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기어이 '내륙 운하' 구상을 꺼내들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 강을 주축으로 내륙을 사통팔달로 연결하는 내륙 운하를 만들겠다는 게 골자. 내년 대선을 겨냥한 회심의 정책 카드이지만, 막대한 비용과 환경 훼손이 필연적인 토목 사업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형 뉴딜" vs "모든 국토 절단"
상당부분 구상이 진척된 경부운하는 문경새재 부근에 20.5km 길이의 조령터널을 건설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고 총 길이 553km의 대수로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5000t 급의 바지선이 부산에서 강화도까지 왕래가 가능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 물류비용이 3분의 1 선으로 절감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시장 측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시장은 1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낙동강에서 시작해 운하 경로를 따라 경기도 파주까지 이르는 '내륙운하 현장답사'를 갖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과의 간담회 등을 거치며 본격적인 사전 정지작업을 펴겠다는 것.
이 전 시장은 '경제적 효과'에 방점을 찍어 우호적 여론 형성에 나설 예정이다. 운하 건설 자체가 창출하는 고용효과, 운하 건설 이후 관광과 레저산업 및 운하 인근의 도시개발 사업으로 적어도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논리다. 이 시장 측이 이 사업을 '한국형 뉴딜'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시장 측은 또한 "15조~20조 원 가량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 비용은 하천에서 채취한 골재 사업으로 50~70%를 충당할 수 있다"며 천문학적 예산 논란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키로 했다.
청계천 복원 때 이미 겪은 환경 훼손 논란은 그다지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다. 이 시장 측은 "어떤 식으로건 환경 변화가 올 것이고 그 중에는 수질 개선 등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부정적 환경 변화는 환경 전문가들을 사업에 참여시켜 그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산강과 금강을 거쳐 경부운하와 연결되도록 하겠다는 200km 길이의 호남운하는 내달 초로 예정된 '호남지역 집중탐사'를 통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 측은 "내륙운하는 일자리창출, 경기부양, 물류혁명, 치수관리, 내륙개발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관광레저 산업 등 다방면에서 국가경제의 부흥과 재도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내년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 행정적 절차와 입법을 거쳐 바로 착공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검토는 거의 완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이 전 시장의 내륙운하 구상은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던진 '청계천 복원' 승부수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김낙중 환경운동연합 국토정책팀장은 이에 대해 "전국의 모든 생태환경을 절단내겠다는 이명박만의 국토개조 구상"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운하가 건설되는 모든 곳이 깎이고 파헤쳐진다는 뜻인데, 도로 하나가 잘못 건설돼도 생태계가 단절되는 마당에 산을 뚫고 터널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한마디로 '놀라운 이명박'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성 측면에서도 이미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난 얘기"라며 "객관적으로 봐서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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