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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사이에서

감독 이창재 출연 이해경, 황인희, 손영희, 김동빈 제작 다큐코리아 | 배급 필름메신저, CJ CGV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98분 | 2006년 상영관 CGV 강변, 상암, 용산, 인천, 서면 한 여자가 작두를 밟고 서 있다. 긴 침묵 속, 아무런 미동 없이 작두날 위에 오롯이 서 있던 여자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정적이 깨지고 귀를 찢을 듯한 매미소리가 화면을 채운다. 신과 인간 세계 사이, 비현실과 현실 사이에 서서 내림굿을 받고 있는 이는 스물여덟 황인희. 인희의 내림굿을 주관하고 있는 이는 대무(大巫) 이해경이다. <사이에서>는 이해경을 중심으로 막 신의 부름을 받은 황인희와 30년간 신의 부름에 저항한 손영희, 여덟 살에 신을 보는 동빈이의 이야기를 엮어낸다. <사이에서>는 신의 목소리를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한 무당의 삶과 고통, 인간적 고뇌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사이에서 ⓒ프레시안무비
스물여덟 황인희는 어느 날 갑자기 신의 부름을 받는다. 하지만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기 원하는 인희에게 무당으로 살아가라는 숙명은 너무 무겁다. 손영희는 30년간 무병(巫病)을 앓았다. 무당이 되라는 신의 명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자식들에게 '무당 엄마'가 되기 싫었던 손영희는 자식들을 모두 시집, 장가보내고 나이 쉰에 내림굿을 받는다. 여덟 살 동빈이는 어느 날부터 이유 없이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전혀 다른 세계, 신들을 본다. 인희와 손영희, 동빈의 중심엔 이해경이 있다. 이해경은 무당의 숙명 앞에서 망설이는 인희는 인도하고, 손영희의 무병을 다스리고, 동빈의 운명을 미루어준다. 무당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사이에서>는 박기복 감독의 <영매- 산자와 죽은자의 화해>와 쉽게 비교된다. 하지만 접근 방식은 사뭇 다르다. <영매>가 세습무로 살아가는 네 자매를 중심으로 무당의 삶과 굿을 청하는 이들의 수많은 사연을 담아낸다면 <사이에서>는 훨씬 극적이고 집약적인 형태로 무당 이해경의 삶을 얘기한다. 실제 영화에 등장하는 인희와 손영희, 동빈은 이해경의 삶에 한 부분들에 다름 아니다. 무당의 숙명 앞에 고뇌하는 인희는 이해경이 신의 부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설명하고, 동빈은 이해경이 잃어버린 자식을 대체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또한 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온갖 '기묘한' 경험을 하는 손영희는 무당으로서 이해경이 갖고 있는 신비한 능력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손영희는 신에 가까운 이해경을, 황인희는 신과 인간 사이에 놓인 이해경을, 동빈은 인간 세계에 가까이 선 이해경을 각각 그려낸다. 그리고 이해경의 삶을 통해 <사이에서>는 신과 인간, 숙명의 연결 고리를 더듬는다. 다큐멘터리 전문 방송 Q채널에서 오랜 기간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이창재 감독은 영화 촬영을 위해 8개월간 이해경과 동고동락했다. 그리고 그 8개월간의 수고는 고스란히 카메라에 녹아들었다. 실제 현장에서 굿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생생한 영화 속 굿의 모습들은 감독의 이러한 수고에 많은 부분 빚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작가가 얼마나 현장과 밀착해 있어야 하는지, <사이에서>는 육성의 느낌으로 전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에서>의 가장 큰 미덕은 낯설고도 기묘한 '무당'이라는 소재를 넘어 신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묻게 만드는, 확장된 주제 의식에서 찾아진다. <사이에서>는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냄으로써 'CGV 한국장편영화 개봉 지원작'으로 뒤늦게나마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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