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문화 다양성, 작은 영화제가 이룬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문화 다양성, 작은 영화제가 이룬다

[특집] 예술영화관 기획 영화제 붐 이뤄

부산, 전주, 부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만 '영화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제영화제에 비할 규모는 아니지만 관객과 좀 더 가까운 곳에, 기획력이 반짝이는 영화제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 시네큐브, CGV 인디 상영관 등 예술영화 전용관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수많은 기획 영화제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 최근 이러한 기획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좀 더 다양한 국적, 다양한 시대, 다양한 영화들을 보기 원하는 관객들의 욕구와 기획 영화제의 신선한 프로그램들이 행복하게 만난 결과다. . 흥행력도 만만치 않다 지난 7월부터 진행 중인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7월 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종로 스폰지하우스에서 열린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은 상영 2주간 1만 7천여 명의 관객을 모았고, 인기에 힘입어 결국 2주간 앵콜 상영에 들어갔다. 그렇게 다시 진행된 앵콜 상영에 다녀간 관객은 모두 1만 1천여 명. 서울 상영을 끝낸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은 인천과 대전, 광주, 대구, 부산으로 이어지는 순회 상영을 끝내고 지난 8월 24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씨네큐브로 다시 돌아와 현재 한창 상영 중이다. 물론 연일 매진 행렬을 이루고 있다.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은 고전영화가 주를 이루던 기존의 기획 영화제에서 과감히 탈피, 2002년에서 2005년 사이에 만들어진 일본영화 신작들을 소개했다. 또한 주류 감성이 아닌 비주류, 인디영화들을 상영해 새로움과 참신함을 내세웠다.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은 가장 인기 있었던 기획 영화제. 관객들의 큰 사랑을 얻었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그렇다고 고전을 관객들이 외면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난 7월 24일 시작돼 8월 25일까지 한 달간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시네 바캉스 서울: 영화와 함께 떠나는 특별한 여행'은 한 달 동안 1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들을 비롯해 마릴리 먼로,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고전 영화들, 고전 뮤지컬 영화들이 주를 이룬 시네 바캉스에는 연세 지긋한 관객과 젊은 관객, 가족 단위의 관객들로 북적였다.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8월 25일까지 진행된 '나루세 미키오 특별전'도 관객의 사랑을 받은 고전 기획 영화.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 구로사와 아키라와 어깨를 나란히 한 '여성영화의 장인' 나루세 미키오는 국내 관객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일 동안 진행된 특별전을 찾은 관객은 모두 3천여 명. 147석, 단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의 규모를 생각하면 큰 인기를 모은 셈이다. . 문화 다양성을 위한 시작점 다양한 작품을 준비하고 관객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기획 영화제들의 프로그램도 튼실하다. 우선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팡테옹 뒤 시네마 프랑세'가 열린다. 프랑스 영화사 100년을 가늠할 수 있는 프랑스 대표 걸작 13편을 만날 수 있는 '팡테옹 뒤 시네마 프랑세'에서는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르네 끌레르와 장 뤽 고다르는 물론이고 로베르 브레송, 자크 타티, 알랭 레네 등 세계 영화사에 이름을 새긴 거장 감독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CGV 인디 상영관을 운영하며 영화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CGV에서는 두 가지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9월 1일부터 CGV용산, 9월 4일부터 CGV서면에서 열리는 'CJ 중국 영화제'가 그 첫 번째 프로그램. 1930년대 초기 작품부터 2006년의 중국을 담고 있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중국 영화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 20편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9월 21일부터 10월 4일까지 CGV상암에서 열리는 '인디, 세상을 만나다'는 아시아의 인디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 <러브 토크><피터팬의 공식> 등 한국영화들을 비롯해 일본의 <불량공주 모모코>, 싱가포르의 <내 곁에 있어줘>, 이란과 이라크의 현실을 담은 <거북이도 난다> 등 아시아인들이 사는 이야기, 세계 속의 아시아인들을 그린 16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닝 하오 감독의 <몽골리안 핑퐁>, 모하마드 아흐마디 감독의 <쓰레기 시인> 등 국내 미개봉작 4편이 '인디, 세상을 만나다'를 통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기획 영화제가 관객과 소통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는 최근의 현상들에 주목하는 것은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문화 다양성의 문제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7월을 전후로 '문화 다양성 확보'에 대한 논의들은 영화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개봉한 영화 <괴물>을 둘러싼 스크린 독과점 논쟁이 문화 다양성에 관한 논의를 더욱 확대시킨 상황. 이러한 속에서 다양한 영화들을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기획 영화제들이 흥행에서 좋은 결과를 낳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예술영화 전용관이라는 비교적 적은 규모의 공간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기획 영화제들이 흥행에서 일정 정도 성공을 유지한다면 '시장 논리' 속에서도 문화 다양성의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은 그래서 나온다. 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영화들을 소개하기 위해 공급자들이 조금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관객들이 '좋은 영화 볼 권리'를 행동으로 움직여 스스로 실천한다면 다양성을 위한 기본 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러한 다양한 기획 영화제가 제 몫으로 든든히 서 있어줘야 하는 까닭은 거기 있다. 작지만 튼실한 내용을 갖춘 기획 영화제들이야 말로 문화 다양성을 위한 공급자와 소비자의 기본적인 신뢰의 끈을 이어주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