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는 이번 헌법재판관 선임과 관련해 "개혁과 다양성을 빙자한 코드 인사는 철저히 배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참여연대는 "지금의 헌법재판소가 '변화'보다는 '체제유지와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대동소이한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인사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문제"라면서 개혁적인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대법관 탈락자 중 지명하던 관행 없어져야"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8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한상희 건국대교수)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이번에는 개혁적인 인물을 다수 선임해서 전체적으로 보수와 개혁의 균형을 이루는 구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는 게 헌법재판소가 선진 한국의 국민 인권보장의 선도기관으로 뿌리를 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또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인권 감수성이 높은 인사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자들은 헌법재판관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 대해 동의했지만 대법원장이 대법관 지명 탈락자 중에 헌법재판관을 지명해 오던 관행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사법고시 합격 후에 줄곧 법관으로만 근무했던 사람보다는 최소한 몇 년이라도 변호사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들로 이번 충원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협 "개혁 빙자한 코드인사 배격해야"
한편 대한변협은 지난 7일 성명 통해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을 보이는 인사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변협은 "대법관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경륜을 가진 자로 임명 대상이 제한돼야 한다"면서 "개혁과 다양성을 빙자한 코드 인사는 철저히 배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변협이 '코드인사 배격'의 기치를 내걸고 선제공격을 한 것은 대통령이 추천할 3명의 재판관에 대한 선택의 폭을 좁히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8월과 9월에 교체대상이 되는 헌법재판관은 모두 5명으로 이중 2명은 대통령이, 2명은 국회에서, 1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게 된다. 또 내년 3월에 퇴임하는 주선회 재판관의 후임까지 포함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모두 3명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있다. .
이와 관련해서는 변협의 성명서가 기왕에 헌법재판관에 지명될 것으로 시민사회단체 주변에서 거명되어 온 김선수 청와대 사법비서관, 조용환 변호사, 이석태 변호사 등의 지명을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노대통령, '코드인사'로 갈까…'무난한 인사' 선택할까?
이처럼 헌법재판관 인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지난해 노 대통령 탄핵 소추에 대한 결정,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 등에서 나타났듯이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만든 법뿐 아니라 행정부의 정책 집행도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행정수도 이전 판결에서 '관습헌법'이 논란이 됐던 것처럼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대한 순수한 법리적 해석만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참여연대 토론회에서 임지봉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을 먼저 내려 놓고 헌법재판소 연구관들이 가져온 여러 근거들 중에서 이미 내린 결정을 뒷받침하는 것을 취사 선택한다"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과정을 분석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헌법재판관이 어떤 정치적 성향과 가치관을 갖느냐는 것이 헌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또 헌법재판관 임기는 6년으로 두 정권에 걸쳐 재임하게 된다. 윤영철 소장과 송인준, 주선회 재판관이 김대중 정부에 임명됐지만 노무현 정부 후반까지 재임하면서 주요 사안을 좌지우지 하는 것처럼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재판관들도 차기 대통령의 주요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무난한 인사'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노 대통령은 최근 법무부 장관으로 '코드인사' 논란이 일었던 문재인 전 민정수석 대신 김성호 국가청렴위 사무처장을 낙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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