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특검법, '절충의 묘'는 남아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특검법, '절충의 묘'는 남아 있다!

<분석> '밀사설'로 상황 복잡, 파국은 막아야

노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법 거부권 행사 여부가 벼랑 끝에 몰렸다.

마감 시한인 14일이 코앞이다. 청와대가 요구했던 여야의 정치적 협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여야 지도부 공히 누구 하나 책임지고 나서지 못하는 무기력함만을 노정했을 뿐이다.

게다가 북한 발(發) '이회창 후보의 대북밀사설'이 터져 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절박해졌다. 남북관계를 선택할 것인가, 여야관계를 선택할 것인가의 양자택일로 내몰린 형국이다.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치를 강조해 온 새 정부가 첫 시작부터 중재안조차 찾기 어려운 막바지에 몰렸다. 절충의 묘는 없는 것일까?

***무기력한 여야 지도부 협상진전 전무**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11일 "처음의 기류는 거부권을 행사해도 결국 특검의 늪에서 못 벗어나므로 결국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시각이었다"면서 "하지만 북핵문제로 인해 남북 대화채널이 절실한 현 시점에서 특검을 실시할 경우 남북관계 경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목하 고심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래서 청와대가 제안한 것이 여야의 정치적 협상이었다. 그러나 체제개편이 진행중인 여야 지도부는 누구 하나 나서서 책임 있게 협상을 끌어가지 못했다.

민주당 구주류는 '무조건 특검은 안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신주류는 재협상을 전제로 한 조건부 거부권을 들고 나왔지만 정작 한나라당과의 협상은 시작도 못했다. 지난 7일 김원기 고문이 박희태 대행에게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한 정도가 전부다. 사실상 이건 협상이 아니라 청와대 쪽으로 다시 공을 넘긴 셈이다.

한나라당 역시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청와대 회담 → 한나라당 당사 회담 → 회담 연기 → 청와대 회담'으로 당론 번복을 거듭했다. 그 바탕엔 '대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는 박 대행측 입장과 '특검법 거부권 들러리는 안된다'는 강경파 입장 사이의 머나먼 간극이 존재한다. 당내에서조차 의견조율이 제대로 안되는 지리멸렬함도 여실히 드러났다.

양당 모두 기존 대표가 물러나고 임시지도부가 꾸려가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도체제 개편안을 비롯한 당 개혁안도 계속 논의 중이다.

때문에 애당초 협상은 무리였는지 모른다. '서로 주고받는' 협상이란 어차피 양쪽 모두가 정치적 부담을 떠맡을 양보의 자세가 되어 있어야 가능한 법인데, 양당 지도부 모두 부담을 떠맡을 여지가 없는 임시지도부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직접 개입으로 파장 확대**

이 와중에 북한이 직접 이 문제에 개입하고 나섰다.

지난 5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특검제 강행은 현 북남관계를 동결상태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고 국내 정치쟁점인 특검제 문제에 명시적인 입장을 내놨다.

곧이어 9일에는 현대의 대북사업 파트너인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우리측이 현대측에 제공한 각종 특혜는 현대의 대북송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것"이라며 대북송금을 문제삼지 말라고 나섰다.

급기야 10일엔 아태평화위 상보 수정판을 통해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밀사설'이 튀어나왔다. "대북송금 논란에 대해 굳이 말할 내기를 한다면 사실상 한나라당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내놓고 말해서 그들은 '국민의 정부' 출현 이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하여 우리에게 고위급접촉을 제안하면서 자기들의 청원을 들어준다면 수백억 달러의 자금은 물론 우리의 요구라면 항목과 규모에 제한없이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밀사 파견 문제는 북남 사이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여 현재로서 그 비밀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대목은 더더욱 의미심장하다. 대북송금문제가 계속 불거질 경우 추가 '폭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런 '밀사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어 밀사 접촉이 사실이었는지 현재로선 확인이 불가능하다.

