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니시카와 미와
출연 오다기리 조, 카가와 테루유키, 마키 요우코
수입배급 씨네콰논 코리아 |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19분 | 2006년 |
상영관 CQN명동 '유레루'는 '흔들리다'란 뜻의 일본어다. 제목 그대로 영화 <유레루>에는 위태롭게 흔들리는 낡은 다리가 나온다. 세명의 주인공 타케루(오다기리 조)와 미노루(카가와 테루유키), 치에코(마키 요우코)는 모두 계곡을 건너기 위해 그 낡은 다리를 지난다. 그러나 이들이 다리를 건너는 이유는 각자 다 다르다. 타케루를 붙잡으러 가던 치에코는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다 떨어져 죽는다. 타케루와 미노루는 치에코의 죽음을 두고 그때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입을 다문다. 무엇이 진실인고 거짓인지 그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타케루와 미노루의 사이는 계곡의 낡은 다리보다 훨씬 더 위험천만하게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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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루 ゆれる ⓒ프레시안무비 |
타케루는 성공한 사진작가. 도쿄에서 자신만의 생활을 즐기며 살고 있던 타케루는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1년 만에 고향 마을을 찾는다. 고향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주유소를 성실하게 꾸려가고 있는 착한 형 미노루가 있다. 주유소에 들른 타케루는 두 형제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치에코가 형의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날 미노루의 제안에 따라 타케루와 미노루, 치에코는 계곡으로 나들이를 떠난다. 그날 계곡 위 낡은 다리에서 치에코가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유레루>는 디테일이 강한 영화다. 짧은 정황과 대사만으로도 정교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캐릭터를 그려나간다. 타케루가 상복으로 미처 갈아입지도 못한 채 제사에 늦게 도착하는 장면이나 제사를 마친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와 갈등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짧은 장면이지만 세심하게 배치된 소도구와 상황설정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이나 인물 간의 갈등이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원천적인 것'임을 드러낸다. 이 가족은 친밀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그 안에 태풍과 같은 갈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족 내부의 숨어있는 애증을 보다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미스테리 구성 방식을 따라간다. 치에코가 실족한 사건의 진상을 두고 타케루와 미노루 형제의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진실을 모르는 관객들은 두 형제의 틈에 서서 사건의 미스터리를 쫓아간다. 법정공방으로까지 치닫는 이야기 속에서 타케루와 미노루는 털어 놓는 것은 정작 그날 벌어진 사건의 실체가 아니다. 두 형제간에 잠재해 있던 오래된 갈등과 상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치에코의 죽음에는 과연 두 형제 중 누가 더 책임이 있는가. 두 형제 사이의 시기와 질투가 치에코를 죽게 한 것인가. 치에코의 죽음은 단순 실족사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한 계획살인인가. 영화는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어간다. 니시카와 감독은 그러나 그보다는, 타케루와 미노루의 갈등을 통해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가족 간의 갈등을 조명하려 한다. <유레루>는 결국 가족이라는 친밀한 관계 안에 숨어 있는 해묵은 갈등과 상처, 그리고 그 용서라는 소우주를 그리고 있는 영화다. 영화 초반, 제사를 주관하는 스님이 이런 말을 한다. "안 보이는 걸 봤다고 하고, 본 걸 안 봤다고 하는 인간은 눈 못 뜬 아기와 같은 존재다." 우리는 모두 눈 못 뜬 아이일 수 있다. <유레루>는 그런 우리들에게 눈을 뜨라고 얘기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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