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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폴리스 비트 Police 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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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폴리스 비트 Police Beat

감독 로빈슨 데버 | 출연 파페 S. 니앙 수입,배급 이모션 픽쳐스 | 등급 미정 시간 80분 | 2005년 | 상영관 필름포럼 제목만 보고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전형적인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폴리스 비트>는 할리우드의 변방에서 제작된 미국 독립영화다. 더욱이 <폴리스 비트>의 주인공인 경찰 '지(Z)'는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세네갈 출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주인공 '지(파페 S. 니앙)'는 이슬람교를 믿는 시애틀의 경찰관. 백인 여자친구 '레이첼'과 사귀고 있다. 그러나 '레이첼'은 '지'와 함께 댄스 교습을 받기로 한 날 아침,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룸메이트인 '제프'와 캠핑을 떠난다. 금방 돌아오겠다고 한 '레이첼'에게서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자 '지'는 무수한 상상에 휩싸이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폴리스 비트 Police Beat ⓒ프레시안무비
영화는 6박 7일이라는 시간을 빌어 '레이첼'이 캠핑을 떠난 후 정신적 혼란을 겪는 '지'의 일상을 들여다 본다. <폴리스 비트>는 지극히 신비스런 한편 너무나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관객들을 영화 안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가 시작되면 자전거를 타고 시애틀의 숲길을 달리는 '지'의 뒷모습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잔잔하면서도 영롱한 음악이 '지'의 뒷모습과 함께 흘러 나온다. 영상과 음악의 조화가 빚어내는 청명한 느낌은 관객들로 하여금 순식간에 극장 밖의 자리한 현실을 잊고 주인공 '지'의 개인적인 상념 속으로 빠져드는 이 영화의 화법에 동화되도록 만든다. '레이첼'에게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6박 7일 동안 '지'는 시애틀의 말단 경찰관으로서 매일같이 사건 현장에 출동해 각종 범죄와 마주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오로지 '레이첼' 생각뿐이다. 그렇다고 '지'가 맞닥뜨리는 시애틀의 여러 사건들을 그냥 간과할 수는 없다. '레이첼'을 이야기하는 '지'의 목소리와는 별개로 영화는 줄기차게 시애틀의 여러 사건사고들을 보여준다. 영화의 제목 '폴리스 비트'는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찰스 돈데라이 무데데가 시애틀의 주간지에 몇 년째 쓰고 있던 범죄를 소재로 한 칼럼의 제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각종 사건사고들은 일반에게 공개된 경찰 보고서에 기재된 사건들을 기초로 재구성된 것들이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며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나 술이 취해 가로수 꼭대기에 올라가 자고 있는 사람 등등,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사고들은 다소 뜬금없고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로 미국 사회의 여러 이면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의 내레이션과 상상으로 엮어지는 '레이첼'에 대한 고민과 '지'가 매일같이 맞닥뜨리는 다양한 범죄들은 영화 속에서 평행선을 그리며 개별적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둘은 세네갈 출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의 '지'가 가지는 정체성의 고민을 보여준다는 데서 동일한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는 레이첼에 관해 생각하면서 자신이 흑인이라는 점 때문에 레이첼이 제프와 바람을 피우는 것인가 의심하기도 하고 세네갈 친구들이 자신의 백인 여자친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또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범죄자들은 사회에 불만이 가득하지만 정작 미국사회의 소수자인 '지'는 그렇지 않다. 자녀를 고아원에 보내겠다고 얘기하는 여자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어떠냐고 설득하고, 부시를 죽여야 한다며 소란을 피우는 남자에게 그래서 되겠냐고 나무란다. 영화는 '지'의 사적인 상념과 공적인 활동을 오가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생활과 고민을 그려 보인다. 영화는 섬세한 필치로 그 안에 여러 가지 문제가 가득 차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미국 사회에서 여러모로 소외 받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갈등과 고민을 그리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이를 화합과 희망으로 이어가려는 긍정적 삶의 태도를 보여주려 애쓴다. "이 영화는 한편의 서정시이며, 범죄에 투영된 한 남자의 기이한 감정을 뒤쫓는 여행이다." 감독 스스로 자신의 영화에 대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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