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범구 |
출연 박건형, 이천희, MC몽
제작 싸이더스FNH |
배급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등급 18세 관람가 |
시간 94분 | 2006년
상영관 서울극장, CGV, 씨네시티 여느 청춘액션물처럼 <뚝방전설> 역시 '주먹질'의 기원을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가 찾으려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기존의 '한국 청춘 액션영화'와 같은 작품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남다른 구석이 있어 보인다. <뚝방전설>은 <비트>(1997), <친구>(2001), <화산고>(2001), <품행제로>(2002), <말죽거리 잔혹사>(2004)와 같지만 매우 다르고, 다르지만 매우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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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방전설 ⓒ프레시안무비 |
실제로 영화의 중반까지는 다른 '청춘 액션영화'들과 그리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정권(박건형)과 성현(이천희), 경로(MC몽)는 공부는 하기 싫고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싸움을 시작한다. 정권의 싸움 실력을 빌어 곧 학군을 제패한 세 친구는 마침내 뚝방파와 겨뤄 이겨 뚝방을 제압한다. 그러나 18:1의 전설을 이룩한 이들의 승승장구도 잠깐. 고등학교를 졸업한 정권이 훌륭한 건달이 되겠다고 뚝방을 떠나면서 뚝방은 다시 뚝방파의 차지가 된다. 어느새 나이를 먹은 성현과 경로는 뚝방의 전설은 잠시 잊고 각각 항문외과 병원과 찜질방 노래교실에서 일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정권이 홀연히 다시 뚝방으로 돌아온다. 이 영화의 앞부분은 다른 청춘 액션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세 친구들의 전설을 쌓아 올리는 데 힘을 기울인다. 뚝방의 1인자 되기까지 세 친구들은 승승장구한다. 세 친구가 이룩한 '18:1 의 신화'는 영화 <비트>가 이야기한 '17:1의 전설'에 대한 패러디로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세 친구들이 비디오방에서 <비트>를 보는 장면이 등장할 정도다. 사실 한국의 청춘 액션영화는 <비트> 이후 17:1로 대표되는 '다대일'의 싸움에서 다수의 무리를 쓰러뜨리며 절대적 일인자에 오른 청춘의 얼굴을 그리기 바빴다. 거기에 비장미가 더해져 영화 <친구>가 나왔고, 거기에 만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화산고>도 있었으며, 거기에 80년대의 기억과 유머를 덧입혔던 <품행제로>를 선보이게 했고, 그 뒤를 이어 70년대 후반의 정서까지를 더해 <말죽거리 잔혹사>를 등장시켰다. <뚝방전설>에 등장하는 주먹의 일인자는 정권이란 인물이다. 여러 청춘 액션영화의 공식대로라면 정권은 뚝방을 떠나 찾아간 조직에서 나중에 어떻게 되건 간에 일단은 제일의 주먹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 무패의 전설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그럼으로써 영화는 장르의 관습에서 비껴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미덕은 거기서 찾아진다. 영화 속에서 상춘(오달수)은 말한다. "나도 내가 변두리 삼류라는 거 인정하는 데 오래 걸렸다." <뚝방전설>은 한때 승승장구를 꿈꿨지만 결국 누군가에게 밀리고 마는, 그래서 참고 누르며 현실에 안주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포착해낸다. <뚝방전설>은 지금까지의 청춘 액션영화가 간과했던 전설의 이면, 다수의 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뚝방전설> 역시 청춘영화라고 하면 으레 단골처럼 등장하는 '묻지마' 식의 우정과 의리에 대한 상투적인 묘사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 독립영화 <양아치어조>를 만든 조범구 감독이 주류 영화권에서 만든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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