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원본 상영을 허가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는 박지만씨가 낸 영화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영화 제작사 MK픽처스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밝힌 대로 "역사적 공인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 "영화상영 금지는 영화로 인한 인격적 법익의 침해 정도에 비춰 침해가 중대하고 명백할 뿐 아니라 현저히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 사건의 경우 고인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가 영화상영 등을 금지해야 할 정도로 중대ㆍ명백하지는 않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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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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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일부 장면 삭제 판결 뒤집어 <그때 그 사람들>은 10.26 사태를 정면으로 다룬 임상수 감독의 영화. 작년 2월 개봉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법원에 <그때 그 사람들>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그때 그 사람들>이 허위 내용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고인과 유족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했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 이에 당시 가처분 담당 재판부는 '다큐멘터리 장면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 전체를 사실로 오인할 수 있다'며 일부 장면을 삭제하고 상영할 것을 명령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영화의 시작과 끝 부분에 삽입된 박 전 대통령 장례식 다큐멘터리 영상. 그 영상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김수환 추기경 등이 등장하고 국민들이 오열하는 모습이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일부 장면 삭제 상영을 결정한 작년 재판부의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 이에 관해 재판부는 "합리적인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허구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지만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주검 위에 모자를 올려놓는 장면 등 일부 장면이 박씨의 아버지에 대한 추모의 감정을 일부 침해한 사실은 인정된다"는 점을 들어 제작사 측이 박씨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 '공인에 대한 영화적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첫 판례'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공인에 대한 영화적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첫 판례라는 점에서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판결이 앞으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관련한 소송에서 중요한 판례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국무총리 유족들도 KBS 드라마 <서울 1945>을 상대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민,형사 소송을 낸 상태. 이번 <그때 그 사람들> 판결에 이어 법원이 <서울 1945> 소송에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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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 ⓒ프레시안무비 |
이번 판결에 관한 보도에 있어 언론들도 크게 두 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때 그 사람들> 원본 상영에 의미를 두는 입장과 법원이 박지만씨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사실에 중점을 두는 입장으로 크게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각기 다른 해석을 보이는 언론들의 보도 형태만 보더라도 이번 판결이 불러올 논의의 파장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박지만씨의 항소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가운데 임상수 감독은 "재판부가 고민했을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며, 원본의 복원을 허락한 판단에 감사한다"고 이번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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