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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르, 위대한 시네아스트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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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르, 위대한 시네아스트의 귀환

[특집] 장 뤽 고다르의 신작 <사랑의 찬가>, <아워 뮤직> 개봉

장 뤽 고다르.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누벨바그의 기수', '현대 영화언어의 창시자', 장 뤽 고다르가 돌아왔다. 다가오는 9월, 고다르의 신작 두편 <사랑의 찬가>(2001)와 <아워 뮤직>(2004)이 개봉된다. 파격적인 영화언어와 스타일로 전세계 시네필들을 매혹시켰던 이 거장 감독은 여전히 예민한 통찰력으로 새로운 영화감각을 일깨우고 있다. . 고다르, 그는 누구인가?
네 멋대로 해라 ⓒ프레시안무비
파리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배웠던 장 뤽 고다르는 프랑수아 트뤼포, 자끄 리베뜨와 함께 프랑스 영화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필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는 철저히 감독의 예술'이라고 생각했던 이 젊은 비평가들은 처음부터 비평을 단지 창작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에 대한 이론과 지식으로 무장한 이 작가주의자들은 곧 감독으로 전향했고 곧 프랑스 영화계의 '누벨 바그(Nouvelle vague)'를 이끌어 낸다. 그중에서 장 뤽 고다르야말로 이 새로운 운동을 이끈 주요인물이었다. 누벨 바그의 철학적 기초는 실존주의와 해체주의. 이후 누벨바그는 새로운 내러티브와 새로운 형식미학을 통해 세계영화사에 영원한 흔적을 남기게 된다. 1950년대 등장한 누벨 바그는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현대 영화의 토대가 됐다.
비브르 사 비 ⓒ프레시안무비
장 뤽 고다르는 미국영화의 영향 속에서 누벨 바그의 새로운 영화 형식을 가장 잘 구현한 감독이었다. 고다르는 1960년 장편영화 <네 멋대로 해라>로 감독 데뷔했다. 배우의 즉흥적인 연기, 영화 바깥의 화자, 이야기 해체, 스톱모션을 사용한 시각적 아름다움 등 고다르는 자신만의 영화언어를 창조해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네 멋대로 해라>는 고다르 영화 중 누벨 바그의 특징을 가장 잘 집약해서 보여준 작품이다. 이 영화는 얼마 전 영국의 디지털 TV 채널 '필름 4'가 영화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8위에 오르기도 했다. <비브르 사 비>(1962) <미치광이 삐에로>(1965) <알파빌>(1965) 등이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68년 혁명 이후, 영화에 대한 그의 도전과 실험은 정치적인 것으로까지 확대됐다. 마오쩌둥주의로 선회한 고다르는 영화의 미학적 형식보다 정치적인 것에 몰두했다. 혁명 직후 제작된 <음유시인>(1969)에서는 혁명적인 내용에 걸 맞는 형식을 위해 내러티브를 완전히 파괴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신념과 난해한 영화형식은 영화인들과 관객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했다. 고다르의 영화는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 이브 몽탕과 제인 폰다가 주연한 상업영화 <만사형통>(1972) 이후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한 고다르는 칩거 생활에 들어갔다. 영화계를 떠나있는 동안 비디오 작업에 열중했던 고다르는 1980년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인생>으로 복귀한다. 고다르는 이 작품을 통해 누벨 바그의 특성들을 다시 한번 영화에 적용했다. 이 당시 고다르의 영화는 초기 고다르가 시도한 사운드와 이미지에 관한 실험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1982년 작 <열정>은 모짜르트, 라벨의 음악과 렘브란트와 고야의 유명한 회화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 "그가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선물이다."-Chicago Tribune 장 뤽 고다르의 21세기 영화, <사랑의 찬가>와 <아워 뮤직>은 그가 영화의 본성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혁명 이전의 작품세계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랑과 인생, 전쟁과 용서, 이미지와 사운드에 대한 거장의 성찰은 한층 깊어졌다. 고다르가 바라보는 세상은 <사랑의 찬가>에서 주인공 '에드가'의 눈을 통해 투영된다. 흑백필름으로 찍힌 전반부 1시간은 그의 누벨 바그 시절 영화를 연상케 한다. 파괴된 내러티브와 독백조의 대사, 파리의 낭만적인 정경 등에서는 지난 세월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엿보인다. 반면, 영화 속 2년 전 과거의 모습은 화려하게 채색돼 있다. <사랑의 찬가>는 사랑과 이별, 시간과 기억, 역사와 예술에 대해 고민한 고다르의 관념적 세계를 한꺼번에 보여준다. 이 영화는 반미, 반 할리우드적인 고다르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 미국 주요 언론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04년 제 57회 칸 영화제 공식초청 경쟁작이자 그 해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었던 <아워 뮤직>은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다. 영화는 '지옥'과 '연옥(속죄의 공간)' 그리고 '천국', 3부작으로 구성됐다. 고다르는 초현실적인 영상들을 통해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다. 첫 번째 주제 '지옥'에서 영화는 끔찍한 전쟁의 실상을 보여준다. 총을 든 아이들, 아비규환의 전쟁터,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흑백화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곧이어 영화는 평화를 위한 철학적 문답이 오가는 '연옥'의 세계로 넘어간다. '천국'에서는 화사한 햇빛이 화면 전체에 쏟아진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고다르의 관념적 세계는 완벽한 이상을 얻지 못한다. 평화로운 한 낮에 한 남자가 읽고 있는 것은 '돌아오지 않는 희망'이라는 책이다. . "나는 뒤로 돌아가지만, 언제나 전진한다." – 장 뤽 고다르 장 뤽 고다르의 긴 필모그래피는 새삼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젊은 영화관객들에게는 60년대 누벨 바그의 전설로만 인식됐던 노장은 사실 1959년 첫 장편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년 쉼없이 작품을 내놓고 있었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매 작품마다 영화언어의 한계에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80세 노장의 패기다. 시대의 변화와 대중의 변덕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던 시네아스트의 신념은 영화 그 이상이다. <사랑의 찬가>와 <아워 뮤직>에서 고다르는 과거를 회고하면서도 이상적 영화를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 장 뤽 고다르는 과거 누벨 바그의 빛을 품고 여전히 영화의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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