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홍 교육부총리가 18일 국회답변에서 당초 3월말까지로 예정됐던 ‘교육개방 양허안'의 세계무역기구(이하 WTO) 제출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비판이 계속된 데 따른 조치였다.
그 동안 양허안 제출을 강력하게 반대해온 ‘WTO교육개방음모분쇄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위)의 조희주 집행위원장(52, 해직교사)과 천보선(38) 전교조 정책연구국장을 만나 교육개방에 중요한 쟁점들에 대한 의견을 들어 보았다.
조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은 교육을 시장에서 사고 파는 상품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교육은 교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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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위원장은 또 “사실 교육이 이렇게 된 근본적인 책임은 계속 실정을 거듭한 교육당국과 늘 교육투자에 인색했던 경제부처 관료들에게 있다”고 지적하고 “이제까지 경제관료들은 상징조작을 통해 피해자인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책임을 돌렸다”고 비판하고 교육개방은 “이제 망친 것도 모자라 팔아버리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국장은 “지금 추세로는 약 20개국 정도만 교육개방 양허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개방으로 대체 무슨 이익이 있는지는 들은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인터뷰를 끝내며 “어릴 때 담임선생님이 해 준 말씀은 커서도 기억이 난다. 아이들이 외국의 철학과 추억을 듣고 크면 삶의 기준이 우리가 아니라 ‘외국’이 될 것”이라고 교육개방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프레시안 : 18일 윤 교육부총리가 교육개방에 대해 유보발언을 했다. 이를 평가를 한다면?
조 위원장 : 교육개방 반대 여론이 많아지니 좀 더 입장이 신중해진 것 같다. 부총리는 개방을 반대하는 입장을 정했으나 다른 부처와의 조율이 끝나지 않아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내부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외교통상부, 재경부등과의 조정이 아직 다 안 된 것 같다.
프레시안 : 일단은 환영을 하는 입장인가?
조 위원장 : 교육개방을 유보한다면 그렇다.
***교육개방이 결코 대세가 아님은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졌다**
프레시안 : 윤 장관의 입장이 이전의 교육부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조 위원장 : 교육부의 교육개방 준비가 밀실에서 이뤄져서 공식적인 입장은 우리도 제시받지 못했으나 처음엔 초중등교육은 공교육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한다는 원칙을 두고 조사를 한 것 같고 대학은 어느 정도는 개방을 생각한 것 같다. 사실 교육부도 외교통상부의 말만 듣고 판단을 했었다고 본다. 외통부의 ‘교육개방이 대세다’라는 잘못된 정보에 속았다는 느낌이 든다. 교육부 담당자들도 만나보면 ‘나도 싫지만 교육개방이 대세라 어쩔 수 없다’는 뉘앙스로 표현을 했었다. 하지만 교육개방이 결코 대세가 아님은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졌다. 이제 외교통상부도 그 사실은 인정을 하고 있다.
천 국장 : 지금 추세로는 약 20개국 정도만 양허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WTO 사무국장 스스로가 ‘서비스 협상은 개도국과 제3세계를 고려하여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금도 교육이나 문화가 과연 무역협상의 포함대상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양허안 제출은 각 나라에 자유롭게 맡긴 상태다. 우리 협상대표들이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국내에 전했던 것 같다. 그동안 WTO를 교육개방이나 문화개방과 연동해서 하는 무역협상인 것처럼 분위기를 끌었으나 실제로는 테이블이 다 다르다.
프레시안 : 교육단체들의 교육개방에 대한 입장은?
조 위원장 :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결코 개방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멕시코는 국공립대학이 사유화 되며 등록금이 7천5백배가 인상됐다.
프레시안 : 개방의 부작용이 과연 클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조 위원장 : 처음에는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작은 구멍이 생기고 둑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이 양허안의 본질은 ‘교육은 상품이다’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은 교육을 시장에서 사고 파는 상품으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양허안’은 사실상 국제적인 약속인데 나중에 불리하다고 빠질 수도 없다. 그 이후에 등록금을 많이 받든 교육이 부실하든 나라와 사회에는 책임이 없다. 교육이 나라가 아니라 기업과 시장의 몫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강하게 반대를 하는 것이다.
천 국장 : ‘WTO’는 그 본질이 무역협상이다. 양허안의 제출은 궁극적으로 교육을 시장에서 사고 파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는 뜻이다. 홍콩에서는 학교재단이 고의로 부도를 내고 파산한 경우도 있다.
***외국인학교는 실제로는 소수 부유층의 ‘귀족학교’가 될 것**
프레시안 : 교육부는 교육개방과 경제특구의 외국인학교, 해외의 유수대학원 유치를 위한 교육법 완화등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을 한다.
조 위원장 : 과연 그 대답이 국민들에게 신빙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특구가 홍콩처럼 완전히 외국 같은 지위도 아닌 우리나라 땅일 텐데 그곳에 외국인학교가 있다면 왜 다른 곳에는 자신들이 학교를 못 세우느냐는 외국기업의 압력을 우리 정부가 견뎌낼 수가 있겠는가? 양허안까지 다 낸 후에 말이다.
천 국장 : 현재 외국인 교사가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입법예고가 되어 있는데 자격증이 없어도 가르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영어는 잘 하겠지만 교육에 문제가 많을 것이다. 외국인 교사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보면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또 그 법에 따르면 외국인학교는 수업은 학교 측이 마음대로 짜고 등록금도 마음대로 책정해서 받고도 학력은 국내학력을 인정해 준다. 외국인을 위한 학교에 자국의 학력을 인정해 주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특혜를 준비 중인 것이다. 외국인학교는 실제로는 소수 부유층의 ‘귀족학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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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교육의 국제교류와 교역의 개념적 차이점이 무엇인가?
