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순 수도권 지역에서 집중 발생한 집단 급식사고의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CJ푸드시스템을 비롯한 위탁 급식업체와 음식재료 공급업체 등 누구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됐다.
보건 당국, 노로 바이러스 감염 경로 확인 실패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8일 급식사고에 대한 최종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6월에 발생한 집단 식중독은 이미 알려진 바대로 노로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노로 바이러스가 어떤 식품을 통해 전파됐는지는 밝혀내지 못 했다.
보건당국은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급식소와 환자의 몸에서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이 중 유전자 분석이 가능했던 47명 환자에게서 동일한 유전자형(G1-11)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번 집단 식중독이 상당부분 노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지는 못 했다.
노로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전파됐는지를 파악하지 못 한 것이다. 조사를 시작할 무렵 특정 음식재료와 지하수를 감염원으로 추정했으나 조사 결과 노로 바이러스를 찾을 수 없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조사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특정한 식품재료를 찾아내기는 했다. 환자들의 식사 내용과 학교별 조리과정, 환자들의 특성 등을 분석하고, 음식재료의 위험도를 조사한 결과 특정 음식재료가 이번 식중독 사고와 통계학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통계적인 추정에 그쳤을 뿐이다. 보건당국은 이 재료가 노로 바이러스의 감염원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증거를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부실한 보고체계…"시간 끄는 동안 감염경로 확인할 증거 사라져"
이처럼 보건 당국이 원인규명에 실패한 것은 사고 보고체계의 허점으로 인해 초기 대응에 재빨리 나서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처음 환자가 발생하면 해당 학교는 지역 보건소에 보고해야 하고 지역 보건소는 다시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청 등에 통보해 식중독 사고 역학조사에 나서야 하는데, 이런 보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렇게 시간을 끄는 사이 노로 바이러스의 감염원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인 음식 재료들이 모두 폐기물로 수거처리돼 버렸다.
이로써 학교 31곳과 사업장 1곳 등 모두 32곳의 급식소에서 의심환자를 포함해 2872명의 환자가 발생한 이번 급식 사고는 피해자만 있을 뿐 책임자는 끝내 밝혀지지 않은 채 종결됐다.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되면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던 CJ푸드시스템은 이제 공식적인 면죄부를 받게된 셈이다.
보건 당국은 지난 2003년 수도권에서 일어난 대규모 식중독 사건도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종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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