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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니들은 왜 이라크 전쟁을 벌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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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니들은 왜 이라크 전쟁을 벌였니?"

[DVD월드] 샘 멘데스의 영화 <자헤드> DVD 출시

걸프전을 소재로 한 샘 멘데스 감독의 <자헤드 Jarhead>가 극장 개봉 없이 바로 DVD로 출시된다. 최근의 국제 정세와 미국의 행보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한다. – 편집자
1991년 초 두 달 동안 CNN을 통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의 걸프 전쟁. 이라크가 원유 과잉 공급 문제를 두고 쿠웨이트를 전격 침공하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33개의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전쟁이었다. 바그다드 공습 작전명 '사막의 폭풍(Desert Storm)'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전쟁은, 그러나 그곳에 참전했던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지루한 싸움이었는지 모른다. 무려 68만 명이나 되는 병력이 그곳에 모였지만, 대부분은 미국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파병된 평범한 젊은이들에 불과했다. 이라크에게 무기를 팔아 넘긴 것은 미국이지만, 병사들은 바로 그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의 편에 서서 무력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자헤드>는 바로 그 무의미한 전쟁을 풍자한 신랄한 드라마다.
자헤드 ⓒ프레시안무비
<자헤드>는 미국 해병대 정찰 저격 부대에 소속되었던 한 저격수의 이야기다. 실제로 해병대 저격수였던 앤소니 스워포드는 걸프전 참전 당시의 경험을 <자헤드: 그들만의 전쟁>이라는 제목의 논픽션 책으로 발표했다. 해병대로서 생생한 체험담과 군인으로서 겪은 다채로운 에피소드, 그리고 걸프전 현장에서 느낀 전쟁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이 녹아 있는 이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소설을 각색한 이는 <엔트랩먼트><캐스트 어웨이><혹성 탈출> 등의 시나리오를 쓴 윌리엄 브로일스 주니어. 그리고 <아메리칸 뷰티><로드 투 퍼디션>을 통해 미국 사회의 아이러니와 환부를 조명해온 샘 멘데스가 연출을 맡았다. . 무의미한 걸프전, 낭비된 젊음
자헤드 DVD ⓒ프레시안무비
주인공 앤소니(제이크 질렌홀)는 1989년 스무 살이 되던 해에 해병대에 입대한다. '자헤드'란 미국 해병대를 일컫는 속어로, "병사들의 박박 깎은 머리가 병의 머리 부분을 닮아서, 혹은 해병대 각자의 속은 병처럼 비었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카뮈의 <이방인>을 즐겨 읽은 앤소니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와 우울해 하는 어머니, 그리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여동생을 두고 있다. 정찰 저격 부대에 배치된 그는 사익스 상사(제이미 폭스)의 지도 아래 훈련을 받는 한편, 저격병으로 선발돼 조준병 트로이(피터 사스가드)와 파트너를 이룬다. "보병은 무차별로 총을 갈기다 죽지만, 저격수는 완벽한 한 발에 목숨을 건다"는 사실 때문에 저격수라는 직책에 매료된 앤소니. 하지만 1991년 초 걸프전이 발발해 전장에 투입되지만, 전쟁터는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 낭만적이지는 않다. <자헤드>는 걸프전에 참전한 병사들이 얼마나 무기력해 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참전 초반부 이들은 <지옥의 묵시록>에서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이 울리는 가운데 헬리콥터가 비상하는 저 유명한 장면을 단체 관람하면서 열광적으로 환호성을 외친다. 병사들은 <지옥의 묵시록>이 반전영화라는 것도 알지 못한 채, 그것을 열렬히 찬양하는 것이다. 샘 멘데스의 음성해설에 의하면 "가짜 전쟁에 열광하던 이들이 진짜 전쟁에 조용히 불려가게 되는 것"이지만, 사실 걸프전은 진짜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에게는 심심하고 무료하기 짝이 없는 이벤트에 불과하다.
