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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민자 운동이 21세기 미국을 변화시킬 것"

<인터뷰> 뉴욕이민자연맹 홍정화 사무국장

"20세기 흑인 민권운동이 미국 사회를 뒤엎어 더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었던 것처럼 이민자 운동은 21세기 미국을 변화시킬 것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주요 정치쟁점 중 하나가 이민법 개혁이다. 뉴욕 지역 150여 개 이민단체의 연합체인 뉴욕이민자연맹(The New York Immigration Coalition) 홍정화 사무국장은 이민법 개혁 논쟁의 핵심에 서 있다.

작년 12월 하원에서 '반(反)이민법'인 센센브레너법이 통과된 것을 계기로 올 3월부터 5월까지 미국 100여 개 도시에서 수백만 명의 이민자들이 참석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미국 국민들을 놀라게 했던 이민법 개혁 촉구 시위를 이끈 지도자 중 한 사람인 홍 국장은 지난 5월 <뉴욕매거진>이 선정한 '뉴욕을 움직이는 파워 정치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 잡지는 '뉴욕을 움직이는 파워 정치인'으로 홍 국장을 포함해 힐러리 클린턴, 척 슈머 연방 상원의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엘리어트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 등 18명을 선정했다.

<프레시안>은 아버지 홍근수 전 향린교회 목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공동대표)의 고희를 맞아 한국을 방문한 홍 국장을 지난 20일 저녁 향린교회에서 만났다.
▲ 홍정화 뉴욕이민자연맹 사무국장 ⓒ프레시안 김하영

9.11 이후 보수화미 하원 국가안보 차원서 이민법 개정

현재 미국의 불법체류자(서류미비자)는 1200만 명.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불법체류자들도 언제든 강제 추방이 가능한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를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지난 연말 미국 하원에서 센센브레너법이 통과되자 그간 '음지'에서만 숨어 지내던 불법체류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 법은 밀입국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미 남부 접경지역 700마일에 장벽을 쌓고, 불법체류자를 중범죄로 다스리며, 이들을 고용한 고용주는 물론 도움을 주는 친지, 이민단체, 성직자들까지 처벌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 등을 명분으로 추진된 이 법은 미 하원의 법사위원장인 제임스 센센브레너가 주도했다.

"반(反) 이민 정서에 깔린 것은 '백인 국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주자들의 증가를 현재 미국 인구의 3분의 2에 달하는 백인들의 기득권과 파워, 그리고 문화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9.11 테러 이후 국가 안보 문제와 맞물려 반 이민 정서가 더욱 확산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올해 봄 대대적으로 진행된 이민법 개정 촉구 시위였다. 5월 1일 노동절 하루만 해도 미국 50여 개 도시에서 300만 명의 이민자들이 참석했던 이 시위에 대해 홍 국장은 "이 시위로 이민자 권익옹호 운동에 질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감히 시위에 참석할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또 대부분 가난한 국가에서 오기 때문에 대다수의 이민자들이 착취에 대해 참고 견뎠다. 하지만 하원의 센센브레너법 통과를 계기로 조용히 경찰의 눈을 피해 살던 이민자들이 처음으로 대규모로 들고 일어났다. 이번 시위는 수백만 명의 이민자들이 정치화되는 계기가 됐다."

"다양성에 기반한 새로운 정의 만들어야"
▲ ⓒ프레시안 김하영

결과적으로 대대적인 이민자들의 저항은 지난 5월 상원에서 불법체류자들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합법적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의 이민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했다. 하원의 이민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의 이민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자 이민법 개정 문제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중요한 정치적 쟁점 중 하나가 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상원의 이민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상하원 간 이민법안 절충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민자들의 격렬한 저항이 없었더라면 상원에서 비교적 개혁적 내용의 이민법 통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홍 국장은 평가했다.

홍 국장은 정치화된 이민자들의 존재가 미국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고 그 의미를 평가했다.

"이민자 운동은 이민자들의 권리를 찾는 데에 주요한 목적이 있다. 더 나아가 이민자 운동은 인종적 다양성과 종교적 다양성을 토대로 미국 사회의 새로운 '정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세기 흑인 민권운동이 미국 사회를 뒤엎어 더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었던 것처럼 이민자 운동이 21세기 미국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는 이민자의 숫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불법체류자의 3분의 2에 가까운 700여만 명이 일자리를 갖고 있고, 이는 미국 전체 근로자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처럼 불법체류자들이 실질적으로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불법체류자들을 모두 추방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다양성'에 기반한 미국의 새로운 정체성을 구성해야 한다는 이민자 운동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19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흑인 소요사태처럼 미국내 인종차별이 소수 인종 간 갈등으로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 당시 흑인 청년을 경찰이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현장이 TV로 공개되면서 촉발된 소요사태는 LA 한인타운에 대한 습격으로 비화됐다. 이민자 운동에 있어서도 흑인들과의 갈등은 풀기 어려운 난제로 꼽힌다.

"흑인들 사이에서는 '우리들도 권리를 못 찾았는데 우리보다 훨씬 뒤에 미국에 온 이민자들의 권리를 왜 먼저 찾아 줘야 하냐'는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흑인 성인 남성들의 경우 절반 가량이 실업 상태인 데 반해, 불법체류자들은 신분이 불안정하고 영어가 서툴러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제기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취업이 더 잘되는 측면도 있다. 흑인들과 이민자들은 사회 최하층 노동자로서 경쟁적 관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이런 갈등을 해소하고 힘을 합치기 위해 흑인운동 지도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민자 등 '타자'를 포함하는 새로운 국가 공동체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는 비단 미국만의 것이 아니다. 한국을 포함해 지구화된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대다수의 국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런 점에서 '이민'을 통해 만들어진 '이민국가' 미국에서 이민자운동이 어떤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 국장은 이민자들의 대규모 시위를 통해 조성된 유리한 사회 분위기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고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가 일하는 뉴욕이민자연맹은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이민법 개혁을 촉구하는 전화를 걸게 하는 등 다양한 정치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홍정화 뉴욕이민자연맹 사무국장은…

그는 홍근수 목사와 김영 목사(비폭력 평화물결 전 공동대표)의 딸이다.

홍근수 목사는 미국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 1987년 귀국한 뒤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년 반 동안 옥고를 치르는 등 줄곧 평화통일운동에 매진해 왔다. 김영 목사도 한국 여성교회를 창립하고 비폭력 평화물결 공동대표를 맡는 등 홍 목사와 '다르면서도 같은' 길을 걸어 왔다.

이런 부모의 모습은 홍 국장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홍 국장은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사회 참여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이민자 운동을 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면서 직접 차별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영문학과를 나온 그는 1992년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에서 일하면서 이민자 권익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가 일하는 뉴욕 이민자연맹은 1986년 시행된 이민법개정안(Immigration Reform and Control Act)에 대응하기 위해 1987년 발족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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