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파온 찬드라시리
출연 앤 통프라솜, 아태폰 티마콘, 수피샤 준라와타카
수입,배급 CNS엔터네인먼트 |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05분 | 2004년 방콕의 웹사이트 프로그래머 듀(앤 통프라솜)는 치앙마이에서 이모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방콕으로 돌아오던 날 그는 우연한 사건으로 농업 시험장에서 일하는 식물학자 통(아태폰 티마콘)을 만나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전화로 안부를 전하면서 점차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듀의 룸메이트이자 절친한 친구인 케이트가 비명횡사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홀로 남겨진 듀는 치앙마이에 가서 통에게 위로를 구한다.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결혼하는 듀와 통. 하지만 통은 뇌종양 판정을 받게 되고, 듀는 그런 통을 극진히 간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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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터 The Letter ⓒ프레시안무비 |
<더 레터>는 1997년 최진실, 박신양이 주연을 맡은 <편지>를 태국에서 리메이크한 영화다.당시 <편지>는 김유진 감독의 <약속>, 그리고 이영애 이정재 주연의 <선물>과 더불어 충무로 최루성 멜로 영화 붐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애절하고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는 한국 영화 시장에서 가장 잘 먹히는 장르 가운데 하나이고, 위 세 작품은 당시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멜로 영화였다. 특히 <편지>는 불치병에 걸린 남편을 지극한 정성으로 돌보는 아내의 이야기를 담아 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편지>의 보편적 감성은 태국영화에 뉴웨이브를 가져온 영화인들마저 감동시켰다. <더 레터>의 리메이크는 부산영화제를 통해 친숙해진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과 프로듀서 듀앙카몰 림차로엔이 이뤄냈다. 특히 태국 영화계의 가장 유능한 프로듀서 가운데 하나인 듀앙카몰 림차로엔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도중 2003년 암으로 사망했다. 그런 사연들로 인해 <더 레터>의 엔딩 크레딧에는 이런 자막이 삽입돼 있다. '듀앙카몰 림차로엔을 기억하며' 그리고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한국에서 태국으로(The Source of Boundless Inspiration from Korea to Thailan)'. <더 레터>는 여성 감독 파온 찬드라시리의 손끝에서 부활했다. 찬드라시리는 방콕의 분주함과 치앙마이의 호젓함을 대비시키면서 태국적인 감성을 불어넣는다. 치앙마이의 태국 전통 장례식 장면이나 극중 듀가 좋아하는 음식인 호박잎 튀김 같은 소재는 이국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더 레터>는 원작 <편지>의 여주인공이 국문과 대학원생이었던 것과는 달리, 방콕에서 살아가는 커리어 우먼의 분주한 일상을 적극적으로 묘사한다. 늘 컴퓨터에 매달려 있는 듀의 일상은 식물을 가꾸며 조용한 삶을 사는 통의 일상과 대조된다. 이와 같은 대조는 '편지'라는 매개물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메일에 익숙한 듀와 손으로 쓴 편지에 익숙한 통의 차이가 그것이다. <더 레터>가 주목하는 것은 이메일이 대표하는 인스턴트식 사랑이 아니다. 손으로 쓰고 우편으로 보내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무엇. 그것이 바로 <더 레터>가 이야기하는 사랑의 정수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더 레터>는 여러 모로 <편지>와 닮은 영화다. 제작진은 <편지>에서 모티브를 가져가서 창조적으로 해석하는 대신, <편지>의 정서와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되살려놓는다. 불치병에 걸린 남자, 부부가 함께 걸어다니는 수목원의 풍경, 죽음 이후 비디오테이프를 통한 마지막 대화에 이르기까지 비슷하다. 시종일관 영화를 휘감는 서정적인 음악과 잔잔한 분위기는 울 준비가 된 관객들에게 충실히 서비스한다. 한국의 관객들이 그랬던 것처럼, 태국의 관객들도 이 지고지순한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다. 2004년 9월 태국에 개봉해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더 레터>. 하지만 이미 <편지>에 울어버린 우리 관객들이 다시 같은 눈물을 흘리게 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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