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주민 300여 명은 19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물론, 일본 등 외국에서조차 매향리 사격장이 폐쇄되고 미군들이 훈련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 정반대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방부는 국민 전체를 기만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신속히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을 것"을 요청했다.
또 주민들은 반환된 사격장에 남아 있는 불발탄 및 중금속 오염의 치유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에 분통을 터트리며 대책 마련을 위해 한국과 미국의 당국자 및 주민, 시민단체 등으로 이뤄진 '4자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방중에도 휙휙 날라다녀"…가상폭격 소음 여전
매향리 사격장은 지난해 8월 폐쇄됐으며 지난 7월 미군으로부터 부지를 반환받은 상태다.
그러나 주민들은 "몇 달 전부터 미 공군기들이 폭격장으로 날아와 가상으로 폭탄을 투하하는 연습을 거의 매일같이 하고 있다"며 "비행기가 빙빙 돌아다니는 꼴이 폭탄을 떨어뜨릴 때보다 소음은 조금 줄었지만 똑같다"고 밝혔다.
오히려 최근 들어 재개된 '가상폭격' 훈련은 저녁 또는 한밤중에 실시돼 주민들에게 소음이 더 크게 느껴지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현재 마을 사정이 사격장 폐쇄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 5일 국방부에 '미 공군기들의 가상폭격훈련이 재개된 경위를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국방부는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라고 전했다.
"중금속이 바다 오염시키는데…정부는 즉시 대책 마련해야"
또 주민들은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사격장에는 불발탄이 남아 있으며 오염된 토지와 갯벌이 계속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7월 15일 미군 측으로부터 오염치유가 완료됐다며 매향리 사격장을 반환 받았지만 실제로 사격장 부지에 대한 한미 행정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의 환경오염 조사는 지난 7월에 막 시작된 단계였음이 확인됐다.
주민들은 "불발탄에서 흘러나온 중금속 오염물이 연안을 오염시키고 있지만 국방부는 향후 계획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어서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방부가 사후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주민들 스스로 중장비와 폭발물 처리 전문가 등을 동원해 불발탄 및 오염물질 제거 작업을 할 것이며 그 피해와 비용을 법적으로 정부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내가 이렇게 담배꽁초를 땅바닥에 버려도 주워가는 것이 사람의 상식인데 그 많은 불발탄과 오염물질을 버렸으면 마땅히 주워가는 것이 도리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만규 주민대책위원장은 "정부와 국방부가 환경오염 정화대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지금 매향리 갯벌과 토지에 처박혀 있는 불발탄들을 우리가 직접 수거해서 정부기관에 투척할 것"이라며 "그러면 정부는 또 촌놈 하나를 잡아넣겠지만 내가 구속돼 형벌을 받는 한이 있어도 우리 자식들을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땅을 우리가 뺏었지 국방부가 뺏었나?"
또 주민들은 사격장이 폐쇄된 뒤 주민들이 연안 어장과 토지를 이용해 생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작 국방부는 육상 사격장 부지를 매각하려 하고 있어 이 곳에서 농사를 짓던 주민들이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미군 사격장 내 농지에서는 훈련이 없는 주말 등을 이용해 주민들이 계속 농사를 지어 왔다.
1963년 국방부는 매향리 사격장 개설을 위해 주민들에게 부지를 사들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시 국방부는 '국가 안보'라는 명분으로 헐값으로 땅을 강탈하듯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제 '군사시설'이라는 매입 목적이 해제됐다면 당연히 그 토지를 원 소유자에게 돌려줘야지 높은 값에 업자들에게 매각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말했다.
또 이들은 "현재 주민들이 받은 보상금은 '3년치'에 해당되는 것이며 이들이 50년간 사격훈련으로 인해 받았던 피해를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요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우리가 처음에 이 땅을 국방부에 팔고 싶어서 판 것도 아니고 농사 짓고 있는 땅에 와 갑자기 철조망을 치더니 자기네 땅이라고 해놓고선 또 이제 와서 엉뚱한 데 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땅을 미군으로부터 우리가 뺏은 것이지 국방부가 뺏었냐"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집회를 마친 주민들은 "농사일이 한창 바쁜 철이고 우리도 집회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시간 들이고 품 들이며 서울에 온 것이 아니다"라며 국방부가 책임있는 자세로 이들의 요구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전만규 위원장은 "대투쟁의 시동을 걸 때마다 결연한 의지로 삭발을 했다"며 "1988년에 있었던 1차 대투쟁과 2000년에 있었던 2차 대투쟁에 이어 이제 3차 대투쟁을 해나갈 각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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