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국무총리가 13일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 방식의 대선후보 선출에 관한 열린우리당의 논의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의 이런 태도는 '일반론'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그동안 정치적 해석이 가능한 행보를 극도로 삼갔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정치행보 기지개
고 전 총리는 이날 서울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과 함께 영화 '괴물'을 관람한 뒤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특정 정당의 일에 호불호를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정당이 공직 후보를 선출하는 방법을 개방적으로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일반론적으로 좋다"고 우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 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민경선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최근 외부 대권주자 영입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에서 대선후보 선출방식 변경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신계륜 전 의원은 "고 전 총리는 우리에게 아주 유력하고 매우 필요한 자산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총리는 다만 여당의 '외부 선장론'에 대해선 "특정 정당의 선장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입장이 아니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선장이라면 나는 4700만 대한민국 호에 동승한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계개편에 관한 구상의 일단도 내비쳤다. 그는 "중도 개혁세력이 연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자꾸 정당 중심으로 얘기하는데 정파를 초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대와 소통, 통합에는 주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 모두 함께 동참하는 것"이라고 기존 정당의 기득권 배제를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성향이 한나라당에 가까운지 열린우리당에 가까운지를 묻는 질문에는 "내게 기존 정당을 편 가르고 이쪽, 저쪽에 서라는 것은 무리"라며 즉답을 꺼렸다. 그는 "양쪽 극단을 배제하고 제 정파를 초월해 실사구시적 실용주의에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 전 총리의 이런 발언이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정치부 기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조만간 정치 일선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의 피력으로 읽힌다. 특히 그의 정치조직인 '희망한국 국민연대(희망연대)'의 출범(오는 28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고 전 총리는 "희망연대는 국민이 바라는 새 패러다임으로 정치 대안을 모색하고 정치를 업그레이드시켜 정치 품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정치적 결사체는 아니다"라고 했고, 신당 창당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당 창당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고 전 총리는 현안인 전시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문제에 대해서도 준비된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작통권 환수 원칙에는 찬성한다"면서도 그 전제조건으로 "2012년 정부의 5개년 국방계획 사업이 실질적으로 완성되는 시점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하고, 안보 관련 사안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이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는 또한 "나는 친미, 반미의 획일적 강요나 단순논리에 입각한 양자택일이 아닌 실용주의적 용미주의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을 후원하는 세력이 필요하다"며 "독일이 통일할 때 소련과 프랑스가 반대했지만 미국이 지원했다. 우리도 우호적인 국제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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