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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일본침몰日本沈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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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일본침몰日本沈沒

일본은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

감독 히구치 신지 출연 쿠바나기 츠요시, 시바사키 코우, 다이치 미오 수입 거원시네마 | 배급 시네마서비스 등급 12세 관람가 | 시간 135분 | 2006년 상영관 서울극장, 대한극장 영화 <일본침몰>은 국내에 거의 처음으로 소개되는 일본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꼭 일본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200억 원)를 들여 만든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노골적인 제목이 드러내고 있는 바와 같이 <일본침몰>은 '섬나라 일본 땅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다'며 일본의 위기론을 부추겨 궁극적으로는 '강한 일본'을 내세우는 일본 내 우파의 정치적 모토를 은근히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침몰 ⓒ프레시안무비
가까운 미래, 일본 스루가만에 대지진이 덮친다. 지진을 피해 뛰쳐나오던 잠수정 파일럿 오노데라 토시오(쿠사나기 츠요시)는 부모를 잃고 헤매는 어린아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소방구조기동대원 아베 레이코(시바사키 코우)와 인연을 맺는다. 계속해서 일본 전역에 연쇄적으로 지진이 발생하자 미국 지질학회는 일본 땅 지각 아래 있는 플레이트가 이상현상을 일으켜 앞으로 40년 안에 일본 땅이 바다 아래로 가라 앉게 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에 의문을 품은 일본의 지구과학박사 타도코로(토요카와 에츠시)는 독자적인 연구에 착수, 일본 땅이 침몰하기까지 채 1년여의 시간도 남지 않았음을 밝혀낸다. 정확히 338일 후 일본이 침몰한다는 소식에 일본 열도는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인다. <일본침몰>을 감독한 히구치 신지는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비롯한 여러 영화에서 각본과 특수기술을 담당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아 온 인물이다. 제작비 200억 원 중 상당 부분이 특수효과 장면에 쓰였다는 것만 봐도 이 영화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스펙터클은 기대 이하라는 느낌을 준다. 우리보다 훨씬 더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일본 곳곳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후지산이 폭발 기미를 보이는 등 몇몇 장면의 스케일이 눈에 띄긴 하지만 그 몇몇 장면의 거대함만을 가지고는 135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의 지루함을 채우기에 역부족이라는 인상을 준다.
일본침몰 ⓒ프레시안무비
그래서일까. <일본침몰>은 어느 순간 개개인의 인물들이 갖는 드라마쪽으로 '터닝'하려고 애쓴다. 문제는 그 개개인의 이야기가 결국은 노골적으로 일본 국민의 대단결과 애국심의 고취만을 목적에 두고 있는 듯 하다는데 있다.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국외로 빠져나가고 국민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면서 일본은 폐허와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영화는 후반에 이르러 토시오와 레이코의 애절한 사랑에 집중하면서 레이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본 침몰을 막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토시오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 영화가 일본 개봉 당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결말이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나 영화의 마지막, 위기관리 담당장관 타카모리 사오리(다이치 미오)가 침몰의 위기에서 살아남은 국민들을 모아놓고 재건의 의지를 다지며 국민 단결을 부르짖는 연설 장면은 이 영화가 전형적으로 국수주의적인 주제를 내세우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본 침몰을 막기 위해 이상현상을 보이는 플레이트에 미사일을 발사, 지각변동을 막는 과정이나 대다수의 일본 국민들이 국외로 피난을 떠나는 과정에서도 <일본침몰>의 관심은 여전히 '일본'에만 쏠려있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다. 미사일 발사나 피난민 수용의 문제에 있어서 영화는 주변국과의 국제관계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영화의 앞부분에 지질학회의 발표를 통해 잠깐 미국의 반응을 묘사고 있을 뿐,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에 대한 묘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영화 후반부에 주변국이 일본 난민을 수용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만 '살짝' 언급할 뿐이다. 도쿄 현지 시사에서 우려를 낳았던 한국인들이 반일 시위를 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장면은 한국 관객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판단, 자체적으로 삭제했다.
일본침몰 ⓒ프레시안무비
한마디로 <일본침몰>은 '일본 침몰'보다는 다른 각도의 '일본 재건'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고이즈미 총리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등, 일본의 우경화 바람이 국제 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는 가운데 국가 위기 상황을 통해 애국심을 강조하는 <일본침몰>과 같은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침몰>은 당초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블록버스터 급 재미'에 있어서는 실망스럽지만 '블록버스터 급 주제'에 대해서 만큼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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