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함께여는교육연구소(소장 이광호)가 주관하는 '학부모의 밤'이 내년 5월 서울과 경기도의 3개 학교(초중고 각 1개교씩)에서 실시된다.
'학부모의 밤'이란 학부모를 학생교육의 동반자로 참여시키기 위해 학교에서 주최하는 활동으로, 영미권 국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 왔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학부모들의 학교행사 참여는 이루어져 왔다. 그 방식은 △학부모회, 녹색어머니회, 명예교사회 등 다양한 학부모 조직에 참여하기 △공개수업, 학예회, 운동회 등 학교 수업과 행사 참관 △개별적, 간헐적으로 진행되는 교사와의 상담 등이었다.
맞벌이 부부 자녀학교 행사 참여 곤란
그러나 이런 활동은 주로 학교수업이 이루어지는 낮 시간대에 진행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맞벌이 부부나 한 부모 가정에서는 참여하기가 곤란했다. 게다가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모들도 학교의 행사를 참관하고 지원하는 데 들이는 시간은 많아도 정작 자녀의 학교생활과 진로에 대해 교사와 의견을 교환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부 적극적인 학부모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교와 소통하지 못했고, 학교와 학부모 간에 제대로 된 역할분담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학생의 성향 등에 관해 학교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학부모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평일 저녁이나 휴일에 교사와 학부모가 대화하는 행사
'학부모의 밤'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 행사는 평일 저녁이나 휴일에 열리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함께하는교육연구소는 지난 5월 시범학교를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설문조사, 국내외 사례 조사, 워크숍 등을 통해 우리나라 현실에 알맞은 학부모의 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소가 학부모의 밤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시범실시 학교 3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몇가지 관심을 끄는 대목이 보인다.
초등학생 부모 87.4%, 연 1회 이상 학교 방문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는 87.4%가 1년에 1회 이상 학교를 방문했으며, 10명 중 3명 정도(30.7%)는 4번 이상 학교를 방문했다. 이에 비해 중학교 학부모는 59.9%, 고등학교 학부모는 37%만이 1년에 1회 이상 학교를 방문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부모의 학교방문 횟수는 대부분 1년에 1~2회 정도였다.
학부모들의 학교방문 목적은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행사 참여와 자원봉사(교통지도, 급식 등)가 많았고, 담임과의 상담, 학부모 모임이 그 뒤를 이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부모의 경우는 자원봉사보다는 담임 상담이나 학부모 모임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학부모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를 방문하는 경우는 3개 학교 모두에서 많지 않았다.
초등학생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의 학교생활'이 담임과 상담하는 내용인 데 비해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학교성적에 대해 상담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교우관계에 대한 상담이 줄어든다.
한 학기동안 학교를 한 번도 방문하지 못한 학부모들의 경우 그 이유는 취업모와 전업주부 어머니 사이에 달랐다. 취업모는 '낮에는 경제활동 등으로 시간이 없다'가 가장 큰 이유였고, 전업주부 어머니는 '별로 갈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 제일 큰 이유였다.
'통하기' 수단 - 가정통신문 여전히 선호, 문자메시지도 인기
학교와 학부모의 의사소통 수단으로는 가정통신문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고,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녀가 잘 전달해주지 않아 체크를 하지 못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가정통신문을 보완하는 학부모 연락 매체로는 '문자메시지'를 선호하는 학부모가 중고등학교에서 많았다.
아버지들은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에 비해 실제로 학교를 방문하는 비중은 낮아, 한 번 이상 학교를 방문한 아버지의 비율이 초등학교 54.7%, 중학교 17.8%, 고등학교 10.6%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아버지들 부모교육 받아야 - 엄마들 생각
부모교육을 받아본 아버지는 거의 없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아버지가 부모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비율은 초등학교 84.5%, 중학교 55.5%, 고등학교 66.7%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농촌지역에 있는 중학교보다 도시의 아파트단지에 있는 여자고등학교의 어머니들이 아버지에 대한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버지를 위한 부모교육 시간대로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낮을 평일 저녁보다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와의 의사소통'에 대한 청소년 전문가의 강연 듣고파
학부모들은 '자녀와의 의사소통', '학습지도', '진로진학지도' 등에 대해 학교에서 배우기를 원하고 있고, 부모들이 학교에 모인다면 그 시간은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 사이의 정보교환'이나 '청소년문제 전문가의 강연 듣기'에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 결과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어 이런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실시된다면 높은 호응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소는 2006년 2학기 중에 '자녀와의 의사소통' 등 학부모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서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5~6차례 실시하고, 이어 2007년 1학기 중에 '학부모의 밤'을 실시할 계획이다.
'학부모의 밤'에서 학교는 학교 운영방침, 학생 지도방침 등을 학부모에게 알리고, 교사는 학생지도에 대한 학부모의 지원을 요청하며, 학부모는 자녀에 대해 교사와 상의하고, 학교의 운영방침에 대해 질문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연구소는 이 시범사업의 결과를 내년 말까지 여성가족부에 보고하고, 여성가족부는 그 보고서를 바탕으로 '학부모의 밤' 프로그램의 전국적인 확대실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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