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 송기인 신부)는 25일 "접수된 '진실규명' 신청 건수가 25일 5000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신청 마감이 오는 11월 30일임을 감안할 때 신청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진실규명' 신청 5000건 돌파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25일까지 접수된 진실규명 신청 건수는 총 5002건이고, 이중 6.25 전쟁과 관련된 집단희생 피해자의 신청이 4384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인권침해 관련 신청이 338건, 민족독립 관련 신청이 108건, 기타 173건 등이다.
6.25 관련 집단희생 사건이 많은 이유는 전쟁 당시 민간인 피해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1개의 사건에 대해서도 여러 명의 피해자가 신청한 경우가 많아 실제 '민간인 학살 사건'은 1000건 안쪽인 것으로 전해졌다.
진실화해위는 또 "5002건 중 775건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고 진실규명을 위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 개시된 사건 775건 중에서도 738건이 6.25관련 집단희생 사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산 코발트 광산사건 △함평 11사단 사건 △청원·진천지역 보도연맹 사건 등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이 15건(708명 신청)이고, 적대세력에 의한 집단희생 사건은 △양평 민간인 희생 사건△강릉 민간인 희생 사건 등 5건(30명 신청)이다. '민간인 집단희생'은 국군이나 경찰에 의해 민간인들이 희생된 사건을 말하고, '적대세력' 사건은 인민군이나 좌익에 의한 집단희생 사건을 말한다.
하지만 6.25 당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은 접수된 신청 건수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좌-우익으로 나뉘어 싸웠던 1세대들이 과거사를 들추지 않길 원해 신청하지 않거나, 현재 공직에 있어 과거사가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전남 지역의 경우 이미 알려진 사건 수에 비해 신청 건수가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가족과 후손들 사이에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신청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밖에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YH노조 신민당사 농성 사건 △사북 노동쟁의 사건 등 11건의 현대사에 있었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진실화해위 조사인력·예산 확충 시급"
한편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작업이 원할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의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진실화해위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사인력의 부족과 제도 미비 및 예산 부족, 호응도의 지역별 편차와 해외 접수처 미설치, 뿌리 깊은 피해의식 등이 애로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조사활동 예산 및 인력 확충 방안이 조속히 강구돼야 하고, 국가기관 및 재외공관의 업무협조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집단희생자 유가족 단체들이 진실화해위 위원장실을 점거하고 10여 일 동안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라"며 점거 농성을 벌인 적도 있다. 이들은 "민간인 집단희생 관련 조사 인력이 40여 명 수준인데, 이는 제주 4.3 사건 조사 인원과 비슷하다"며 "단일한 사건에도 40여 명의 조사 인력이 필요한데 수백 건이 넘는 사건에 40여 명의 조사 인력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현재 진실규명 활동을 위한 필요 예산과 인력을 산출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며 오는 12월 구체적 예산·인력 수요 예측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진실화해위의 뜻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전쟁 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이춘열 사무처장은 "한나라당의 경우 진실화해위의 활동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상태에서 내년에 대선 정국이 되면 진실화해위가 다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며 "어렵게 출범한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이 실질적 성과를 얻을 수 있게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하루빨리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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