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형곤
출연 주현, 박준규, 하정우, 박시연, 고주연
제작 배급 MK픽쳐스 |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04분 | 2006년 |
상영관 메가박스, CGV용산 구미호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천 년이 되는 날 인간의 싱싱한 간을 먹어야 한다. 아들 하나와 두 딸을 키우는 아버지 구미호(주현)는 간을 제공할 인간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서커스장을 개업한다. 남자를 밝히는 섹시한 첫째 구미호(박시연)와 불만투성이의 아들 구미호(하정우), 아직은 어린 막내 구미호(고주연) 등은 각자의 재능을 살려 인간들 홀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천 년의 세월 동안 인간도 많이 변했다. 한물간 서커스장을 찾는 것도 동네 꼬마들뿐.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일어난 토막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구미호들이 지목된다. 그러던 어느 날, 사기꾼 기동(박준규)이 우연히 서커스장을 찾고 구미호가족들에게 잡히고 만다. 기동은 구미호 가족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서커스 단원 모집을 제안하고 모집공고를 본 사람들이 구미호 소굴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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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가족 ⓒ프레시안무비 |
올해는 한국 뮤지컬 영화의 원년으로 기억할만 하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된 <삼거리 극장>과 얼마 전 개봉한 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에 이어 <구미호 가족>까지. <구미호 가족>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코믹과 호러를 버무린, 일종의 혼성장르 영화다. 그래서인지 <구미호 가족>은 <삼거리 극장> 등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뮤지컬 장면들을 담고 있다. 구미호라는 초현실적 존재와 서커스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앞 선 두 영화가 보여준 상상력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서커스의 대담한 동작들은 뮤지컬의 기본요소인 춤과 노래를 더욱 극적으로 변형시킨다. 또한 철거주민과 경찰로 깜짝 변신한 비보이들까지 가세하면서 영화의 볼거리는 더욱 풍성해졌다. 장면마다 정성을 들인 미술과 세트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또한 구미호들의 변신을 표현한 CG는 여타 뮤지컬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만화적 상상력을 재현한다. 그러나 <구미호 가족>의 성과는 거기까지다. 일상의 기막힌 웃음을 만들어냈던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의 전현진 작가의 유머는 <구미호 가족>에서 좀처럼 발휘되지 않는다. 예상 가능한 웃음코드는 오히려 이야기의 맥을 끊어놓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구미호 가족>은 이야기와 뮤지컬 씬이 여전히 매끄럽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뮤지컬 영화의 성패는 노래와 춤이 이야기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미호 가족>은 뮤지컬 씬이 감정을 폭발적으로 전달하는데 실패한다. 이야기와 감정을 대신할 노래와 춤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느슨해진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을 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재적소에 캐스팅된 배우들의 연기는 반짝인다. 중견배우 주현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뮤지컬 씬을 주도하고, 박준규의 어리숙하면서도 능글맞은 연기는 여전히 웃음을 자아낸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연기를 선보인 하정우와 이번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박시연도 제 몫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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