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피에르 모렐
출연 다비드 벨, 시릴 라파엘리, 비비 나세리, 대니 베리시모
수입,배급 아이비젼 엔터테인먼트, 프라임 엔터테인먼트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85분 | 2004년 |
상영관 서울극장, CGV 프랑스의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뤽 베송은 할리우드의 상업영화 스타일을 차용하면서도 줄곧 할리우드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할리우드에 도전장을 내밀 듯, 뤽 베송은 유럽적인 소재와 감성으로 새로운 유형의 블록버스터를 창조하기 위해 애썼다. 이름하여 '유럽형 액션 블록버스터'였다. 뤽 베송을 세계에 알린 <니키타>(1990)와 <레옹>(1994)은 할리우드 액션영화 장르에 기대고 있지만 독특한 감성과 유럽 특유의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로 할리우드의 액션물들과 차별화됐다. 두 영화의 세계적 흥행 후, 뤽 베송은 <제 5원소>와 <택시><트랜스포터 액스트림> 등의 액션 영화를 계속 제작해 왔다. <13구역> 역시 같은 연장선에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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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구역 District B13 ⓒ프레시안무비 |
13구역은 마약과 폭력에 찌든 범죄의 도시. 타하의 조직이 장악한 이 도시는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위험한 지역으로 선포된 채 높은 벽으로 세상과 격리돼 있다. 하지만 어디나 영웅은 있는 법. 타하(비비 나세리)로부터 도시를 구하기 위해 레이토(다비드 벨)는 타하가 거래하던 마약을 훔치지만, 무능한 경찰로 인해 타하에게 여동생을 빼앗기고 오히려 감옥에 갇히고 만다. 6개월 후, 핵미사일을 호송 중이던 군용트럭이 타하 조직으로부터 탈취당하고 이에 정부는 최정예 특수요원 다미엔(시릴 라파엘리)과 수감돼 있던 레이토를 급파한다. <13구역>은 상영 내내 '파쿠르'라는 스포츠로 관객들의 눈을 끌어 당긴다. 사실 이 영화는 파쿠르가 전부인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쿠르는 건물의 지붕을 뛰어넘으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활보하는 신종 익스트림 거리 스포츠. 한국 관객들에겐 '야마카시'라는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13구역>은 이 신종 스포츠를 와이어나 특수 효과가 없는 '리얼'액션으로 보여준다. 레이토가 타하의 공격을 피해 건물을 넘나들고 콘크리트 건물을 기어오르는 장면은 웬만한 수퍼영웅의 활약 못지 않다. 이 고난이도의 액션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이는 레이토 역을 맡은 파쿠르의 창시자 다비드 벨. 다비드 벨은 다미엔 역의 프랑스 무술감독 시릴 라파엘리와 함께 파쿠르에 동양무술을 접목해 액션의 쾌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점점 스피드에 집착하는 뤽 베송의 영화에서 서사는 빨라진 속도만큼 급격하게 사라졌다. 액션에 의한, 액션을 위한 <13구역>에서도 서사는 별로 중요치 않다.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를 선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저 액션을 담는 액자의 역할에 그칠 뿐이다. 빌딩 사이를 활강하는 아크로바틱 리얼 액션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프랑스에서 탄생한 액션의 경이로움은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영화의 속도감을 마음껏 즐겨도 특유의 감수성이 돋보였던 <레옹>과 <그랑블루>의 뤽 베송이 자꾸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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