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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덕진 여름, 그러나 이미 마음은 가을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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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덕진 여름, 그러나 이미 마음은 가을의 첫사랑

[이슈 인 시네마] 이병헌, 수애 주연의 <여름이야기> 순천 촬영 현장에 가다

명색이 처서(處暑)인 8월 말인데 서울이나 순천이나 덥기는 매일반이었다. 때이른 가을바람이 선심을 쓰는 일도 없다. 오히려 순천은 여름으로 되돌아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전라남도 순천 세트장. 이병헌과 수애 주연의 영화 <여름이야기>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었다. 검게 그을린 피부로 바쁘게 촬영장을 누비는 스태프들과 연신 이마의 땀을 닦으며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엑스트라들 사이로 끈덕진 여름의 열기가 피어 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파사 유리창에 귀를 대고서 서로 마주보고 앉은 이병헌과 수애만큼은 그 가운데서 홀로 청량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지그시 미소를 머금은 둘의 모습은 애틋해 보이기까지 한다. 때는 1960년대 어느 해 여름, 수내리 시골 마을에서 그 둘은 첫사랑을 시작하고 있다.
실제로 음악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이병헌과 수애의 귀에는 정말 들리는 듯 했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여름이야기>는 1969년대를 배경으로 한 정통 멜로영화다. 농촌봉사활동을 내려온 대학생석영(이병헌)이 수내리 도서관 사서인 정인(수애)이 만나 나누는 첫사랑을 그린다. <여름이야기>는 멜로물에 잘 어울리는 두 배우, 이병헌과 수애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과 2002년 <품행제로>를 통해 1980년대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재현해 낸 조근식 감독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더욱이 8월 28일 열린 <여름이야기>의 현장 공개에는 이병헌을 취재하기 위해 일본 취재진들이 내한, 일본 내 많은 여성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병헌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병헌과 수애는 <여름이야기>에서 한여름의 첫사랑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이날 공개된 촬영 장면은 석영과 정민이 읍내 전파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함께 귀를 기울이면서 서로에 대해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장면. 세트장은 1969년 당시의 분위기를 충실히 재현하고 있었다. 석영을 연기하는 이병헌은 교련복 바지를 입고 있었고 당시 의상을 입은 엑스트라들이 길거리를 누볐다. 옛날 전축과 라디오, 고무신과 같은 소품들도 눈에 띄었다. 더벅머리로 때묻은 옷을 입고 스태프의 지시를 기다리는 엑스트라 아이들은 촬영에 들어갈 때마다 목소리를 낮추고 귓속말을 하느라 바빴다.
이날 촬영은 1960년대 수내리 읍내 거리를 재현한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이날 촬영된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감정연기에 몰입해야 했던 만큼 촬영 현장의 분위기도 한껏 곤두서 있었다. 조근식 감독이 OK 사인을 보내자마자 취재진들의 카메라가 쉴새 없이 플래시를 터뜨리는 상황에서도 이병헌과 수애는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며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세트장에는 취재진 외에도 순천 시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삼삼오오 구경을 나와 있었다. 80년대에서 60년대로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병헌과 수애는 '여름이야기'가 자랑스러운 작품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이날의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세트장 공터에서 기자 간담회가 이어졌다. 조근식 감독은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올 줄 몰랐다"며 "예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얼떨떨하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어 이병헌은 <여름이야기>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나의 감성을 제일 많이 자극했던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의 애틋한 정서가 가슴에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수애도 역시 <여름이야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의 정서가 마음에 들었다"며 "60년대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잘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있었다. 또 조근식 감독과 이병헌씨와 함께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80년대를 재현한 <품행제로>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 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멜로영화에 도전하는 조근식 감독에게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조근식 감독은 "내가 계속해서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고 있는 건 물론 의도한 바는 아니다. 80년대는 내가 직접 살아봤고 잘 아는 시대였기 때문에 데뷔작에서 꼭 한번 그려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다. 반면에 <여름이야기>는 60년대에 대한 매력 때문이라기보다는 시나리오가 가진 정서에 끌려 연출을 결심했다. 사실 그래서 60년대라는 배경에 부담을 많이 느낀 것도 사실이다. 배경을 현대로 바꿀까 생각도 해봤다.(웃음) 지금도 60년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90% 정도 촬영을 마친 <여름이야기>는 9월 초 크랭크업해 11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과연 11월 늦가을에 만나는 한여름 첫사랑 이야기는 어떤 빛깔일지, 감독과 두 배우를 사로잡았다는 1960년대의 애틋한 정서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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