조 위원장 : 행위의 목적이 영리 즉, 돈을 벌기 위한 것인지 실천으로서 교육활동인지를 보면 될 것이다. 교류는 프로그램이나 인적교류를 통해 서로 좋은 가르침을 교환하는 것이라면 교역은 말 그대로 돈벌이를 하는 것이다.
***이익은 없고 손해만 나는 일을 왜 나서서 해야 하나**
프레시안 : 개방을 하지 않으면 교역과 통상에 문제가 생긴다고 볼 수 있지 않은 가?
조 위원장 : 아까도 이야기를 했지만 실제로 WTO 협상내용을 보면 각 분야별로 별개의 협상을 하고 있다. 교육개방을 안 했다고 다른 분야를 보복하는 식이 아니다.
천 국장 : 교육개방을 한다고 해서 우리 자동차나 반도체가 많이 팔리는 것도 아니고 교육개방을 않는 다고해서 우리의 상품수출에 불이익이 오는 것도 아니다. 개방해서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들은 바가 전혀 없다. 이익은 없고 손해만 나는 일을 왜 나서서 해야 하나?
프레시안 : 영어교육이 실비로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조 위원장 : 먼저 한국에서 영어교육은 목적이 없는 이상한 과잉 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교육부 관계자도 개방을 통해 유수한 프로그램이나 학교가 들어오진 않을 것으로 본다. 외국의 우수한 기관과 학교는 큰 관심이 없다. 교육관련 사기업들이 관심이 있을 뿐이다.
프레시안 : 어학연수나 유학 등으로 나가는 막대한 외화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천 국장 : 개방이 시작되면 외국계 학교나 학원이 여기서 벌어서 송금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마도 더 많이 가져 갈 것이다.
프레시안 : 외국계 학교의 등장으로 교육의 질적인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지 않나?
조 위원장 : 외국의 교육기업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는 이유는 돈이지 교육이 아니다. 대학교육은 경쟁력을 따지기가 힘든 취약한 점이 많다. 하지만 그것도 유럽이 2% 투자하는 동안 우리는 0.5%투자한 결과다. 그렇게 정부가 부실투자를 하고는 또 정부가 나서서 ‘교육이 부실하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초중등학교의 학력은 실제로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제일 아이들 실력이 좋다. 우리 교육수준이나 학생들의 학습내용은 결코 부실하지가 않다. 학과공부는 정말 잘 한다. 문제는 인성교육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사람’을 만드는 경쟁에서 뒤지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런 본질을 언론이나 학부모가 자꾸 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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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는 돈 때문에 일어난다. 외국의 교육기업도 돈이 목적이다**
프레시안 : 그동안 문제가 된 사학비리나 재단의 전횡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조 위원장 : 사학비리는 돈 때문에 일어난다. 외국의 교육기업도 돈이 목적이다.
프레시안 : 다소 다른 질문인데 교육개방이 교육 정상화의 대안으로 여겨질 만큼 공교육이 부실해 진 원인은 무엇인가?
조 위원장 : 너무나 많은 문제가 얽혀있다. 지금은 초등학교부터 대학시험 준비를 한다. 사실 교육이 이렇게 된 근본적인 책임은 계속 실정을 거듭한 교육당국과 늘 교육투자에 인색했던 경제부처 관료들에게 있다. 경제관료는 교육에 대해 말을 할 자격도 없다. 이제까지 상징조작으로 피해자인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책임을 돌렸다. 경제 관료들은 교육을 망친 당사자들이다. 그리고는 이제 교육을 통상의 제물로 까지 삼겠다는 거다. 피해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더니 이제 망친 것도 모자라 팔아버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학부모들에게 교사로서 교육문제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조 위원장 : 이제 학부형들이 나서서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해 주셔야 한다. 모든 부모님들이 자기 아이가 돈이 최고의 가치인 것으로 알고 크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올바른 인격을 지닌 참된 인간을 만들 수 있는 교육이 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교육이 교육을 무상으로 되게 해야 한다. 돈이 없어서 참된 인간이 될 수 없는 세상은 막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교육계에서 바라는 것은?
조 위원장 : 모든 것이 얽혀서 한 가지를 집기가 힘들다. 교육에 대한 재정투자가 절실한 상태다. 아직도 과밀학급 문제도 있다. 대학의 서열화도 해결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학교공부 아닌 다른 좋은 책들도 마음 놓고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어쩌면 영원히 교육을 바로 잡지 못할 것**
프레시안 : 이런 이슈가 생기면 꼭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조 위원장 : 전교조나 시민단체들은 단순한 이익집단이 아니다.
천 국장 : 교육계나 교사들이 어떤 사안을 가지고 싸우면 일부 언론은 꼭 끝에 가서 ‘밥그릇 싸움’으로 토를 단다.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첫째 교사도 먹고 살기 위한 싸움은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다. 두 번째 더 큰 문제는 이제까지 전교조등이 싸운 것을 보면 밥그릇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일부 수구언론은 꼭 그런 싸움을 ‘밥그릇’ 논리로 만들고 싶어 한다. 솔직히 말해 교사는 당장 밥그릇 이 날아갈 문제가 없다. 전교조가 단순한 이익집단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런 매도를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프레시안 : 교육개방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말 해 준다면?
천 국장 : 이제 겨우 공교육의 정상화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개방이 이뤄지면 우리 스스로 교육을 바로 잡을 기회를 노칠 뿐 아니라 어쩌면 영원히 교육을 바로 잡지 못할 것이다.
조 위원장 : 어릴 때 담임선생님이 해 준 말씀은 커서도 기억이 난다. 아이들이 외국의 철학과 추억을 듣고 크면 삶의 기준이 우리가 아니라 ‘외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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