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태춘씨와 박은옥씨 부부가 26일 저녁 대구 지하철 참사현장인 중앙로역에서 열리는 추모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작곡한 조가를 부른다.
정씨부부는 지난 22일 6년만에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앨범 발매기념 공연을 무기한 연기하고 대신, 대구지역시민단체와 유족회가 주최하는 이번 추모집회에서 조가를 부르기로 했다.
대구지하철 방화참사로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자리로 마련된 이번 추모집회에서 정씨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희생된 망자들과 유가족을 위해 ‘우리 가슴에 하얀 꽃을 또 새긴다’를 작곡했고 현장에서 연주할 계획이다.
정씨는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시민단체들의 진상규명노력이 결실을 맺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회에 참석한다”며 “노래로 위로가 될 순 없지만 적어도 이 사건이 쉽게 잊혀지지는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씨가 부르는 조가는 특히 이같은 참사를 일으킨 사회에 대한 분노와 희생자에 대한 애절함이 담긴 노랫말이 듣는이들의 심금을 밑바닥으로부터 울리게 하고 있다.
***우리 가슴에 하얀 꽃을 또 새긴다 **
한 무리의 소녀들 고개를 떨구고 계단을 내려 간다
어두운 지하 광장 가득한 통곡이 그들을 둘러 싼다
꽃 한 송이씩의 묵념과 소리 없는 눈물들로
시커먼 저 벽면 너머 또다른 소녀들을 찾는다
한 무리의 아비들 실성한 눈매로 거리를 배회한다
저 딸들과 아내들의 마지막 목소리 허공에서 맴돈다
휴대폰의 신호가 울면 또다시 무너지며
그 지하역 중앙로 차가운 거리로 망연히 배회한다
거기 그 새하얀 국화꽃 송이들 언덕처럼 쌓여도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절규,
"이건 현실이 아니야"
저 지옥의 연기가 대구의 하늘에서 천천히 걷히고
그 어느 해보다 아주 맑은 봄비가 길게 길게 내리고,
이제 병상에도 햇살이 들고, 하나둘씩 일어서고
다른 도시에도 사람들 모여 깊은 애도의 흰 초를 켠다
숱한 절망에 내던져지고, 많은 사람들이 떠날 때
남은 우리들 가슴에 다시 하얀 꽃을 새겼다
2003.2.25 정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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