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출연 제프 골드블럼, 지나 데이비스
시간 95분 |
화면비율 애너모픽 1.85:1
오디오 DTS 5.1, 돌비 디지털 5.1
출시 폭스 | 1986년 <플라이>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독특한 개성이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드러난 작품이다. 원래 이 영화의 원작은 '플레이보이'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었고, 이는 1958년 커트 뉴먼 감독에 의해 한차례 영화화되었다. 그리고 오리지널 영화의 제작사였던 폭스는 1980년대 중반 이를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했다. 물질 전송기를 발명한 천재 과학자가 그만 실수로 자기 자신을 전송하던 도중 파리의 유전자와 뒤섞이면서 괴물로 변하고 만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는 여전히 상업적으로 매력적인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 |
|
<플라이 SE> DVD ⓒ프레시안무비 |
|
폭스 사의 간부들이 감독으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를 낙점한 것은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 <열외인간><브루드><스캐너스><비디오드롬> 등을 만들면서 '생물학적 호러영화'라는 영역을 개척한 크로넨버그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로넨버그는 이 영화를 작업하면서 할리우드 스튜디오 측과 다소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 독창적인 상상력과 기괴한 이야기,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었던 각종 특수효과 덕분에 관객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야심 찬 과학자에서 파리 인간으로 변해가는 제프 골드블럼의 끔찍한 모습, 인간의 과욕과 과학기술의 오용이 배태한 비극의 희생자가 될 뻔한 여성 저널리스트 역의 지나 데이비스도 화제를 모았다. 북미 지역에서 크로넨버그의 영화는 대부분 상당히 완성도 높은 DVD로 발매된 바 있다. <데드 링어><네이키드 런치><비디오드롬> 같은 작품은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이 거의 완벽하게 화질과 음질을 트랜스퍼하고 엄청난 양의 스페셜 피처를 덧붙여 출시했다. 심지어 최근작인 <스파이더><폭력의 역사> 등에서도 크로넨버그는 상당히 차분하고 또박또박한 어조로 대단히 지적인 음성해설을 들려준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간 크로넨버그의 영화는 국내에 제대로 DVD가 출시되지 않았다. 그나마 정식으로 출시된 것은 <크래쉬> 정도지만, 그 역시 온전한 타이틀은 아니었다. 이번에 두 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플라이> SE는 크로넨버그의 영화 세계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단히 알찬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 깊다.
| |
|
플라이 ⓒ프레시안무비 |
|
첫 번째 디스크에는 향상된 화질과 음질을 갖춘 본편 영화와 크로넨버그 감독의 충실한 음성해설이 담겨 있다. 극중 등장하는 실험실을 무대로 파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형상화한 메뉴 디자인의 아이디어도 독특하다. 그러나 이 타이틀의 더욱 놀라운 점은 두 번째 디스크다. 일단 2시간 42분에 달하는 제작 다큐멘터리 '살의 공포(Fear of the Flesh)'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플라이> 리메이크의 출발점,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합류하게 된 과정, 캐스팅에 얽힌 비화, 독창적인 세트 촬영과 특수분장 제작 과정 등이 상세하게 소개된다. 주연배우 제프 골드블럼과 지나 데이비스는 물론, 크로넨버그의 파트너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캐롤 스피어, 각본가 찰스 에드워드 포그, 심지어 애초 감독으로 지목되었다가 중도 탈락한 로버트 비어만 등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볼 수 있다. 스페셜 피처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항목은 '필름 테스트.' <플라이>는 주인공 브런들 박사가 파리 인간이 되어 벽면을 기어다니는 장면 등 꽤 독특한 볼거리를 담고 있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제작진이 수없이 많은 실험을 거쳤음은 물론이다. '필름 테스트'는 오프닝 크레딧이나 '브런들파리' 분장 장면, 괴물의 머리 폭파 장면 등의 테스트 필름을 보여준다. 컴퓨터 그래픽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 카메라와 세트, 광학의 원리 등을 이용해 오직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승부한 스탭들의 패기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크로넨플라이(Cronenfly)'. 감독 크로넨버그가 거대한 원통형으로 된 실험실 세트에서 파리 날개와 머리 장신구를 착용하고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카메라 테스트를 받는 유머러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
|
플라이 ⓒ프레시안무비 |
그밖에도 이 타이틀에는 막대한 양의 글 자료와 각종 영상물이 수록돼 있다. '플레이보이'에 실렸던 오리지널 단편과 찰스 포그의 시나리오, 크로넨버그의 각색 시나리오, 심지어 '시네펙스'와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 등 잡지에 실린 <플라이> 관련 기사까지 인터랙티브 메뉴를 통해 읽어볼 수 있다. 1986년 미국 개봉 당시 홍보용으로 사용됐던 영상물, 배우들의 크로넨버그 감독에 대한 코멘트, 최종 편집본에서 삭제된 장면들도 흥미롭다. 끝없이 이어지는 촬영 현장 스틸 사진과 컨셉 아트 및 특수효과 관련 자료는 덤으로 느껴질 정도. 한 영화의 역사와 흔적을 이토록 완벽한 타이틀로 복원한 제작진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번 <플라이> SE는 20세기 폭스 사가 '시네마 리저브(Cinema Reserve)'라는 브랜드 아래 발표하는 새로운 DVD 라인업의 대표적인 타이틀이다. 고전 명작들 가운데 소장 가치 높은 타이틀을 엄선해 풍성한 스페셜 피처와 함께 소개하는 것. <플라이>와 더불어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 <7년 만의 외출>,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걸작 <내일을 향해 쏴라> 등이 출시됐다. 앞으로 <파이트 클럽><어비스><카게무샤><비치><이브의 모든 것> 등이 '시네마 리저브'라는 이름으로 다시 발매될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