자헤드 ⓒ프레시안무비
그곳에서 병사들은 시시하기 짝이 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한다.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총구를 겨누거나, 텅 빈 사막을 순찰할 뿐이다. 또는 고향에 두고 온 여자친구의 사진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거나, 변심한 여자친구와 아내들의 사진을 '치욕의 전당(Wall of Shame)'에 전시한다. 극중에는 한 병사가 아내로부터 배달된 <디어 헌터>의 비디오테이프를 동료들과 함께 보는 장면이 있다. 스탠리 마이어스가 작곡한 저 애틋한 기타 연주곡 '카바티나'가 흐르는 가운데 오프닝 크레딧이 서서히 떠오른다. 하지만 이어지는 것은 이 병사의 아내가 옆집 남자와 섹스하는 모습을 담은 포르노 영상이다. 대표적인 반전 영화인 <디어 헌터>에 포르노가 포개지는 이 장면은, 걸프전의 아이러니를 그대로 압축한다. 걸프전에 참전한 병사들은 전쟁의 비극이 아니라 아내의 불륜을 보며 울부짖어야 했던 것이다. 전쟁터에 나간 군인들이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 자신에게는 "분노이자 안도이면서 실망이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을 자아낸다. 그래서 그들은 일부러 싸움을 만들어가며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자 한다. 그래서 병사들은 사막의 전갈을 붙잡아다 싸움을 붙이고, 편을 나눠 풋볼을 하다 싸움을 하고, 해병대를 취재 온 TV 기자들 앞에서도 괜한 객기를 부린다. 마침내 앤소니와 트로이는 저격수로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볼 상황에 이르지만, 거기서도 좌절은 계속될 뿐이다. 이것은 데이비드 O. 러셀이 만든 걸프전 영화 <쓰리 킹즈>보다 더욱 직접적이고 현장에 밀착한 이야기다. <쓰리 킹즈>가 걸프전 종전 직후 금괴를 찾아 떠난 미국 병사들의 모험담을 통해 이 전쟁의 허망함을 에둘러 풍자하고 있다면, <자헤드>는 전쟁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는 데 더욱 주력하는 것이다.
자헤드 ⓒ프레시안무비
. 원숙한 촬영과 편집이 빚어낸 수작 <자헤드>에는 제대로 된 전투 장면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자헤드>가 그리고 있는 걸프전의 핵심이다. 최첨단의 무기로 단 몇 십 초면 상황이 종료되는 현대의 전쟁에서, 스나이퍼-저격수들이 2차 대전 당시처럼 맹활약을 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하지만 <자헤드>의 후반부에는 웬만한 전쟁영화보다 더욱 섬뜩한 장면이 있다. '죽음의 고속도로'라 불리는 지역에서 부대원들이 피난길에 올랐다가 시커먼 잿더미로 변해버린 자동차와 시체들을 목격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불타 오르는 유전을 눈 앞에 두고 기름비를 흠뻑 맞으며 사막에서 아랍인 시체를 파헤치는 <자헤드>의 미국 병사들은, <지옥의 묵시록>에서 커츠 대령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고 캄보디아 정글을 헤매는 윌라드 대위와 절묘한 대구를 이룬다. "전쟁은 각양각색이지만 결국은 똑같다"는 앤소니의 후반부 내레이션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의미심장한 울림을 남긴다. <자헤드>에는 빼어난 스탭과 배우들이 대다수 참여했다. 이 영화의 기막힌 풍광과 근사한 비주얼은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파고><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등 코엔 형제의 대다수 영화를 촬영해온 로저 디킨스는 이라크 사막의 숨 막히는 정서를 포착하면서, 동시에 독특한 감각으로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앵글을 능숙하게 잡아낸다. <지옥의 묵시록><잉글리쉬 페이션트>로 아카데미 편집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명 편집자 월터 머치의 원숙한 솜씨도 눈여겨볼 부분. 극장에 개봉하지 않은 것이 아까울 정도로 인상적인 순간들을 많이 담고 있다.
자헤드 ⓒ프레시안무비
한편 <자헤드>의 DVD(소니 픽처스 출시)에는 상당량의 삭제 장면이 수록돼 있다. 편집자 월터 머치는 샘 멘데스와 함께 잘려나간 장면들에 대해 하나하나 꼼꼼한 음성해설을 선사한다. 샘 멘데스가 혼자 진행하는 음성해설,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 윌리엄 브로일스 주니어와 원작자 앤소니 스워포드의 음성해설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제이크 질렌홀과 <마이애미 바이스>의 제이미 폭스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자헤드>는 놓칠 수 없는 영화다. 최근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들의 거침없는 연기가 영화에 윤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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