적인 방어성 주장만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며 공세적으로 인문학의 실용성을 강조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환골탈태의 자세로 그에 따른 교육과정과 교육내용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대 사학과의 곽차섭 교수는 "한국의 인문학자들이 작금의 인문학의 위기를 드러내고 그것을 풀기 위한 뜻깊은 자리를 하필이면 학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인문주간에 마련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아이러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자신이 처한 문제에 대해서조차 주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정부와 기업에 기대려고만 한다면 한국 인문학의 '회귀'는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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