또한 북한이 이처럼 '밀사설'까지 들고 나오며 특검 문제에 연일 직접적 반응을 내놓는 배경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그러나 어쨌든 북한이 대북송금 특검문제에 직접 개입하고 나섰다는 사실, 그래서 이미 국내정치 쟁점의 중요 변수로 자리잡아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여야관계나 남북관계냐 선택의 기로?**

만약 특검 수사가 시작된다면 북한은 불가피하게 수사대상의 하나가 된다. 따라서 북한은 자신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수사진행과정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밀사설'에 대한 '추가 폭로'를 비롯해서 또 어떤 새로운 '주장' 혹은 '사실'들이 등장할지 예측불허다.

결국 "특검수사가 시작되면 남북관계가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는 '우려'가 아니라 분명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한나라당 밀사설'로 인해 남북관계의 경색 뿐 아니라 그 정치적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북핵문제가 변수로 떠올라 있고, 미국의 이라크전 진행상황에 따라 한반도 전체에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향후 대응이 북미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수사는 여야관계를 넘어 남북관계,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파괴력을 지니게 된 셈이다.

노 대통령이 만약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여야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극렬한 반대투쟁을 거쳐 적어도 내년 총선까지 장기 대치상태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

특히 '특검 반대'라는 북한 측의 명시적 입장이 나온 마당에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과 북한을 한데 묶어 공격하는 초강수를 들고 나올 것이다. 원만한 국정운영과 개혁추진은 물론, 심지어 남북관계 진전마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반대로 특검법을 그대로 받아들여 수사가 시작된다면 북한의 돌출대응, 그에 따른 남북관계 냉각과 국내정치적 파문확대도 예측된다. 북미관계에까지 파장이 미칠 수도 있다.

단순화시켜 본다면 '여야관계냐 남북관계냐' 노 대통령은 선택의 기로에 선 셈이다.

***'절충의 묘' 살리는 '상생의 길' 남아 있다**

절충의 묘를 살려야 할 상황이다.

여야관계와 남북관계, 이 둘은 결코 상치될 수 없다. 북을 버리고 야를 택할 수도, 야를 버리고 북을 택할 수도 없는 문제다.

'한나라당 밀사설'이 터져나오자 민주당에선 '한나라당의 두 얼굴 정치'를 들고 나오고, 한나라당에선 '민주당정권-현대-김정일정권간 뒷거래 커넥션'을 거론하며 서로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이렇듯 서로에게 상처를 줘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절충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나라당은 11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개정협상에 응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무한대치 상태로 갈 수밖에 없지만 일단 특검법안이 그대로 공포되면 문제조항 수정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대목은 '수사범위'와 '비밀유지'다. 그러나 사실상 두 쟁점 모두 이미 양 측의 의견차는 거의 좁혀져 있는 상태다.

노 대통령은 지난 4일 KBS 창사 30주년 기념 리셉션장에서 박희태 대행을 만나 "수사범위를 국내로 한정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남북관계를 고려해서 북한 쪽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부분은 수사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 역시 특검이 수사를 하더라도 해외계좌에 대한 추적권도 없는 상태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박종희 대변인도 11일 아침 KBS 1라디오에 출연 "수사를 국내로 한정하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협상을 하게 되면 이 문제만 협상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특검법 자체를 유야무야시킬 것이 걱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법조항'이 문제가 아니라 '신뢰'가 문제라는 것이다.

청와대 측이 요구하는 '비밀유지' 역시 남북관계와 국내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서 나온 대목이며 한나라당은 이미 통과된 법안에 충분한 비밀유지 조항이 들어 있다며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자세히 뜯어보면 별 것 아닌 차이점들에 얽매여 여야관계나 남북관계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필요는 없다.

청와대 측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대신 수정해야 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한나라당이 공식적으로 개정안을 내놓는다면 문제는 풀릴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거부권을 행사하되 동시에 정부입법안으로 한나라당이 동의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그만이다.

12일 노 대통령과 박 대행의 청와대 회동이 절충의 묘를 찾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14일까지 매일 만나면 세 번이나 만날 수 있지 않은가?

국익(國益)을 위한 '큰 정치'를 기대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