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 달 집회 도중 입은 머리 부상으로 숨진 포항건설노조원 하중근 씨도 방패로 보이는 물체에 가격당해 큰 부상을 입었던 점을 감안할 때 경찰의 안이한 대응으로 인해 불상사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형 방패 보급에도 여전히 '최전방' 투입되는 '칼날 방패'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2006 자주평화 대행진' 직후 벌어진 경찰과 포항건설노조원들 사이의 대치 상황에서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결과, 도로 중앙선을 기준으로 8차선 도로의 좌측 4개 차선을 막고 선 경찰 병력 맨 앞 줄 20명 중 10명이 방패 아래의 고무패킹 부분이 손상된 방패를 들고 서 있었다.
특히 손상된 10개 중 7개는 고무패킹이 완전히 제거돼 있었고, 바닥에 갈아 날을 세운 흔적이 역력했다. 세 개에 하나 꼴로 방패에 날이 세워져 있었던 셈이다. 기자가 방패 아랫부분을 집중적으로 촬영하자 경찰은 날이 선 방패를 뒷 열로 빼서 교체하는 한편 방패를 이리저리 돌리며 촬영을 방해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다행히 경찰과 노조원들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맨 앞줄의 경찰병력이 시위대와 직접 충돌할 경우 유혈 충돌을 예견케 하는 대목이었다.
날이 선 방패를 본 노조원들은 "방패를 바닥에 갈아서 날 세운 것을 보라"며 "이걸로 하중근이를 찍어 죽이지 않았느냐"고 흥분했다. 반면 중앙선 우측 부분으로 진출한 경찰 병력은 새로 지급된 '방어용' 신형 방패로 무장하고 있었다.
신형 방패는 지난 1월부터 보급된 방패로 테두리 부분이 우레탄으로 둥글게 접착 처리돼 있어 전투화로 벗겨내기 쉽지 않다. 또 위·아래 부분이 12도 가량 안쪽으로 경사져 있어 만약 방패로 시위대를 가격해도 타격 순간 미끄러지거나 힘의 방향이 바뀌어 부상이 최소화되도록 설계돼 있다. 소재도 플라스틱으로 충격 분산 효과가 크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반면 기존의 방패는 알루미늄이나 강화유리 플라스틱 등으로 제작돼 있어 소재 자체가 날카로운 데에다가 방패 아래 고무패킹 부분을 뜯어내고 시위 현장에서 방패를 수평으로 세워 시위대를 가격하는 일이 왕왕 있었던 것이다.
"'방패 가격' 엄격히 처벌해야 근본적 문제 해결"
이러한 신형 방패 보급에도 불구하고 '방패 가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패 가격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달 16일 포항건설노조 집회 당시 부상당해 숨진 하중근 씨의 경우에도 뒷머리 오른쪽 윗부분에 5cm가량의 찢어진 상처가 발견됐는데, 민주노총 측은 "경찰 방패에 의한 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의 기동대 관계자는 "작년 농민대회 사고 이후 평소에 방패를 수평으로 세우지 않게 하는 등 방패 안전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진압 전에도 방패 사용법을 집중적으로 숙지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시위대가 쇠파이프나 죽봉으로 무장하고 달려들면 타격이 목적이 아니라 거리 유지를 위해 방패를 휘두르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최전방'의 절반만 신형 방패를 소지한 이유에 대해서는 "부대별로 진압·해산 작전에 나서는데, 아직 신형 방패를 보급받지 못한 부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단체 관계자는 "단지 시위대가 무장했을 때만 방패가격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비무장한 시위대를 향해서도 해산 작전을 펼칠 때 방패를 치켜들고 달려드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방패 가격 행위에 대해 경찰 지도부가 어떠한 처벌도 하지 않기 때문에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방패를 교체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이러한 방패가격 행위 자체를 근절하지 않는다면, 방패를 바꾼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