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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교육내정자는 '평준화'에 반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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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교육내정자는 '평준화'에 반대했나?

언론 일각과 정치권 공세에 제자들 '갸우뚱'

논문 관련 의혹으로 물러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후임으로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내정됐다. 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무사히 취임한다면 교육부총리와 임기를 같이 하겠다며 출범한 참여정부의 다섯 번째 교육부총리가 된다. 교육부총리 내정 직후 여야의 호평을 두루 받으며 무사히 취임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김 내정자의 진로에 먹구름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의 4일자 보도 때문이다.
  
  "김병준과는 다르다"…두루 호평받은 김신일 내정자
  
  지난 1일 김 명예교수가 교육부총리로 내정됐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여론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발표와 동시에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경우와 전혀 달랐다.
  
  국회 교육위의 한나라당측 간사를 맡고 있는 임해규 의원은 김 내정자에 대해 "(청와대가) 모처럼 무난한 인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도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줄곧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온 전교조도 김 내정자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교육학부모회 역시 같은 날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김 내정자는 진보와 보수, 교사와 학부모 모두에게서 두루 지지를 받고 있었던 셈이다.
  
  정부의 교육 통제 비판하던 김 내정자, 교육부총리 되려 소신 바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김 내정자가 참여정부의 교육철학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중앙일보〉등 일부 언론은 4일 정부가 교육에 대해 지나친 통제를 하고 있다는 김 내정자의 평소 소신이 고교 평준화, 3불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의 금지) 등과 같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와 배치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김 내정자가 5일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주최의 국제회의에서 발표하기로 한 원고의 내용이 그 근거였다.
  
  이 원고에서 김 내정자가 "고교 평준화가 평등정책의 하나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평준화는 적극적인 평등 정책이 되지 못하고, 고등학교의 획일화를 조장하는 면이 강하다"는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접한 일부 여당 의원들은 김 내정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 내정자의 입장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반드시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재성 열린우리당 의원은 "김 내정자가 평준화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고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등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와 잘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평준화 보완론자'일 뿐…"평준화 폐지론과 다르다"
  
  그런데 이런 입장을 접하며 당혹스러워 하는 이들이 많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김 내정자는 평준화 반대론자가 아니다"라며 이날 아침 언론 보도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 교수는 "김 내정자의 철학은 교육에 관한 권한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또 국가에서 개별 교육주체로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의 '평준화 보완론'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이 반드시 평준화 해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고교 평준화의 존폐를 둘러싼 경직된 논쟁 구도에 갇혀 있느라 제대로 다루지 못한 문제들에 주목해 고교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지 평준화의 폐지를 주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성 교수는 "'평준화 보완론'과 '평준화 폐지론'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평준화 폐지'를 주장해 온 매체들이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내정자를 평준화 폐지론자로 규정하여 김 내정자가 평준화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할 때마다 참여 정부와 고교 평준화를 동시에 공격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 내정자가 평준화 폐지론자라면 전교조가 가만 있었겠는가"
  
  김 내정자의 지도로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석사 논문을 쓴 이 모 씨는 "평생교육을 전공한 김 내정자가 획일적인 학교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교육에 시장 원리를 도입해 교육의 공공성을 허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학교가 제대로 배려하지 못했던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의 주된 관심은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대안교육기관, 독학자들을 위한 지원시설 등을 마련하는 데 있었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의 또 다른 제자 홍 모 씨는 "김 내정자가 평준화 폐지론자라면 왜 전교조가 반대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학 시절 김 내정자의 강의를 듣거나 저서를 읽었던 조합원들이 많았던 까닭에 김 내정자의 평소 입장에 익숙했다는 것이다.
  
  홍 씨는 "계급론적인 인식은 배제한 채 다양성을 강조하는 김 내정자의 입장이 자칫 신자유주의적 입장으로 흐를 소지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김 내정자는 중도파"라며 "김 내정자를 '평준화 폐지론자'로 낙인찍은 언론에 놀아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사태가 확대되자 김 내정자는 4일 오전 정부 정책기조와 자신의 생각은 기본방향에서 일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내정자의 제자들이 한 발언 그대로였다.
  
  김신일 내정자, 언론과 야당의 공격 견뎌낼 수 있을까?
  
  하지만 김 내정자의 발언은 별 호응을 얻지 못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아침에는 평준화 교육이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하더니 오후에는 정부정책 기조와 자신의 철학이 일치한다고 했다"며 김 내정자를 몰아 세웠다. 불과 사흘만에 입장을 바꾼 셈이다.
  
  언론이 날을 세우고 야당이 돌아서면서 김 내정자는 '고교 평준화'에 대한 평소 소신을 놓고 일부 언론과 '진실 게임'을 벌여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
  
  교육학자로 평생을 지내며 진보와 보수 양 쪽으로부터 두루 호평을 받았던 김 내정자가 이같은 시험대를 어떻게 통과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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