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의 숨겨진 거장' 또는 '일본 누벨바그의 선구자'등으로 불리는 나루세 미키오 (1905~69년)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이 오는 17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대학로의 예술영화전용관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린다. 지난 2002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국내 최초로 그의 회고전이 열린 이래 4년만에 다시 마련된 행사다. 2002년 당시만해도 관객층이 일부 영화광들과 영화인 중심이었던데 비해, 이번 특별전에는 최근들어 나루세 미키오의 작품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힘입어 보다 많은 영화팬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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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 미키오 특별전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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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 미키오는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 구로사와 아키라와 함께 일본 영화계의 4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영화감독이다.뒤의 세사람에 비해 비교적 뒤늦은 80년대에 들어서야 사후 재발견됐다는 점에서 '숨겨진 거장'으로 불리고 있기도 하다. 그의 작품세계는 1983년 유럽에서 첫번째 회고전이 마련된 것을 계기로 세계영화인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1920년 열다섯의 어린나이에 쇼치쿠 영화사에 입사한 나루세는 1929년 <찬바라 부부>로 데뷔, 유작 <흐트러진 구름>(1967)을 남기기까지 총 89편의 작품을 만들며 일본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1930년대는 유럽영화의 영향으로 화려한 카메라 기법이나 몽타주 등 시각효과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일본영화계의 주류를 이루던 시대였다. 이때 나루세 미키오는 <아내여, 장미처럼>(1935)과 같은 영화에서 이야기 구조를 중시하는 연출스타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특히 그는 절제된 카메라 기법과 고정된 화면 안에서 섬세한 빛과 그림자를 응용해 등장인물들의 시선 교환과 작은 몸짓까지도 섬세하게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나루세 미키오 감독은 또한 여성이나 서민들의 삶을 소재로 현실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작품을 연출해 '여성영화의 장인' 또는 '서민극 감독'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오즈 야스지로와 일맥상통하지만, 훨씬 더 어둡고 염세적이기까지한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오즈와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번 특별전에는 일본영화 최초로 미국에서 정식 개봉한 영화로 기록되는 <아내여, 장미처럼>(1935), <밥>(1951), <긴자화장품>(1951), <부부>(1953), <아내>(1953), <산의 소리>(1954), <부운>(1955),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1960), <방랑자의 수첩>(1962), <흩어진 구름>(1967) 등 총 10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전성기로 불리는 30, 50년대 영화들 위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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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하이퍼텍 나다 상영이 끝나면 오는 9월 1일부터 17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 상영이 이어진다. 시네마테크 부산에서는 하이퍼텍 나다 상영작 외에도 <소문난 처녀>(1935), <츠루하치 츠루지로>(1938), <진심>(1939), <버스 안내양, 오코마>(1941), <어머니>(1952), <번개>(1952), <오누이>(1953), <만국>(1954), <흐르다>(1956), <흐트러지다>(1964) 등 10편이 추가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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