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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예의없는 것들

감독 박철희 | 출연 신하균, 윤지혜 제작 튜브픽쳐스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수창업투자 등급 18세 관람가 | 시간 113분 | 2006년 상영관 메가박스, CGV <예의없는 것들>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영화다.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예의 없는 것들을 응징하려는 발칙한 상상력을 앞세운다. 청부 받은 살인 중에서도 '예의 없는 것들'만 골라 죽이는 주인공 킬러, '킬라'(신하균)는 말이 없는 인물이다. 말을 아예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난히 혀가 짧아 혀 짧은 소리를 내느니 차라리 말없이 살기로 작정한 것. '킬라'는 살인을 끝마치면 코밑에 맴도는 피 냄새를 씻기 위해 독한 술을 마시러 간다. 그곳에서 '킬라'는 번번이 '그녀'(윤지혜)에게 입술을 뺏긴다. 사실 '킬라'는 혀 수술을 하고 스페인으로 가 투우사가 되기 위해 수술비를 모으는 중. 수술비 1억 원을 모을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예의없는 것들 ⓒ프레시안무비
'예의 없는 것들'만 골라 죽이는 혀 짧은 킬러, '킬라'. 다짜고짜 '킬라'의 집에 찾아와 밥을 산더미 같이 먹고서 '어른들이 하는 운동'으로 밥값을 하겠다는 '그녀'. 전직 발레리노로 사람을 죽일 때마다 우아한 몸놀림을 뽐내는 '발레'(김민준). 영화 <예의없는 것들>은 제목만큼이나 설정과 이야기의 면면에서 기발하고 발칙한 상상력을 선보인다. 한마디로 킬러영화를 표방하면서도 여느 킬러영화의 관습을 따르지 않는 것.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의 문법을 '예의'라 부른다면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예의 없는 영화'를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그 '예의 없는' 비틀기와 뒤집기가 바로 이 영화가 주는 웃음의 주된 요소인 것처럼 보인다. 자고로 스크린을 주름잡던 고독한 킬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대신에 '킬라'는, 속옷바람으로 이불을 뒤척이며 자고 있는 여자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숙맥이다. 낚시터에서 회동을 가진 킬러들은 낚싯줄에 손가락을 베었다고 호들갑을 떨다가 결국엔 다같이 쭈그리고 앉아 자장면을 시켜 먹기도 한다. 이 영화의 엉뚱한 유머는 지금껏 다른 감독들이 보인 유머와는 다른 스타일을 가진다. 박찬욱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에서 선보였던 서늘한 유머보다는 조금 더 말랑말랑하고, 장진 감독 특유의 수다스런 유머보다는 조금 더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이 영화를 만든 박철희 감독의 유머는 스크린 속에 견고하게 박제된 장르영화에 대한 고정관념과 관습의 틀을 깨는 역할을 해낸다. 우리가 신인감독에게 바라는 패기와 재치란 바로 그런 것일 수 있다. 그렇다고 <예의없는 것들>이 단순히 '웃기는' 영화만이라는 것은 아니다. <예의없는 것들>은 '킬라'와 '그녀'가 가진 사연을 통해 선한 사람들의 삶을 짓밟는 우리 사회의 '예의 없는 것들'에 주목한다. 고아로 자란 '킬라'는 어릴 적 말을 못한다는 것 때문에 아이들로부터 수없이 매를 맞으며 컸다. '그녀'가 윤락업소에서 일하게 된 것은 성적 학대를 일삼는 '악한' 때문이다. '킬라'는 이 세상의 '예의 없는 것들'만 골라 죽이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그럼에도 죽여야 할 '예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문제다. 개인 대 다수, 개인 대 사회 시스템의 싸움에서 개인은 늘 패하기 마련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거대한 사회 조직 앞에서 발버둥치는 개인의 희망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보여준다. 색다른 캐릭터와 발칙한 유머를 선보이는 만큼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신하균은 '킬라' 역을 통해 무게감을 넘나드는 기발한 연기를 선보인다. <예의없는 것들>의 '킬라'는 신하균 특유의 이미지를 폭발시킨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발견은 뭐니 뭐니 해도 '그녀' 역의 윤지혜다. 신하균에게 거침없이 다가오는 '그녀'는 솔직하면서도 도도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 또한 '그녀'다. 윤지혜는 이 '그녀' 역을 통해 거침없는 면을 내보이다가도 금방 사연 많은 슬픈 얼굴을 해 보이는 등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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